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면허, 항공기 수준으로 높여야"

고객·협력사와의 신뢰바탕으로 위기극복

부산항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한일카페리선사 부관훼리가 올해로 취항 50주년을 맞았다.

1985년 부관훼리에 입사해 35년간 원클럽맨으로서 화물과 여객 영업을 총괄하다가 최근 회사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호 상무이사에게 취항 50주년을 맞은 올해는 의미가 남다르다. 

김정호 상무는 한일관계 악화와 코로나19로 앞을 점치기 어려운 때지만 고객·협력사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50년을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이번 위기도 고객·협력사들과 함께 슬기롭게 해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35년간 한일여객항로의 성장을 함께 한 김정호 상무는 과거 수많은 여객선사들이 한일항로에 도전했다가 쓰러져가는 것을 지켜봤기에 국제여객선 면허 기준을 항공기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객선사는 단순 돈벌이가 아니라 여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화물선과 달리 철저히 준비해야하고 한국해운의 신뢰도, 국격과도 연결되므로 보다 꼼꼼하게 면허 조건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김정호 상무와 나눈 일문일답.

-취항 50주년 맞은 소감은?

=50년 역사가 별 거냐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 50년 동안 유지·발전하는 회사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50년 동안 존속하며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을 아끼지 않은 협력업체, 거래처, 유관기관들과 그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준 우리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부산항과 시모노세키항을 연결했던 한 서린 관부연락선은 1945년 해방과 함께 사라졌다가 양국간 협력과 우호의 상징인 부관훼리로 부활했다. 따라서 한일관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부관훼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양국의 전대미문의 갈등 속에서 문희상 전국회의장이 한일관계 복원해법으로 ‘부관훼리 선상에서 새 시대를 이어 갈 양 정상의 새로운 선언’을 제안한 것도 같은 이유다.

취항 50주년을 맞아 양국이 발전적이고 우호적인 100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부관훼리가 그 역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관부훼리와 50년간 협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부관훼리와 관부훼리는 완전히 별개 법인으로 1970년 첫 취항부터 공동운항을 했다. 공동운항이라고 하지만 처음에 관부훼리가 선박 1척을 투입했고 적자도 많이 났기 때문에 우리의 입지가 상당히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1983년부터 우리가 추가로 선박 1척을 투입해 2척으로 데일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여객과 화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경영이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었다.

양사는 완전히 별도의 법인이지만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와 같은 장비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각사 장비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수입을 쉐어링하는 구조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양국간 수출입 화물의 비중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각사가 장비 사용 비율을 유동적으로 조정해 손익을 맞춰 서로가 불만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상호 신뢰가 부족해 매년 회계 감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점점 신뢰가 쌓이면서 10여년전부터는 아예 회계 감사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 또 양사 임직원끼리 업무교류와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 양사간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관훼리도 일본 선사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부관훼리는 재일동포인 창업주가 투자해 1969년 한국에 설립한 엄연한 국적선사다. 창업주가 2002년 작고하면서 자제분이 최대주주가 됐는데 대표이사인 자제분이 일본 국적이 되면서 그 이후부터 일본선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부관훼리는 일본선사가 아니고 외투기업인 국적선사다. 외국인이 투자했다고 삼성전자를 아무도 외국회사로 보지 않지 않나? 창업주께서는 당초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손해를 보면서 까지 한국조선소에서 성희호 건조를 추진하실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컸던 분이다. 그런 창업주의 지분을 물려받은 자제분이 일본 국적이라고 해서 부관훼리를 일본선사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한일항로에 취항했다가 실패한 여객선사들이 많은데…

=충분한 준비 없이 지자체 지원금만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여객선사들이 너무 많다. 몇년전 한국 여객선사들이 취항한지 1년도 못돼 문을 다는 경우가 빈번해 일본내에서 한국선사들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적이 있다. 여객선 취항을 지원한다고 CIQ를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인력과 시설을 갖추려고 투자했는데 취항 1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으니 시선이 좋을 리가 없다.

한국선사들이 1년을 못 버티고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한국해운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국격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해양수산부가 국제여객선 면허 기준을 항공기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객선 면허조건을 화물선과 동일하게 일정 자본금에 선박 확보 여부만 살피니 적자가 나거나 지자체가 지원금을 끊으면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신규 취항한 선사가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선사들에게 전가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국제여객선 면허 발급시 항공기처럼 자본금, 선박 확보 여부 등 기본적인 것 외에 운영자금은 충분한지, 사업계획과 수익모델은 타당한지 보다 면밀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제여객선 면허조건을 항공기 수준으로 높여야 된다는 것은 진입장벽을 높여 우리만 독점적 이득을 보겠다는 뜻이 아니다. 여객선은 단순 돈벌이가 아니라 여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한국선사의 신뢰도 제고와 국격 유지를 위해서라도 면허 요건을 좀 더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으로 여행객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제여객선사들은 사업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다행히 정부와 유관기관이 마련한 지원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가뭄의 단비 같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어려운 시기에 뒤에서 함께 걱정하고 헤쳐 나가기 위해 애쓰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정부 지원은 한시적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코로나 사태는 전체 해운산업은 물론이고 카페리 업계 혼자 힘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각의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모든 유관기관들이 장기적인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지원방안을 강구해 현재의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

▲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중인 성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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