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산호 충돌 사고가 주는 교훈> 

도선사 제도 개선 검토할 때가 됐다 

새해 설날 아침에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싱가포르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 충돌 유류유출 사고의 충격파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송유관 파열로 생각보다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이 되면서 한려수도의 청정 해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급기야는 사고 수습의 최고책임자인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응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사퇴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파장의 심도를 알만하다. 이번 사고에서 해양경찰,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의 사고수습을 위한 발빠른 대응과 주민을 포함 민간인들까지 합세한 사력을 다한 오염방제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인재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는 관련되는 사람들의 깊은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여수 앞바다 우이산호 충돌 사고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이다. 위험화물을 가득 실은 대형원유운반선을 도선사가 빠른 속도(7노트)로 부두에 접안시키려다가 돌핀 등의 부두시설과 원유를 이송하는 송유관을 추돌하면서 송유관에 남아 있던 기름이 유출됐다는 것이 해양경찰의 중간수사 발표이다. 도선사의 부주의한 접안시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도선사의 과실이 크다는 얘기다. 물론 이에 대해 당해 도선사는 후진 출력을 했지만 선박이 정지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일부에서는 도선시에 조력을 하던 예선이 잘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어서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도선사가 그렇게 서둘러 접안을 시도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가는 사항이다. 여하튼 사고의 원인은 앞으로 해난심판원의 판단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확인을 할 수 있겠지만 어느 경우든 도선사의 책임은 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도선사들은 어떠한 여건 하에서이건, 공휴일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악천후 속에서도 작은 도선선을 타고 나가 대형모선에 기어오르는 도선사들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과 함께 측은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사명감 하나로 그러한 극한 작업을 견디어 낸다고 해도 과언일 것이다. 이런 사명감을 가진 도선사들 덕분에 수출입 화물의 안전이 확보되고 결국 이러한 안정적인 수출입에 의해 우리나라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된다고 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특정 도선사들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 도선사들의 문제인양 호도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일부 이긴 하지만 최근에 도선사들의 과실에 기인한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우이산호 충돌사고를 계기로 도선사 선발 및 운영과 관련된 제도에 허점은 없는지, 비슷한 유형의 도선 중 사고의 재발 방지책은 무엇인지를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선사 과실에 의한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중 하나가 도제(徒弟)형 도선사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도선사를 양성하는 별도의 학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많은 도선사로부터 배워서 도선을 하는 도제형이기 때문에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 어떤 지도를 받느냐에 따라 도선사 간에 실력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개 다년간 선장등의 경험을 통해 선박운항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도선사로 선발이 되기 때문에 도선사들에 대한 재교육이 잘 안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륜이 많은 도선사들은 이러한 재교육 자체를 잘 받으려 하지 않은 경향이 있고, 자신의 도선 실력을 과신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박운항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도선사로 뽑다보니 도선사들의 평균연령이 높게 되고, 연령이 높은 도선사들은 최근의 선박기술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역시 재교육의 문제점과 연결되어 분명 개선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아직 우이산 충돌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도선사 제도의 개선에 대한 주문을 하는 것은 좀 성급한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도선 중의 사고가 최근 여러번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리 예방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양수산부는 당장의 사고와 관련하여 대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항만구역에서 행해지는 도선과 관련한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면밀한 검토를 거쳐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선 현행 도선사 선발과 운영에 관한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따져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선진 해양국들이 대부분 도선사를 별도의 양성과정을 거쳐서 길러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본다. 일정기간의 승선교육을 받은 선원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도선사교육을 시킨 다음 도선사로 임용하여 하급직에서부터 상급직으로 경험을 쌓아가게 하는 방식을 채택해 봄직 하다는 얘기다. 학교나 관련 연수기관 설립과 함께 어떤 식의 교육과정이 돼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도선사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과거에 했던 것처럼 일정주기에 한번씩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다시 시행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선사 자신들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아닌가 한다. 투철한 안전의식과 국가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다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제대로 된 대책은 그런 도선사들이 마음 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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