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 김인현 교수
 I. 들어가며

세월호 사고에서 촉발된 해상보험에서의 직접청구권에 대한 논의는 우리 해운 및 해상보험업계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논의의 발단은 세월호 사고에서 유족들의 총 클레임인 약 1,100억원을 책임보험자가 지급하여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면책사유는 피해자의 책임보험자에 대한 청구에서도 적용되어 피해자들은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지가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우리 나라법이 준거법이고 법령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된 경우(혹은 이와 유사하게 해석되는 경우)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사고가 아닌 한 사고원인과 관계없이 보험자는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상법의 규정이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점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해상보험계약과 다르다. 이 점을 해운신문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II. 직접청구권의 한국법과 영국법하에서의 효력의 차이

영국법하에서는 직접계약당사자의 원칙(privity of contract)이 있기 때문에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가 채무자에게 계약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이러한 원칙의 예외로서 제3자 권리법을 만들어 직접청구권을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영국법의 입장이다. 잘 알려진 선지급(先支給)약정(피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한 경우에 비로서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항변도 유효하다는 것이 영국대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에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다면 세월호 사고와 같은 경우에 피해자는 아예 보험계약관계에 있지않는 책임보험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청해진과 책임보험자인 해운조합사이의 선주배상책임공제(책임보험)의 준거법은 한국법으로 되어있다. 그러므로 영국법이 적용되는 아니라 한국법이 적용된다. 그러면, 한국법하의 책임보험의 직접청구권은 어떻게 되는가? 영국법하에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1991년 상법개정시 우리나라는 직접청구권을 전폭적으로 도입하여버렸다. 어떠한 제한, 즉, 피보험자의 도산시 혹은 재판에서 채무가 피보험자에게 있다는 확정판결이 있을 것 등의 조건은 전혀 없이, 책임보험이기만 하면 직접청구권이 인정되도록 되었다(상법 제724조 제2항).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획기적인 입법이었고,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강한 입법이 되었다.

1. 피해자의 가해자(피보험자) 및 책임보험자에 대한 청구
우리 법하에서 피해자는 피보험자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면서도 다시 책임보험자에게 청구를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던지 자신에게 유리한 쪽에 청구를 하여 손해를 배상 혹은 보상받으면 되는 것이다. 영국법하에서는 피보험자가 도산이 되지 않는 한은 피보험자에게 먼저 청구하여야 한다. 피보험자가 도산이 되더라도 선지급항변이 있어서 사실상 피해자는 보험자에게 청구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영국법의 입장에 비하면 우리 법하에서 피해자는 크게 보호되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영국법하에서 라면 피보험자인 청해진이 도산이 된 경우에만 책임보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을 한국법하에서는 가해자인 청해진에게도 청구 할 수 있고 책임보험자에게도 청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2. 책임보험자의 항변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던지, 담보위반이었다던지, 감항능력결여 등을 이유로 면책사유가 있기 때문에 책임보험자가 피보험자에게 면책이 되는 경우에 이것을 피해자에게도 주장하여 보험자는 면책이 되는가? 이에 대하여도 한국법과 영국법은 차이가 난다. 영국법하에서는 책임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지위를 대위한다는 것이므로 보험자는 피보험자에 대한 항변을 가지고 피해자에게 대항이 가능하다. 면책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법하에서는 이와 다르다.

피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은 보험자가 주장할 수 있도록 명문의 규정이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있다. 예를 들면 선주(피보험자)가 책임제한이 되어 손해액 100억중에서 10억만 지급하여도 된다면, 이를 책임보험자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법 제724조 제2항은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학설이 나뉜다. 제724조 제2항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으로 해석하거나, 직접청구권을 손해배상청구권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면, 보험자는 항변을 할 수 없다. 보험금청구권설의 입장에 서거나, 보험자가 피보험자에 대하여서 보다 제3자에 대하여 더 불리하게 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선다면 항변이 가능하다. 즉, 보험자는 면책된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종래 의무책임보험이라면 항변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임의책임보험(예컨대 적하<화물>손해)의 경우는 각종항변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취하여왔다. 이것은 해상국제조약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유류오염손해배상조약(CLC)를 반영한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난파물제거협약, HNS협약, 선박연료유협약, 아테네협약 2002년 의정서등에서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배법은 상법의 특별법으로서 기능한다. 유배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에게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제 14조). 그런 다음 피해자를 더 보호하기 위하여 CLC를 받아들여 고의가 아닌 한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자의 항변사유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제16조). 난파물제거협약, 선박연료유협약도 마찬가지이다.

3. 세월호 경우의 해석
그러면, 세월호와 같은 여객운송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 상법이나 단행법이 내항여객운송인에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적하의 소유자인 화주가 책임보험자에게 직접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여객의 유족들이 청구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은 후자의 경우가 더 높음은 쉽게 할 수 있다. 여객의 유족은 유류오염 피해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다. 더구나, 해운법 제4조 및 시행규칙 제3조의2에 따라 면허요건으로서 정부는 세월호의 운송인에게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였다. 정부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험에 가입하라고 한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가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아테네협약 2002년 의정서도 의무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항변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합쳐보면, 손해가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사고가 아닌 한 보험자는 피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을 가지고 피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하는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피해를 입은 화물의 소유자들이 책임보험자에게 청구하는 경우에는 면책항변을 보험자는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화물에 대한 책임보험은 임의책임보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아직 의무책임보험이 아니므로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4. 사고원인과 무관한 법리해석에 따르는 피해자의 직접청구권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직접청구권의 문제는 고의를 제외하고는 보험사고의 원인과 관계없는 순전히 보험법상 해석의 문제이지 사고원인과 관계없는 것이다. 사고가 불감항에 의한 것이던 아니던, 담보위반이던 아니던 관계없이,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요컨대, 두가지는 분명하게 구별하여야 한다. 첫째, 선박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의 문제 그리고 책임보험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금지급의 문제는 보험사고의 원인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인 원인이 발표된 다음에서야 결론을 낼 수 있는 문제이다. 둘째, 그러나, 피해자의 책임보험자에 대한 청구는 법률에 의하여 피해자에게 주어진 권리이고 이는 법해석에 따른 문제이기 때문에 고의가 아닌 한 사고원인과 무관한 논의가 된다. 피보험자인 청해진이 고의로 여객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의면책은 없다고 보아야하고 그렇다면 이 문제는 순전히 법리해석의 문제라는 것이다. 책임보험자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는지의 문제는 이미 보험계약의 체결시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그 결과를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Ⅲ. 요약 및 시사점

한국법은 책임보험계약이 체결된 경우 광범위한 직접청구권이 피해자에게 인정되기 때문에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와 달리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면 책임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정은 계약체결시 보험료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직접청구권은 사고원인이 고의가 아닌 한 사고원인과 무관한 법규정 해석의 문제가 된다.

위와 같은 문제는 영국법만을 준거법으로 하여오던 우리나라의 해상보험업계가 한국해운조합 및 Korea P&I가 등장하면서 한국 준거법을 사용하게 되어 우리법의 효용이 살아나면서 생기게 된 것이다. 담보특약에 대하여도 우리 대법원은 피보험자를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 점도 영국 법과 다르다.

우리 상법이 준거법이 되는 여러 경우에 영국법과 그 내용이 다름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와 업계는 이러한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해상법 해상보험법 강좌를 더 개설하여 많은 관련자들이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하고, 관련 전문가들은 특강이나 기고를 통하여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인현captainihk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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