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선원직 매력화’도 하나의 사고예방책  

지난 4월 16일 터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10일이 지난 아직까지도 나라 전체를 온통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전체 승객 476명 가운데 아직도 120여명이 실종상태에 있어서 유가족들의 애를 타게 하고 있으며, 구조 속도가 느리다는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조대원들의 피로 누적은 또 다른 참사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모든 정부 관련 행사들은 취소되었고,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전면적으로 취소되는 등 도처에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세월호 운항선사 청해진해운과 검사기관 한국선급, 운항관리기관 한국해운조합, 그리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씨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 국민들도 이제는 정말 모두 우울증에 빠져서 지쳐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오로지 많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실종자들에 대한 빠른 구조와 유족 및 생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두손 모아 기원할 뿐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들은 선원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로 본선에 수많은 학생들을 방기하고 도망치는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떻게 승객들을 배에 내버려두고 자신들끼리만 연락을 취하여 구명정에 먼저 올랐는지, 보통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순간적인 실수, 혹은 순간적인 착란상태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역시 이해가 안가기는 마찬가지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두 번째 책임자는 운항선사 청해진해운의 소유주와 경영진이다. 세월호가 사고가 날 수 있을만한 모든 조건을 골고루 갖추도록 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 자체가 감항성이 낮음에도 과적을 하게 하고, 선박에 대한 수리는 제때에 하지를 않았다. 선장을 포함하여 선원들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여 의욕을 상실하게 했으며, 돈벌이 때문에 위험한 항로를 택하여 무리한 운항을 강요했다.

세 번째 책임자들은 감독기관이나, 선박검사 기관, 운항관리 감독 기관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어떤 비리의 끈으로 묶여 있다면 이번에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에 처해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간과되고 있는 점은 없는지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잘 드러난 것이지만, ‘선장’이라는 직업은 책임이 아주 막중하며, 따라서 그만큼 권위가 주어져야 하고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몰론 이번 세월호 선장의 경우는 만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엉터리 대응을 한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해기사들이 모두 같은 부류로 치부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험한 파도와 싸우면서 무역보국을 위해 목숨 받쳐 일하는 자랑스러운 해기사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내항 선원들에 대한 처우는 너무나 열악한 것이다. 물론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지만 세월호 이모선장의 월급이 26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며 무슨 사명감으로 열심히 일하기를 바라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선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선장일지라도 형편없는 월급쟁이라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월호와 같은 사태는 재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편의 하나도 역시 선원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프라이드를 심어주는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주변에서 선원직을 천시하고 선원이 되려는 젊은이가 거의 없는 현실을 ‘선원직의 매력화 방안’을 마련하여 타파해 나가야만, 내항 여객선에도 우수 선원이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원직 매력화 방안’은 단순히 선원들의 월급 몇 푼 올려주고 말고 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 의식 속에서 ‘선원직’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선장’을 존경한다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나올 수 있도록 후세들을 가르치고, 그런 해양문화를 확산시키는 운동이 전개돼야 함을 의미한다. 당국은 이제야 말로 해양수산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와 함께 실효성 있는 ‘선원직 매력화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해양에서 사고가 났다고 해서 ‘해양’ 자체를 미워하고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양은 분명 우리가 잘 관리하고 보전해 나가야 할 우리의 영토요, 해양을 잘 지키는 것이 곧 부강한 나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사고가 났다고 하여 바다를 멀리하고 그와 함께 해양관련 직종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이번 사고가 주는 교훈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바다를 제대로 관리 하지 못한 우리를 자책하고, 어떻게 하면 해양을 통해 국가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물론 이번 기회에 해양수산부와 해양관련 기관들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은 없었는지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봐야 할 것이다.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에 해양수산부 출신 공무원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앉는 그런 시대는 여기서 종언을 고하고, 업계에 실질적인 공모제가 정착돼야만 한다. 전관예우의 전통이나 특정 학맥이나 지역색을 바탕으로 뭉치는 관행이 있다면 이런 것도 이번 기회에 말끔히 청산해야만 한다. 정부는 추모 분위기를 틈타 행사를 취소하는 등 상황에 편승하는 보여주기식 정책만을 펼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고 예방책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앞으로 우리의 소중한 해양을 어떻게 다스려 나갈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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