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일본 해운업계 DX화 현황과 전망

일본 정부 강경 자세, 일반국민 의식도 변해
해운업 특화 AIS사의 통합시스템 최근 급부상
이슈로 부각된 내항해운 노무관리 DX 추진

일본 국민과 사회가 최근 급격하게 변해가고 있다. 전통을 중요시 하고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던 일반인들의 마인드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 문명기술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고, 소위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경제산업성을 비롯한 일본 정부 당국들로 이제 DX화는 일반 기업은 물론,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까지도 파고들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은 일본의 DX화가 크게 진전되었다는 사실을 수치나 도표로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든가, 회사 사무실마다 업무 보조용 로봇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중대한 변화의 기점에 와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우리의 관심은 일본 해운업계의 DX화는 얼마나 추진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 선사들이 우리의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DX화 진통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러한 일본 해운업계의 DX화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지난 9월 2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동경을 방문하여 일본의 해운특화 IT기업과 일본선사, 한국선사 현지법인 등을 대상으로 해운업계의 DX화 현황에 대한 취재를 했다. 그 내용을 시간대 별로,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 봤다.<전문>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게 들리는 DX(Digital Transformation)라는 단어는 우리말로는 ‘디지털 전환’이라고 보통 번역이 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 용어는 2004년 스웨덴의 에릭 스톨터만 교수가 처음 논문에서 언급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에는 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단숨에 기업경영의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게 됐다.

2018년 일본 경제산업성 DX추진 공식화

스톨터만 교수는 DX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향후 IT의 확산이 인간의 생활을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영어에서 X는 Trans라는 말을 줄여 쓰는 것으로 ‘변화, 변형, 변혁’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DX라는 말은 ‘디지털화에 의해 사회나 일상생활의 형태나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라면 DX는 우리말로 번역할 때 ‘디지털 전환’ 보다는 ‘디지털 혁신’이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8년에 “DX리포트- IT시스템 ‘2025년의 절벽’ 극복과 DX의 본격적인 전개”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이 보고서는 “진보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이 대두됨에 따라 일본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피하기 위해서는 DX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수개월 후에 ‘산업계에 있어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추진’이라는 정책을 내놓았고, ‘DX추진 가이드라인’을 발표, 정부차원의 DX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당시 경제산업성의 DX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데이터와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고객과 사회의 니즈를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업무 자체와 조직, 프로세스, 기업문화 등을 변화시켜 경쟁상 우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화에 의해 변혁을 해야 하는 대상이 생산하는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등 소위 기업이 판매를 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업무나 조직, 프로세스, 기업문화나 풍토 등을 포함한 기업의 조직이나 기업의 활동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DX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국가 전체적으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DX 추진이 늦어지는 바람에 기업들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그에 따라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경제산업성은 DX화 전략을 발표할 당시에 “향후 일본기업이 디지털화를 이룩해 내지 못할 경우에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2조엔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일본 정부가 기업의 DX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2021년에는 아예 디지털청을 별도의 정부기구로 설치하게 된 이유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이다.

기업의 DX가 IT화나 디지털화와 다른 점은 변화나 변혁을 뜻하는 X가 붙었다는 점이다. IT화나 디지털화는 정보기술이나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업무의 단축이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말한다면, DX는 그러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전반적인 프로세스나 업무조직을 변혁시키는 것 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흔히들 IT는 ‘전술’이고 DX는 ‘전략’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DX의 성공적인 도입사례는 아마존에서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마존은 인터넷에서 서적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장남감, 전자제품은 물론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들을 다 팔고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점포에 물건을 사러 간다’는 행동양식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상에 편하게 상품을 구매한다’는 형태로 변혁을 시켜놓은 것이다. 즉 우위성을 확보한 전자상거래(EC) 업체로 변혁하는데 성공한 것이며, 아마존은 이러한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도 AI 등을 이용한 혁신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강력한 DX기업의 출현이 아날로그를 고집하던 일본이 DX화 추진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의 DX 사례는 중소규모의 해운기업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일본 해운업의 현실에 맞는 DX 추진이 필요한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 주목을 받는 것이 일본 토종의 해운 소프트웨어 회사 AIS사와 같은 기업이다.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일반기업들은 핵심역량 자체가 제조, 유통, 서비스업 등이기 때문에 IT나 디지털기술과는 거리가 좀 먼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반기업들은 IT나 디지털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에 잘 부합하는 디지털기술을 선택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일반기업의 DX화는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운기업을 포함한 일본의 서비스업종 기업들도 DX 추진이 어려운 것은 마친가지다.

DX에 성공하는 일본기업들 속속 등장

물론 최근에 일본 기업 가운데도 DX화를 추진하여 상당히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종합식품회사인 에자키 글리코 주식회사가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마케팅 오토메이션(MA)을 도입함으로써 인터넷으로 고객들을 확보하고 그에 따라 매출도 급격하게 신장시킬 수 있었다. 마케팅 오토메이션 프로그램을 이용, 고객기업들의 성향을 분석하여 고객들의 구매 타이밍, 실제로 필요로 하는 내용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고객까지 창출해 냄으로써 마케팅에 완전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웹페이지를 개선하고 계속적으로 성과 분석하고 미비점을 개선함으로써 계속적으로 매출을 신장시켜 나가고 있다.

