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이어갈 ‘국제물류포럼’ 창설하고 싶어”

김병진 위원장
김병진 위원장

부산총회 외국인들의 호평에 일단 안도감
국내 물류업체들 국제적인 시각을 가져야

2022 FIATA 부산 세계총회가 개최된지 꼭 한달만인 지난 10월 12일 기자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역 근처에 위치한 한국국제물류협회 부산사무실로 이번 총회의 주역인 김병진 FIATA 부산 세계총회 조직위원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가졌다.

잘 알려져 있듯이 김병진 조직위원장은 이번 부산 세계총회를 유치해서 성공적으로 개최해 내는데 최고의 공을 세운 일등공신이자 FIATA 부산 세계총회의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국국제물류협회 회장으로서 세계물류업계를 대표하는 FIATA 조직 속에서 인맥을 쌓아서 2017년 말레이시아 총회에서 FIATA 총회 부산 유치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는 정재계의 유력인사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으로부터 대대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내 2022 부산 세계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냈다. 이번 부산 세계총회의 성공은 그의 원맨 쇼 같은 활약 덕분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제회의 참석차 1주일 동안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고 막 돌아온 상태라 피곤해 하는 그를 만나 FIATA 부산 세계총회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그 내용을 문답식으로 간단하게 요약 정리해 본다.

- 위원장님께서 FIATA 총회를 부산에 유치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1981년 조양상선에 입사를 하여 부산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을 해운회사에서 시작한 것이죠. 국전선사을 시작으로 해서 대리점에도 근무했고, 나중에는 친척회사인 국제훼리에서도 일하다가 포워딩회사를 직접 차려서 부산지역에 일하게 됐고, 그 이후에는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 부회장까지 되었습니다. 부회장으로서 약 9년간을 근무하면서 FIATA 등 국제행사도 많이 참석하게 됐고, 그러다 2015년에 KIFFA 회장에 당선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에 우리 포워더들은 너무 영세한 업체이다 보니까 포워더들이 결성한 협회인 KIFFA도 어딜 가든 대접을 못 받았습니다. 그때 KIFFA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행사를 국내에 유치하여 보란 듯이 잘 치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 총회 유치는 제가 부회장 시절부터 생각하던 것이었고, 그래서 회장이 되자마자 취임 제1성으로 ‘FIATA 세계총회 부산 유치’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조양상선에 들어가 해운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내 운명이요, 결국 KIFFA 회장까지 하게 된 것도 내 운명입니다. 회장이 된 이상 우리 국제물류업체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위상을 높이는 일을 내가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FIATA를 내 고향인 부산에 유치하는 것이 꼴 필요하다는 생각했습니다.”

- 부산 총회 유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한번 유치에 실패했다가 다시 유치 신청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어려웠던 유치 과정을 좀 들려주세요.

“제가 2015년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렸던 FIATA총회에 가보고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제일 먼저 우리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포워더의 위상이 너무나 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총회 유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이듬해인 2016년 아일랜드 더블린엔서 열린 총회에 우리는 부산 총회 유치 신청을 했던 것입니다. 그 때는 솔직히 협회 예산도 없고 하여 사비를 많이 썼습니다. 선정 위원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다 사비를 써야 했습니다. 협회에서 정해진 경비는 얼마 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시의 경쟁 상대는 슬로베니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습니다. 우리가 PT를 아주 잘해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치에 성공하여 2019년 총회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총희의 부산 유치가 실패 한데는 더블린 총회 당시에 부산은 태풍이 불어닥쳐 엄청난 물란리를 겪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FIATA 조직내에 누가 들어가 있느냐 하는 점도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그 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당시 남아공의 물류협회장이 바로 FIATA의 수석 부회장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FIATA 회장은 ‘짜오’였습니다. 부산 총회 유치에 실패하고 나서 바로 그를 직접 찾아가서 다음 총회는 부산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최종적으로 그로부터 100% 지원약속을 얻어냈습니다.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총회에 2020년 FIATA 총회 유치를 신청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 벨기에,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3국이었습니다. 벨기에는 협회 창립 100주년을 내세웠고, UAE는 2020년에 엑스포를 치르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치른 결과, 결론은 2020년에는 한국 부산, 2021년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총회를 치르기로 한 것입니다. 그 당시 총회 유치에는 부산시, 국투교통부, 해양수산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총회 부산 유치 지지영상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모든 분들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FIATA 부산 총회 유치 결정이 나고도 코로나 때문에 대회를 못 치러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습니다.

