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정형택 원장

▲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정형택 원장
"해기인력 전문교육기관으로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본연의 임무와 기능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해기인력들의 새로운 진출분야인 해양플랜트·북극항로 전문인력 교육과정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해 세계 최고의 해양인력 전문교육기관이라는 명성을 이어나가겠다."

2014년 새해와 함께 임기 후반기를 시작한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정형택 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수원 본연의 임무와 기능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것이 올해 가장 큰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형택 원장은 용당 시대를 끝내고 동삼동 시대를 새로 여는 과정에서 자칫 흐트러질 수 있었던 연수원 본연의 임무를 다잡고 내실을 다지는데 임기 전반기를 쏟아 부었다. 임기 후반기에도 역시 기본에 충실하면서 모아온 역량을 새로운 먹거리인 해양플랜트·북극항로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원장은 특히, 현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창조경제, 일자리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의 가능성과 연수원의 역할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했다. 한국해양대 출신으로 승선경험과 오랜 기간 해양수산 전문관료로서 경험을 갖고 있는 정 원장은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뉴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밝혔다.

다음은 정형택 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중점 사업은 연수원 본연의 업무인 해양수산 관련 종사자 교육 및 훈련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다. 고객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국가자격시험 서비스, 오션폴리텍 등 초급해기사 양성과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해양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해양플랜트 운영인력 교육훈련, 북극항로 ICE Navigator 양성교육에도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

앞으로 국가 해양수산 인재육성 정책을 기초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국제적 표준교육시스템 구현을 통해 세계 최고의 해양수산 전문인력 육성기관으로서 명성을 지켜나가겠다.

-해기인력 부족 대책으로 해양대 정원 확대보다 연수원 오션폴리텍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해양대학교 교육과정은 학문과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해운과 해양의 진수를 배울 수 있는 고급 해기인력 전문가 양성 과정이고 연수원 오션폴리텍은 해기인력 부족에 따른 해운업계의 요청으로 부족한 해기사를 양성하는 보조적 기능일 따름이다. 궁극적으로 해기사 부족 해소 대책으로서 해양대 증원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오션폴리텍 졸업생중 8년된 기수의 승선 유지율이 해양대생 승선율보다 훨씬 높은 47%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아직까지 오션폴리텍 출신중 선기관장이 배출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수원은 오션폴리텍 졸업생들이 상호 교류를 통해 승선율을 높이고 경력관리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오션폴리텍 동창회가 조직돼 첫 모임을 가졌다. 오션폴리텍은  지난 1991년 처음 도입됐지만 그동안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다.

오션폴리텍 졸업생들에 대한 해운업계 반응은 대체로 좋지만 보다 전문성있는 인력을 양성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연수원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오션폴리텍 과정은 6개월 이론 교육과 1년 승선실습(3개월 실습선, 9개월 선사 위탁실습) 등 1년 6개월로 진행되는데 이론 교육을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려 전문화, 고도화 교육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선원 교육 현황과 목적은?
=그동안 베트남 해양대학 교수 2명과 재학생 20명, 캄보디아 선원 10명, 몽골 출신 해기사 10명 등 총 42명의 외국인들이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연수원은 한국 선원 교육이 기본원칙이지만 해운선진국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한국 해운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외국인 선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수원에서 배출된 외국인 연수생들은 우리 규정에 따라 선원 교육을 받고 자국에서 활동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자국에서도 우리 규정대로 선원을 양성하게 된다면 앞으로 국적선사들이 외국선원을 확충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해양플랜트 인력양성 추진 과정과 배경은?
=해양플랜트산업은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라는 측면에서 현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연수원도 해양플랜트 운영인력 양성기반을 마련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해양플랜트산업은 건조분야만 부각돼 해운업계에서는 관심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러나 과거 우리 선원들의 승선 경험이 토대가 돼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1위에 올랐듯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운용 요원들을 우리가 직접 키워내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한 해양플랜트를 운용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연수원은 해양플랜트 운용 요원을 양성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동삼동 캠퍼스가 문을 열면서 여유가 생긴 용당 캠퍼스를 해양플랜트 인력개발 센터(Offshore Development Center ; ODC)로 전환해 해양플랜트 인력 양성 과정을 개설했다.

