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과정 박태민

▲ 박태민 한국해대 대학원 법학석사과정
"해사노동협약이 누구를 위한 협약인지 모르겠다. 운항중인 선박에서는 실제로 근무했지만 협약에서 규정한 휴식시간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선장이 근로시간을 줄여서 기재하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선원들은 근로를 하고도 선장 지시로 근로시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있는데 이는 'Rest hour deviation report'(협약과 법에서 정하는 휴식시간을 준수하지 못할 시 작성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회사의 요구에 따라 ‘근로 및 휴식시간’을 거짓으로 기재하지 않고 내가 일한 시간을 당당히 기록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와야 하지 않겠나?"

사무실에 찾아온 선원 한 분이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허탈해 하셨다.

운항중인 선박, 특히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은 ‘선원의 일일 근로시간, 휴식시간 및 시간외근로 기록 서류’에 일일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기록·유지하고 있다. 일일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Rest hour deviation report를 작성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선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부여해 건강의 증진을 도모하고 더 나아가 피로(과로)에 의한 해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선원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기록은 사실적으로 기록 유지돼야 하지만 실상은 위의 현장 선원 이야기처럼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을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선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이상의 나쁜 행위로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협약에서 정한 규정과 선원법에서 정한 규정을 사용자가 준수토록 노력해야하고 이를 위해 해상근로자 스스로가 선원에게 적용되는 규정을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2006년 ILO 해사노동협약이 관련 당사국의 비준으로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협약 내용을 선원법에 수용해 전면 개정했고 개정된 사항 중 근로시간 및 휴게에 관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제60조(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①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한다. 다만, 선박소유자와 선원 간에 합의하여 1주간 16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이하 "시간외근로"라 한다)할 수 있다.

② 선박소유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항해당직근무를 하는 선원에게 1주간에 16시간의 범위에서, 그 밖의 선원에게는 1주간에 4시간의 범위에서 시간외근로를 명할 수 있다.

③ 선박소유자는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선원에게 임의의 24시간에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과 임의의 1주간에 77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주어야 한다. 이 경우 임의의 24시간에 대한 10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은 한 차례만 분할할 수 있으며, 분할된 휴식시간 중 하나는 최소 6시간 이상 연속되어야 하고 연속적인 휴식시간 사이의 간격은 14시간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ILO 제180호 협약 ‘선원의 근로시간 및 선박정원에 관한 협약(1996년)’에서 최소 휴식시간은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이었지만, 해사노동협약은 임의의 24시간에 10시간 이상의 휴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24시간이라 함은 00시부터 00시까지를 의미했지만, 해사노동협약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임의의 시각을 지정해 그로부터 24시간 동안의 휴식시간의 연속성 여부 등을 점검할 수 있다.

해사노동협약 발효시에는 입·출항 빈도수가 높은 선박, 단기 항해에 종사하는 선박, 연해 및 근해만을 항해하는 선박, Bunkering, 파나마 운하 통과, 선창 소제 등의 작업 시 협약에서 규정하는 휴식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기준 미달 사례가 빈번히 발생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이 필연적인 것은 실제 선박에서 각종 협약의 발효로 인한 문서업무의 증가, 안전규정의 강화에 따른 점검 업무가 증가하고 최소승무원 체제로 구성된 선박에 선원의 충원 없이 업무량만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사용자인 선주 입장에서는 협약의 규정이 선원비 및 선박 운용비용의 증가가 우려 되겠지만 안전운항의 실현 및 해양환경보전이라는 대의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협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현실화시켜 선내에서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선상에서 당직자의 근무 시간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주당 60시간 이상 일하면 만성과로 인정, 시행일 2013년 7월 1일)의 만성과로를 인정하는 기준시간을 초과할 수 있어 항해 당직자의 휴게시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상에서 올바른 근로시간 확립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자와 근로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신뢰를 바탕으로 이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므로 법에 명시한 감독 규정에 따라 정부는 해상근로자가 누려야할 권리를 사용자가 충분히 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로감독 업무를 철저히 해야한다.

정부의 근로 감독 업무에 추가해 선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 특히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은 ‘선원의 근로 및 휴식시간 허위 기재’가 반드시 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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