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그룹의 대한해운 인수가 부당한 이유>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애정 필요하다

 해운업을 영위하려면 우선 해운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 사건 이후 명멸한 국적 외항선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많은 수가 2003년부터 2008년까지의 해운호황기에 급작스럽게 탄생한 선사들이었다. 떼돈을 번다는 소문에 엉겁결에 해운업에 손을 댔으나 생각지도 못한 해운불황이 엄습하자 방향을 잃고 파산의 비운을 맞은 회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면을 고려해 보면 최근에 ‘대한해운 인수전’에서 SM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어 승기를 잡은 것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기화물운송선사, ‘한국해운의 대장주’ 대한해운을, 해운산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래서 인수합병 전문 그룹이라고 일컬어지는 SM그룹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것은 그 모양새가 매우 좋지 않다. 앞으로 SM그룹에 의한 인수 작업이 계속될 경우 두고두고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염려된다.

우리는 자기의 전공분야도 아닌 곳에 손을 뻗쳤다가 쇠락의 길로 들어선 중대형그룹들을 많이 보아왔다. 해운업계에서도 STX그룹이나 C&그룹 같은 곳이 자기의 전공을 넘어서 허세를 부리다가 멸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 대표적인 그룹이다. 물론 이러한 중대형 그룹들이 성공을 못하는 요인들 가운데는 중견기업이 커갈 수 있는 싹을 잘라버리는 유별한 한국의 풍토도 일부 작용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불경기를 만나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STX그룹의 오너는 Pan Ocean이라는 훌륭한 해운회사를 인수하여 단물을 쏙쏙 빼먹고 그룹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Pan Ocean을 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를 자행하여 해운업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역시 STX그룹 회장이 Pan Ocean을 인수한 배경에는 해운산업의 진흥을 통해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겠다는 뜻보다는, 다른 사욕이 있었음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 위에 서 있다. 따라서 인수가를 많이 써내면 인수를 할 수 있는 공정경쟁 사회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SM그룹이 최고가를 써냈으니 대한해운 인수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번 인수전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제3자에 의한 기업의 인수합병 경합은 최고가 입찰제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의 자격조건을 정해놓지 않고 아무나 다 참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지하경제에서 움직이는 자금이나 폭력집단일지라도 기업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형편이다. 인수 후에 상황이 좋아지면 몇배를 받고 팔아치운다는 계산을 하고 뛰어드는 소위 ‘기업사냥꾼’이 판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제는 기업의 제3자 인수 방식에서 최고가 입찰제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인수기업의 자격조건을 좀 더 강화하여 해운업과 같은 전문산업이 영속하여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SM그룹의 도덕성이나 그룹 역량에 흠집을 내거나, 대한해운의 매각 자체를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SM그룹이 정말 해운업에 전념하여 해운업으로서 국제무대에 나가서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운업에 대한 이해나 애정도 없이 한번 인수하여 해보겠다고 나섰다면 해운업계가 ‘먹튀’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SM그룹이 진정 해운업에 대한 나름대로 포부와 향후 비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언론에 밝혀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런 것에 비춰보면 SM그룹이 신주인수권부채(BW)를 발행하는 것으로 인수계획서를 제출했다가 수정함으로써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 부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입찰에 참가했던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 8월 14일 대한해운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불공정한 기준으로 입찰을 진행했다며 ‘대한해운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물론 이것은 매각을 담당하는 주관사가 잘못한 것이고, 절차상의 하자이므로 바로잡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입찰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름지기 “해운기업은 해운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가지고 해운산업 성장에 이바지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데 대한 확고한 신념과 비전이 없는 기업들은 해운업을 해보겠다고 신규로 뛰어들면 안 되며, 우리의 M&A 관련법도 이러한 데 기준을 두고 개정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해운에 대해 전문성과 애정을 갖고 임해야 하는 것은 비단 해운기업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관계당국은 물론이요, 해운언론, 해운부대업종 등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기업과 정관계, 언론이 모두 해운업에 대해 애정을 갖고 대할 때 한국해운산업은 발전을 해나갈 것이다.

대한해운 매각 입찰은 다시 한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SM그룹은 절차상의 하자 말고도 근본적으로 해운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먹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해운업 인수에 나서는 기업이라면 누구라도 어떤 이유로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해운산업에 진출하려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해운산업에 이바지 할 계획인지를 우선 밝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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