제가 부임한 첫해 해양플랜트 전문인력 양성을 보다 실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생산성본부, 산업인력관리공단, 부산시 등 관계기관과 협업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국가인적자원 컨소시엄사업을 획득했다. 해양플랜트는 다양한 운용요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다양한 교육 인증프로그램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요청해 ODC 교육시설 및 과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간 이해상충으로 해양플랜트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해양플랜트는 해양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산업자원통상부와 해양수산부의 역할은 따로 있다. 해양플랜트의 70~80%가 우리나라에서 건조되지만 기자재 국산화율은 20%밖에 안된다.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이고 건조와 관련된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바로 산업통상자원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즉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은 모두 해양수산부의 소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우수한 해기사 출신 엔지니어들에게 OPITO(Offshore Petroleum Industry Training Organization) 교육을 시켜 해양플랜트 운영요원으로 진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양플랜트 O&M(Operation And Management)회사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인 운영요원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면 해양산업발전은 물론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후발주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지금 해양플랜트에 대한 IMO 국제기준은 해양플랜트도 선박으로 본다는 규정외 구체적인 후속 규정이나 설비기준이 제대로 없다. 그외 해양플랜트에 대한 기준은 해양오일메이져들이 각자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멕시코, 중국 등에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결국 IMO로 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해양플랜트 건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해양플랜트 오퍼레이션에 대한 IMO 규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양플랜트 IMO 규정 제정을 우리가 주도해 나간다면 앞으로 세계 해양플랜트산업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해양플랜트 서비스 산업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극항로와 관련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연수원은 선원교육기관으로서 Ice Navigator(빙하해역 항해사) 교육과정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IMO는 극지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 Ice Navigator 승선을 의무화하고 있고 러시아도 자국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통과하는 북동항로에서 Ice Pilot(빙하해역 도선사)와 Ice Navigator 승선을 강제화하고 있다.

연수원은 향후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대비해 Ice Navigator 교육과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러시아 마카로프 해양대학에 교수진을 파견해 Ice Navigator 교육과정을 이수한 바 있고 2012년 2월에는 마카로프 해양대학과 MOU를 체결해 극지해역 운항 선박의 승무원과 Ice Navigator 교육·훈련과정 개발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올해 해양수산부로부터 북극해 항행 전문인력 육성사업으로 총 3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상반기에 마카로프 해양대에 추가로 교수진을 파견해 교육연수를 이수하고 교육과정을 공동개발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부터 국적선사를 대상으로 Ice Navigator 교육시행 및 인력양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최근 연근해 해양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대책이 있다면?
=그동안 IMO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안전규정을 수없이 강화해 왔고 운항 매니지먼트인 ISM코드도 200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휴먼파트다.

해양사고의 70~90%가 인적과실이라는 점에 착안해 인적과실에 대한 사고감소방안과 대책을 강구하고자 지난해 해수부, 해운업계와 공동으로 휴마린포럼을 만들었다. 휴마린포럼의 초대 공동대표로 2018년까지 '해양사고 30% 감소'라는 정부 정책을 적극 펼쳐나가고 있다. 앞으로 휴마린포럼을 중심으로 인적과실 유형과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연수원 자체적으로도 5년 주기의 법정 의무교육과 직무 수탁교육을 통해 인적과실에 따른 사고사례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등 사고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정형택 원장은?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뒤 해군 장교로 2년 복무를 마치고 천경해운, SANKO LINE에서 승선근무와 육상근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1985년 교통부 사무관으로 임관한 이래 줄곧 해양안전, 환경관리, 선원업무, 국제해사기구(IMO) 파견관 업무 등을 맡아 일해 오다가 지난 2012년 8월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에 부임했다.

▲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동삼동 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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