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에 몰린 톤세제도>

해운시황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우리 해운업계에는 여기저기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톤세제도가 일몰제(해를 넘기면 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것) 시행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외항해운업계는 그동안 외항선사들의 성장에 버팀목이 되어주던 톤세제도가 폐지될까봐 전전긍긍 하면서 문제 해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내년말에 가서는 톤세제도에 의한 혜택은 완전히 사라지고 외항해운업계가 높은 세율의 함정에 빠져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바대로 2005년에 톤세제도를 채택하면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급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가파른 성장이었기에,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건 이후 급격한 추락을 맛보기도 했지만, 여하튼 톤세제도가 우리 상선대의 폭을 크게 늘려놓은 것은 사실이다.

2004년말 대한민국의 외항상선대는 총 858척, 2685만dwt에 불과했다. 당시 전세계 국가별 선박보유량 랭킹을 보면 가장 많았던 그리스(2999척 1억 6056만dwt)에 이어 2위는 일본, 3위는 독일이 각각 차지했었다. 한국은 중국, 노르웨이, 미국, 홍콩 등에도 뒤쳐진 전세계 8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러나 톤세제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국적선 선복량이 늘어나 2012년말에는 보유척수 1608척에 총선복량 7970만dwt까지 증가했다. 8년전과 비교할 때 5000만dwt 이상이 증가한 것이고, 세계랭킹은 8위에서 5위까지 뛰어오르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톤세제도를 시행하자 세제혜택을 받고자 하는 국적외항선사 소유의 선박들이 대거 국적선으로 등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주요한 해운국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운산업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을 펴왔다. 톤세제도를 도입하는 선진국도 있고, 편의치적제도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국가도 있으며 싱가포르, 홍콩, 대만처럼 세금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국가들도 있다. 이들 국가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역시 외항선사에게 세금을 낮춰줌으로 자국 상선대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요 해운국들이 대부분 톤세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6년에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톤세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독일, 영국, 덴마크, 핀란드, 스페인, 미국 등 현재 선진 16개국에서 톤세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상당히 보수적이던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의 톤세제도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최근에 톤세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앞으로 그리스와 중국도 자국선주들의 선박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톤세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톤세제도를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제고 시키는 것이 자국 상선대를 유지 발전시키고, 결국 해양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모범적으로 시행해오던 톤세제도를 없애는 일몰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산업에 대한 국제경쟁력을 높여주지는 못할지언정 날개를 꺾어서 해운산업 자체를 황폐화 시키겠다는 발상이니 톤세제도 폐지사태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정부가 稅收(세수) 확보라는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어서 특혜성 세제를 수정 보완해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복지예산의 증액 등에 대비할 수 있을 터인데, 세금을 많이 걷어내는 방안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율을 인상할 경우 조세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고, 차등 과세 폭의 확대도 형평성의 문제 때문에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정이니 개인 보다는 기업체에 대한 과세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체들에게 주었던 세금 측면에서의 혜택들을 차례로 거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일 것이다. 외항해운의 신장에 큰 기여를 한 톤세제도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일몰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이다.

하지만 톤세제도가 일몰제로 사라진다면 한국의 해운산업은 그야말로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톤세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그나마 심각한 해운불황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오고 있는 외항해운업체들에게 물을 끼얹는 셈이 될 것이고, 결국 이것은 한국의 외항해운 자체를 서서히 망가트리는 사태로 번져갈 것이 뻔하다. 국제금융 위기 이후에 휘청대는 외항해운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은 더욱 약화되어 지리멸렬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주무당국인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 그리고 국적 외항선사들이 대동단결해 톤세제도가 폐지되지 않도록 막아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양수산부가 먼저 중심을 잡고 톤세제도의 필요성을 타부처들에게 역설해 톤세제도가 일몰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 해양수산부가 설립이 되고 난 이후에 선박투자회사제도, 국제선박등록제도, 톤세제도 등과 같은 좋은 제도들이 시행되면서 한국해운이 세계 5위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진적인 좋은 제도는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고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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