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양창호 인천대 교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10일 2014년 하반기 해운시황전망을 발표했다. KMI는 시장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였다. 비록 금년 2분기 들어 현물시장에서 운임이 예상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개선된 상황이다. 상반기 건화물선 시황은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되었다. 케이프의 경우 5월 누적 기준 1일 1만 4373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동기의 5615달러에 비해 156%가 상승했고, 파나막스는 1일 9128달러를 기록하여 지난해 동기의 7517달러에 비해 22%가 상승했다.

올 건화물선 시황은 상저하고(上底下高)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하반기 시황이 좀 더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경우 하반기 올해 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브라질 철광석 수출 물동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전 세계 철광석의 약 70%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도시화 정책의 지속 등으로 철강소비가 증가하고, 단기적 경착륙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국제 철광석 가격이 톤 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고품질의 저렴한 수입 철광석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13%나 증가하여 전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은 10%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원료탄과 연료탄도 작년 대비 4.4%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여, 전체 건화물선 해상물동량은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한편 선박 공급량은 신조선 인도량이 줄면서 케이프사이즈 선박은 4% 증가에 그치고, 파나막스 및 수프라막스 신조선 인도량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케이프사이즈 선박의 수급은 금년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고, 운임시황도 하반기 이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낙관적인 시황전망에도 불구하고 건화물선을 포함한 해운경기가 5월 이후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고, 특히 중고선가가 하락하고 있는 점을 유의해서 보아야 할 것이다. 케이프사이즈 중고선가를 보면, 리먼 사태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2013년 3월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케이프사이즈 중고선가는 작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선령 5년 중고선가가 2013년 6월초 3300만 달러에서 계속 상승해 금년 1월에는 4450만 달러, 그리고 4월 하순 5300만 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후 중고선가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다시 하락국면을 맞아 6월초에는 중고선가가 5000만 달러 이하까지 하락했다.

중고선 시장은 해운 시황의 선행 지표이다. 중고선가가 하락세로 돌아 섰다는 것은 향후 건화물선 시황에 노란색 신호등이 켜진 것이다. 리먼 사태 이후에 있었던 것 같은 폭락 상황은 아니라 해도 2013년 초부터 계속된 상승 경향에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확실하다.

이와 같은 건화물선 중고선가의 하락은 하반기 시황이 낙관적이라면 나타나지 않을 상황이다. 건화물선 시황의 장래에 낙관 할 수없는 견해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핵심은 작년 이래 금년 1분기까지 지속되어 온 신조 발주 붐에 의해 공급 압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중고선가 하락이 계절적인 요인 등에 의한 것이라면 하반기 건화물선 시황상승에 따라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중고선가의 하락이 향후 건화물선 시황 회복지연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점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해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2000척 이상의 신조선이 발주되었다. 그리고 그리스 선박브로커 회사인 골든 데스티니(Golden Destiny)사의 집계에 따르면 금년 들어서도 1~4월 중 신조선 발주량도 1054척으로 전년 동기의 발주 척수 681척보다 55%가 증가했으며, 톤수(dwt) 기준으로는 무려 78%나 증가했다. 이 선박들은 주로 건화물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이다. 이 선박들이 준공 되는 시기가 2015~2016년이다. 현물시장 벌크 중고선 가치 하락세는 그러한 장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많은 해운전문기관들이 2014년에 들면 해운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건화물선과 유조선 부문에서 2013년 말부터 2014년 2월까지 시황개선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2014년 5월 이후부터 다시 하락하였고, 하반기 및 2015년 해운경기가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보이지 않는다.

LPG나 LNG선등 일부를 제외한 건화물,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전 선종에서 나타나는 공급과잉이 주된 요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시장에서 운항되는 선박 거의 모두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의 선박펀드인 KG 펀드가 거의 무일푼으로 파산되면서 독일 선박금융기관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특히 문제는 정기용선을 하지 않고 현물시장에 나와 있는 선박 대부분은 시장이 회복될 것이고 중고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선소의 건조여력이 아직 많이 있고, 수출신용 등으로 선박건조 선박금융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어, 2013년 하반기~2014년 1분기 중에 있었던 것처럼 신조발주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묵과한 것으로 이는 잘못된 기대감이 될 수가 있다.

현재까지 해상운송 수요가 단정적으로 증가될 것이라고 보여 지는 부문은 LNG나 LPG등 가스부분을 제외하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시장참여자들은 2013년을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낙관론을 갖고 있다.

최근 해운시장에서 운임이 결정되는 요인을 보면 해상물동량 증가에 의해 별반 영향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선주의 신조선 발주에 의한 미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심리적 요인이 중고선가를 약세로 만드는 약 베이시스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하반기에 들어 KMI가 예측한대로 시황이 크게 개선된다면 최근의 중고선가 하락이 계절적인 요인으로 분석되겠지만, 시황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13-4년 중에 발주한 과다한 선박에 의한 미래 공급과잉을 우려한 시황하락으로, 최근의 중고선가 하락이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선행지표가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 해운경기 불황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동시에 방어적인 경영 또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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