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라

▲ 耕海 김종길(010-5341-8465, jkihm@hanmail.net)
신문에 ‘2代 청각장애 끊어준 인술(仁術)’이란 기사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감동적이었다. 다시 읽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기사 내용은 청각장애자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 태어난 민성이는 날 때부터 귀가 멀었다. 청각장애가 유전됐다. 할머니는 민성이를 데리고 성모병원에 갔다.

“아들이 못 듣고 말 못해 팔십 평생을 가슴 앓고 살았는데 손자마저 귀가 멀었어요”라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수술을 받으면 들을 수 있습니다”란 이비인후과 전문의 설명에 할머니는 “세상에 그런 수술도 있어요? 우리 손자도 수술을 꼭 받게 해주세요”라며 전문의 손을 꼭 붙잡고 애걸했다.

그런데 수술비가 문제였다. 아빠는 무직인데다가 엄마는 젖먹이 민성이의 동생까지 있어 일을 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막노동을 해 생활비를 벌었는데 고령으로 그것마저 못하게 됐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갔다. 딱한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성모병원이 무료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인공 와우(蝸牛) 이식수술이 끝나고서 전문의가 “민성아”하고 부르자 알아들었다는 듯 방긋 웃었다. 말 못하는 아빠가 이를 보고서 기뻐 어찌할 바 몰라 했다. “우~ 우~”하며 민성이를 껴안고 구겨진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전문의는 뿌듯한 표정으로 “민성이 대학가는 모습까지 지켜 보겠어요”라 화답했다. 할머니의 피맺힌 한이 녹아내리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이런 감격이 세상에 또 있을까? 세상이 아무리 냉혹하다고 한들, 이런 온정의 꽃이 곳곳에 피어나기에 살아가기 힘든 서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가 보다.

나는 민성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지저귀는 새소리와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시장에서 사람소리도 거리에서 자동차소리도 들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그렇게 할 수 없다. 얇은 봉투를 준비하고 성모병원에 갔다. <교수님! 민성이가 대학가는 모습을 꼭 지켜보세요>라고 쓴 봉투를 이비인후과 접수대에 내밀었다. 간호사가 “이것 무엇입니까?”라며 날 쳐다봤다. “신문을 보고서…”란 내 대답에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바라본 차창 밖 세상이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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