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상품운송 해상운임의 대표적 지수인 BDI가 9월 9일 하루 9.3%나 증가해 1,352에서 1,478로 급등하였다. 이와 같은 증가세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이다. 운임수준도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철강원료를 수송하는 17만 톤(dwt)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운임도 2만 5,426달러로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신조선 손익분기점인 2만 5,000달러를 1년 8개월 만에 웃돌았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 지수는 2008년에 최고치인 11,793을 기록 한 후 리먼 사태와 기록적인 신조선 물량으로 인해 급락하였었다. 2008년 9월 리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조선 발주 잔량은 당시 총 선박량의 44%에 해당하는 5억 8,400만 톤(dwt)에 달했다. 2008년 6월에 1일 용선료가 20만 달러에 달하던 케이프사이즈 운임이 11월에는 4,000달러까지 수직급락을 하였으며, 5년 중고선가도 1억5,500만 달러에서 4,500만 달러로 하락하였다.

케이프사이즈 시황은 신조선의 공급과잉과, 장마 장기화에 따른 브라질 철광석 출하량 감소 때문에 금년 연초부터 1일 용선료가 4,000-5,000 달러 대까지 하락하는 심각한 침체가 지속되었다. 6월 중순에야 1만 달러 대를 회복하고 9월 초에 2만5천 달러 대를 회복한 것이다.

최근 벌크선 운임의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서부 호주 철광석 증산에 따른 수출 확대와 브라질 철광석 출하가 회복되고 있는 점, 그리고 중국의 강재생산 증가와 강재가격 상승에 다른 철광석 수송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부 호주, 남아공, 브라질 등 철광석 산지에서의 선박수요가 공히 증가하고 있어 현물시장과 FFA시장에서 공히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금년 들어 8월까지 철광석수입이 5억 2,670만 톤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8.1%나 증가하였다.

보통 철광석회사들이 4분기에 출하량을 늘리는 것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이와 같은 출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도 전통적으로 9월부터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건설분야 등에서의 강재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제철소가 재고 비축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철광석 수송을 주로 하는 케이프사이즈 대형 건화물선의 운임은 연말까지 3만 달러이상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13년 초 Platou사는 향후 2~3년 동안 선박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벌크선 평균 용선료가 2014년에는 평균 19,000달러, 2015년에는 평균 3만 달러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벌크선 해운경기 회복이 Platou사의 전망보다 약 1년이 앞당겨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케이프사이즈선 운임이 주도하는 벌크선 운임이 이같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2014년이 시황개선이 되기 시작하는 해라는 신호가 벌써 오는 것일까? 드디어 기대하던 벌크선 해운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 든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기획청은 최근 자국의 철광석 수요가 2013년에 5,00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자국의 철광석 생산량이 2,000만 톤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수입수요 증가분은 3,000만 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면에서는 세계 빅 3사(발레, 리오 틴토, BHP)등이 생산을 1억 톤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예상되어 국제 철광석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는 다시 중국 자국산 생산 대신 수입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박 신조인도에 의한 공급과잉이 해소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지속되어온 벌크선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낮은 선가의 매력 그리고 향후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신조선 발주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어떤 면에서 보면 투기적 선박발주로 볼 수만은 없는 부분이 있다. 참고로 2004년 이후 핸디사이즈 벌크선의 부족사태가 발생했지만 해운시황이 상승하면서 신조선이 늘게 되어, 핸디사이즈 신조는 조선소를 구할 수 없어 발주가 불가능했던 것을 기억한다. 벌크선 같은 저 수익 선박의 발주는 해운경기 상승 이전인 2012-13년에 발주했어야 한다는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최근의 벌크선 신조발주 증가는 수급개선을 다시 악화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2007년 이후 건화물선 선박량은 총 85%가 증가하였다. 이에 비해 물동량은 32%증가에 그쳐, 현재 30% 대의 공급과잉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공급과잉규모는 과거 1986년과 1999년 공급과잉시기의 11%와 10%에 비해 그 규모가 매우 큰 것이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경우도 2013년 신조발주 잔량이 VLOC(대형광석선)을 포함해 110척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상이 2015년에 집중되어 있고, 2015년 이후 준공량도 96척에 이르러 2015년 이후의 드라이 벌크선 시황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대량의 신조발주가 2015년 이후 시황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2014년에만 4,200만 톤의 드라이 벌크선이 신조 인도될 예정이고, 이미 많은 양의 선박이 인도되었지만 시장은 호전되고 있다. 선박해체와 감속운항 등으로 상당분의 공급을 줄여나가면서 늘어나는 신조선 인도를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참여자들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더 큰 문제점은 지금까지의 발주량, 앞으로의 인도량이 아니라, 선주들의 심리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운임상승을 시황개선의 대세라고 판단한 많은 선주들이 마치 2010년에 반짝 해운경기가 살아난 것을 보고 2011년에 대량으로 선박을 발주한 것 같이, 또 대량으로 선박을 발주한다면 2014-5년 시황개선은 다시 2-3년 후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벌크선 시황개선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시황개선의 호기이다. 이때 노후선의 해체와 감속운항을 더욱 가속화하고, 신조선 발주를 자제해야만 시황개선을 대세로 만들 수 있다. 경쟁시장에서 개별기업의 의사결정이 산업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개별기업의 의사결정이 집단적 행태를 보일 때는 얘기가 다르다. 그동안 세계 해운산업이 선박발주에서 보인 부화뇌동의 의사결정 행태를 볼 때, 몇 몇 기업이 발주를 늘려나간다면, 그대로 산업전체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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