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전조, 금융권의 우산 뺏기

금융권 압박 2016~2017년 13척 처분

지난해 358억원의 영업이익과 10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던, 소위 흑자기업인 동아탱커가 왜 갑자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까? 이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돈이 없어서다.

유동성 부족을 겪던 동아탱커는 지난 3월 27일 한국수출입은행이 선순위를 제공한 탱커에 대한 원리금 납입을 연체했고 3 영업일이 지난 4월 2일 수은이 이를 근거로 기한이익상실(Event of Default ; EOD)을 통보했다.

수은이 EOD를 통보하자 크로스 디폴트 조항에 따라 동아탱커에 선순위를 제공했던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이 잇따라 EOD를 선언하면서 동아탱커는 4월 2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청구하기에 이르게 됐다.

그렇다면 한때 약 3천억원 규모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었던 동아탱커가 어쩌다 현금이 동이 나 원리금 상환을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까지 가게 됐을까? 그 시초는 불과 3년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박을 확보해 국내외 선사에게 용선해주고 용선료를 수취하는 소위 대선사업을 영위해왔던 동아탱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래처였던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 STX팬오션(현 팬오션), 중국 샤강제철소, 미국 오프쇼어 회사인 토이 등이 파산하면서 2억 7200만 달러(약 31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나름의 준비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선방해왔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 간 삼선로직스, STX팬오션 등과 계약이 강제로 해지되거나 용선료가 감액되면서 용선료 수입이 감소해 동아탱커가 경영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6~2017년 금융기관들의 해운업 여신 축소 정책에 따라 선순위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들이 보유선박 매각을 통한 원리금 일시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른 바 금융권의 우산 뺏기가 시작된 것이다.

동아탱커는 선박을 매각하라는 금융권의 요구를 버티지 못하고 2015년 8월 18만dwt급 케이프 벌크선 동아에라토호(2010년 건조) 매각을 시작으로 2016년 8월 1만 3천dwt급 케미컬 탱커 동아폰투스호(2006년 건조), 2016년 11월 1만 3천dwt급 케미컬 탱커 동아티케호(2009년 건조), 2017년 1월 18만dwt급 케이프 벌크선 동아레토호(2010년 건조)·동아에티르호(2011년 건조), 2017년 3월 1만 3천dwt급 케미컬탱커 동아페네우스호(2009년 건조), 2017년 4월 1만 3천dwt급 케미컬탱커 동아크로노스호(2006년 건조)·18만dwt급 케이프 벌크선 동아아르테미스호(2012년 건조) 등 8척을 매각했다.

또한 2017~2018년부터 미국 토이와 체결한 장기운송계약에 투입하기 위해 신조 발주해 건조중이던 원유운반선 5척도 토이 파산 등에 따라 리세일 매각하면서 동아탱커의 선대는 29척에서 현재 18척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금융권의 요구로 동아탱커가 저선가 시점에서 장부가 이하로 선박을 매각하면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동아탱커가 대규모로 선박을 매각했던 2016년과 2017년 각각 454억원, 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선박매각에 따른 장부가 손실분이 반영되면서 2016년에 488억원, 2017년에 1988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2015년말 1820억원의 매출과 357억원의 영업이익, 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우량 중견기업이었던 동아탱커는 금융권의 우산 뺏기가 시작되면서 2년새 무려 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내는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동아탱커는 자구노력과 추가 선박 매각을 지양하면서 2018년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2018년부터 지속된 리보(Libor) 금리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원리금을 상환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선박대출은 통상 3개월물 리보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자율이 책정되는 데 과거 0.3%였던 리보금리는 현재 10배에 가까운 3%까지 상승했다. 동아탱커는 “리보금리가 상승할 경우 통상 가산금리를 인하해주는 방식으로 선사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아탱커는 (선박 매각에 따른 대규모 당기순손실 발생 등으로) 신용도가 낮고 해운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가산금리를 인하해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과거 2.03~3.58% 수준이었던 금리는 최근 5~6.55%까지 상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탱커는 결국 CAPEX 비용이 급등하면서 OPEX를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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