“부산 유치 결정이 되고 나서 막상 대회를 치르려고 하니까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대회를 미루면 나의 회장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FIATA와의 협조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회의 정관까지 바꾸어서 중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미리 받아 놓았던 후원금은 다시 다 돌려줘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기관들의 협조를 얻으러 다니고 정치인들을 만나고, 새로 다 다시 설명을 해야 하는 등 두 번 일을 하는 것일 보통일은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법인 모양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FIATA 측에서는 부산 총회를 취소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지만 저는 부산 총회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한 의사 표명을 하는 레터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서 FIATA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의를 협회의 도움없이 부산에서 개최하게 됐던 것입니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가 확보했던 한국의 FIATA 내의 부회장 자리는 날라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총회 유치 과정에서도 뼈저리게 느낀 것인데, 결국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이너서클안에 누군가가 들어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측의 소극적인 대처로 FIATA 부회장 자리가 날아갔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상황입니다.”

- 부산 총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를 이끈 조직위원장님으로서 소감이나 감회 같은 것을 좀 말씀해 주시지요.

“무사히 마쳐서 잘 됐다는 안도감이 듭니다. 이 부산 총회에 대해 개중에는 이것이 부족했다 저것이 부족했다고 미흡했던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번에 참석했던 FIATA 집행부로부터 극찬을 받고,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들으니 그래도 잘 해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듭니다. FIATA 회장은 저희 협회와 조직위원회로 공식적인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KNN 특집에도 부산총회와 내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런 것이 하나의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물류산업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 아니 전세계의 물류 중심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잘 홍보했다고 하면 그것으로서 저의 역할을 잘 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총회가 끝났는데 이번 FIATA 부산 총회가 어떠한 부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FIATA 본부에서는 부산 총회 개최로 2조 88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고, 한국의 물류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2조 88억원이라는 것이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산항이 세계 제1의 환적항이 될 수 있도록 부산항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진 효과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이번에 동남아에서 나오는 컨테이너물량을 부산항으로 총집결 시켜서 미국항으로 내보내겠다는 부산항 환적항 전략을 가지고 상담을 진행한 동남아국가의 사업가도 있었습니다. 사실 부산항 홍보라고 하지만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고의 항만이자 동북아의 중심항만이기 때문에 결국은 대한민국 자체를 홍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지역 물류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널리 알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번 부산 총회에 은산해운항공과 같은 사기업도 많은 후원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 기구나 민간 업단체의 행사 지원은 충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 대회가 끝난 만큼 경비를 사용한 것은 모두 세부적으로 내용을 증빙하여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해운물류 관련 기관과 단체 또는 업체들의 정성어린 후원금으로 이번 총회가 아주 멋지게 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지원 받은 후원금은 국토부를 통한 9억 9000만원이었고 부산시에서도 6억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밖에 한국해운협회, 한국해운조합, 부산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은산해운항공 등에서도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을 받았고, 기천만원의 후원금을 낸 단체나 업체들도 여러 군데입니다. 중국이 이번 총회에 참석을 못하는 바람에 예상 수입이 약간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서 일부 어려움도 있었지만 거기에 맞게 경비절감에 노력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신 많은 기관과 업단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저는 협회나 조직위원회 직원들에게 이런 행사를 해서 돈을 벌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항상 강조했습니다. 대의를 위해 큰 마음으로, 물류 발전에 이바지 해야겠다는 생각만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할 때는 공익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해야지 잡스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 FIATA 총회를 마친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위원장님께서 향후에 추가로 한번 해보고 싶은 사업은 없습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새로운 국제물류포럼을 한번 만들어 봤으면 합니다. FIATA 총회와 같은 대형 행사 마치고 나면 곧바로 없었던 일이 되고 기억에서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는 국제물류포럼을 우리가 한번 시작을 해봤으면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국제적인 물류상황은 국지적인 경쟁에만 몰입하다가는 도태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 이런 때 외국인들과 함께 국제적인 물류현상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포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국제포럼은 FIATA 본부와도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만들어야만 한다고 봅니다. 또한 이 문제는 KIFFA 뿐만이 아니라 한국해운협회 등과도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국내 물류업체들이나 정부당국에 건의하거나 당부하실 말씀은?

“정부가 물류산업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내 포워딩업체가 4000개사가 넘는 반면에 한국국제물류협회에 가입한 포워딩업체수는 660개사에 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난립되어서 경쟁이 심화되고 그로 인해 업체들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류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제는 적당한 규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FIATA가 발행하는 FBL을 쓰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 되어 있는 행정조직의 일원화도 시급합니다. 이것이 곤란하다면 대통령직속의 ‘물류위원회’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물류업체들에게는 생존을 위해서도 국제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국제적인 무한경쟁 시대에 국내의 틀에 갇혀 지질한 경쟁만을 일삼아서는 생존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화주들도 운송에 관한한 전문가들입니다. 물류업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화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질을 고도화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월 14일 개최된 'YLPD 차세대 물류리더의 날'에서 김병진 위원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9월 14일 개최된 'YLPD 차세대 물류리더의 날'에서 김병진 위원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