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선업협동조합 전무이사 최익현

▲ 예선조합 최익현 전무
항만에 드나드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선박은 예선의 지원이 없으면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선업은 공공성이 강한 업종 중 하나다. 그런 이유로 과거에는 예선 자체가 항만법에서 정하는 주요 항만 기능시설로 정의됐고 그 사업 역시 정부에서 직접 보유·수행했었지만 1975년도부터 예선사업이 민간 영역으로 이관됐다. 그 후 정부로부터 각 항만에서 예선업을 허가받은 여러 사업자들은 공동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비영리 법인을 설립했는데, 1981년 11월 사단법인 한국예선협회를 최초로 창립해 20여 년 이상 유지해 오다가 2002년 8월 해양수산부장관의 인가를 얻어 한국예선업협동조합(이하 예선조합)으로 지위를 승계·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역무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예선사용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당초 정부 인가제이던 예선사용료는 1995년 7월 중앙예선운영협의회(이하 협의회) 설치·운영 제도가 신설되면서 신고제로 전환됐다가 2001년 7월부터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마저도 폐지돼 지금은 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예선사용 요율표에 따르고 있다.

협의회는 항만법 제40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라 예선업자를 대표하는 예선조합과 예선 사용자를 대표하는 한국선주협회가 추천하는 총 9명의 인사들로 구성되고 관례적으로 예선조합 이사장이 위원장이 맡아 오고 있다. 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구성원간 협의에 따라 예선사용요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고 그 밖에 예선약관이라든지 기타 예선운영과 관련해 중요한 사항을 협의·결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64개 예선업자가 234척의 예선을 보유·운영하고 있다. 그 중 49개 사업자는 예선조합에 가입해 있고 나머지 15개사(18척)는 사업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예선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예선사업을 하는 것은 일종의 무임승차 행위와 같다고 본다. 이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협의회가 결정하는 예선사용 요율표나 예선약관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최소한 이를 근거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선조합은 자체 사업에 따른 수익이 없기 때문에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전적으로 조합원사의 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조합원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조합을 통해 얻은 성과물을 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그들도 똑같이, 그것도 무임으로 향유한다는 것은 상당히 염치없는 행위라고 본다. 또 이러한 점은 성실하게 조합비를 납부하는 사업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자유로운 의사에 맡기고 있으며 현행 예선조합 정관에도 가입을 강제하고 있지 않다. 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사업자들은 법적 강제력이 없고 또 조합에 가입하지 않아도 사업영위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으니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예선조합이 다른 일반 협동조합과는 성격이 다른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고 나아가 성과의 도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선사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예선사용 요율표나 약관은 협의회의 결정에 구속되고 전국 단일 요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효력은 전국 모든 항만에 미친다. 다시 말하면 협의회는 예선업에 필수인 요율표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예선조합이 없으면 협의회가 성립될 수 없고 따라서 요율표도 존재 할 수 없게 된다.

항만법에서 예선운영협의회 설치 제도를 두고 있는 이상 이는 곧 예선조합이 없으면 예선업 자체가 곤란해 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조합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예선사업을 영위하는 한 함께 부담하는 것이 더 말할 나위없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일반 다른 협동조합의 조합원과는 그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또 예선조합이 협의회만 운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선업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전국 규모의 대외활동은 물론 예선업의 건전한 발전과 필요한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한다. 이로 인해 얻은 성과나 혜택 역시 비조합원에게도 똑같이 돌아간다.

지난해 목포와 군산 등에서 5개의 사업자가 신규로 가입했다. 조합 가입이 마치 부탁에 따라 마지못해 선심 쓰듯이 가입해 준다하는 생각을 갖는다면 곤란하다. 또 조합에 가입해도 별 혜택이 없고 가입하지 않아도 손해 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전혀 타당치 아니한 생각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현행 법령 하에서 예선업자와 예선업자 단체인 예선조합은 실과 바늘의 관계와 같다고 본다. 아직도 예선조합에 가입하지 않고 사업하시는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조속한 가입을 요청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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