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날아간 '바다의 날'>

바다의 날 행사 축소돼서는 안된다 

정부가 5월 31일의 ‘바다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물론 ‘국민 정서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세월호 사태의 와중에 무슨 바다의 날 행사냐”고 생각하는 일반인들도 많겠지만, 바다의 날의 의미를 차근차근 되새겨 볼 때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양에서의 사고로 온 국민이 위기의식까지 느낄 때가 바로 바다의 중요성과 해양에서의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해양 이용을 통한 국가 경제 부흥을 일반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태는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바다를 안전하게 관리해 나가야 하며, 바다를 통해 국가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곱씹게 하고 있다. 바다를 무시하고 바다를 엉터리로 관리했을 때 국가의 기반을 흔드는 큰 재양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몸소 체험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경원시하고 바다의 종사자들을 무시하고, 바다의 안전관리를 하찮은 일로 생각한다면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에 세월호 참사 이후에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 대부분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해상에서 안전관리가 잘 된 선진부국으로 가는 길은 정부 조직을 뒤바꾸거나 일부 집단에 대해 사고의 책임을 단죄함으로써 열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국민들이 바다를 친근하게 생각하고 바다를 사랑하도록 함으로써 서서히 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바다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바다사랑 정신과 해양사상을 국민 속에 전파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우리의 잘못된 관행과 잘못된 사회적인 병폐를 척결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배금주의’와 ‘안전불감증’, 그리고 공직자들의 부패와 ‘봐주기식 조직문화’는 이제라도 떨쳐버려서 진정 정의롭고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그동안 쌓여온 적폐를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일반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관행과 조직문화의 병폐를 하나씩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 하나에 모든 국민들이 함몰되어 슬픔과 비탄에만 젖어 있기에는 우리 국가 경제가 처해진 현실이 너무나 혹독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자숙과 애도의 시간을 끝내고 모두 자기가 놓여있는 위치에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큰 수레를 굴려 앞으로 나가야 할 때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여행’이 취소된 것이나 ‘바다의 날 행사’가 전면적으로 취소된 것 등은 근시안적인 결정이며, 지금이라도 재고되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정부와 관련된 모든 행사들을 전면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공무원들이 이런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지도한 정부당국의 처사도 너무한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바다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무한한 자원의 보고다. 앞으로 우리가 바다를 통해 먹거를 해결하고, 바다의 지하자원들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 ‘바다를 지배한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미래의 국력은 ‘해양력’에서 판가름이 나게 되어 있다. 위대한 장보고, 이순신 장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강력한 해상 지배력이 결국 나라를 위난에서 구하고 부흥된 국가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앞으로 해양력을 키워나가는데 정부 정책의 무게가 실려야 할 것이다.

이런 마당에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해양수산부’의 해사안전 기능을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넘긴다는 발상 역시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정개혁의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하지만 행정조직의 이합집산 만으로 안전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차라리 해양경찰청의 기능을 ‘코스트 가드’형태로 바꾸어 해상에서의 방위와 안전지배력을 실질적으로 크게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난 1996년 바다의 날(5월 31일)을 국정기념일로 정하고 당시 신선대부두에서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제1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가진 바 있다. 이를 발판으로 1년후인 1997년 해양수산부가 탄생했으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다시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바다의 날을 제정하기 위해 해운업계, 수산업계가 똘똘 뭉쳐 각종 세미나를 여는 등 엄청난 노력들을 했었다. 그러한 업계의 열망과 일반인들의 해양에 대한 인식제고가 ‘바다의 날’을 제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국정일이 “해상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훼손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바다를 사랑하고 해양 이용을 통한 선진부국 실현을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과 해양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의욕과 사기를 꺾는 일이기에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더 이상 ‘바다의 날’이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사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경제가 앞으로 나가듯이, 바다의 날도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 바다의 날 관련 행사도 컽치레에 흐르지 않으면서도 국민들 속에 해양사상을 전파할 수 있는 알찬 행사로 변모해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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