전자기기 제조 회사인 코니타 미놀타 주식회사의 경우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 회사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시스템을 개발하여 노동시간을 약 2만 4000시간 단축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있다. RPA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옮겨 적는 작업이나 종이 매체를 데이터화하는 등의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고 실수를 없앰으로써 생산성을 급격하게 증대시킬 수가 있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도입으로 사원들은 잔업을 줄이고 기획과 전략 구상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라 설계와 제품의 품질 향상이 이뤄져 결국 회사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일반기업들은 여러 가지 여건상 DX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영세성으로 인해 DX화로 인한 투자 비용을 감당해 내기 어렵기 때문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다. 더구나 일본 특유의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 성향과 인구의 전반적인 노령화는 DX 추진의 최대의 걸림돌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기업들의 DX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기에 DX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외부의 IT컨설팅업체들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일본 정부도 일본의 기업들이 DX화에 어려움을 느낄 경우 IT업체나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컨설팅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외부인력에 의한 DX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기술적 이해도가 뒤떨어지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일반기업의 DX화는 해당 담당직원들과 이용 고객들의 디지털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과 전반적인 업무 습득으로 기술적인 개선을 이뤄 나가는 것이 필수다.

보수 성향·인구 노령화 DX화의 걸림돌

일본 총무성이 발행한 2021년판 정보통신백서에서 ‘일본에 있어서의 디지털 대처 현황’이라는 항목을 보면 “일본에 있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처 현황을 조사해 봤더니 59.3% 기업들이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다만 대기업들은 약 40% 정도가 이런 답변을 했고, 중소기업들은 약 70% 정도가 DX를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중에 해운업과 관련이 있는 운수업종의 DX화 추진 정도는 일반기업의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DX를 실시하기 않고 있고 앞으로 도입 계획도 없다고 답변한 숫자가 전체 조사의 66.2%였으며, 2018년 이후 DX를 실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기업들은 12.1%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일본 총무성이 발행한 2023년판 정보통신백서에서 ‘ICT 시장의 동향’이라는 항목을 보면 일본의 정보통신산업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크게 뒤쳐져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일본 민간기업의 정보화 투자는 15조 5000억엔으로 전년대비 0.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민간기업의 정보화 투자는 2000년대 이후 연도별로 봐도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미국 민간기업의 정보화 투자는 2000년 이후 높은 증가율로 매년 꾸준히 상승해 왔다. 그 결과 2021년 경우 미국의 민간투자는 일본의 8배에 달하는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경향은 ICT분야의 연구개발비 동향을 살펴봐도 마찬가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21년도 일본의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비는 3조 4420억엔이었는데, 이것은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비가 근년에 감소했거나 그저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세계 1위의 정보통신 분야 투자국인 미국이나 EU, 중국 등 투자 상위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참고로 미국의 2019년 정보통신분야의 연구개발비는 71조 6739억엔으로 2021년의 일본의 그것과 비교해도 20배가 넘는 실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日정부 ‘디지털청 설치’ DX 적극 대응

하지만 이러한 일본은 앞서 지적한대로 2018년에 경제산업성이 “일본 전산업의 DX화”를 주창한 이래 분위기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근무여건이 바뀌고 그에 따라 디지털 사용이 실생활에서도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의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들어 일본 정부는 DX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블록체인 및 웹3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및 웹3 전략을 고도화화기 위한 전략 중의 하나로 지난 2021년 9월에 디지털청이 설립되어 업무를 시작한 것은 이런 정부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디지털시대에 뒤떨어진 나라로 여겨져 왔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를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가 오랜 시간 축적된 직업적 노하우를 우대하는 장인정신과 맞물리며 일본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천국이 되었다. 또한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급속한 노령화시대로 접어든 것도 이런 아날로그 전성시대를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이런 것이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며 ICT 디지털 전환 트렌드가 세계를 뒤덮었게 되고 그에 따라 일본인들의 디지털에 대한 경험이 늘어나면서 DX화는 자연스레 틀을 잡아가고 있다.

요즈음 일본 동경의 지하철을 타보면 일본 국민들의 DX화가 크게 진척되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가 있다. 최근 지하철 이용 승객들의 경우 탑승시 대부분 스마폰을 켜서 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을 꺼내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요즘의 한국 지하철 풍경과도 아주 흡사한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사뭇 다른 양상이었다. 지하철 내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용하는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이나 서적을 펴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문이나 만화책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제는 기사나 웹튠 같은 것을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얘기였다.

일본 디지털청
2021년 설립된 일본 디지털청

동경서 해운DX화 국제회의까지 열려

일본의 해운업계의 DX화가 어느 정도나 진전되었는가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외항해운업체들의 경우 특히 외항 컨테이너선사의 경우는 일본은 원양항로에서는 ONE 한 회사만 존재하므로,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는 ONE의 DX 현황을 알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ONE의 경우, 운항관리, 영업관리 시스템은 이미 사라진 한진해운의 시스템을 개발한 싸이버로지텍으로 부터 시스템을 도입하여 개선된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적용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우리나라 외항 컨테이너선사들보다는 DX화가 늦었지 않았을까 어림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일본은 2018년 경제산업성의 “전산업의 DX 추진‘ 정책을 밝힌 이후, 그리고 코로나19의 단절의 시대를 겪으면서 DX화에 엄청난 진전을 이룩했다. 특히 정부를 중심으로 하여 DX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일본기업들의 각오나 열기는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그것을 뛰어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OL의 데이터 플랫폼 FOCUS 구조도

일본 외항선사 가운데 DX화에서 앞서 나가는 선사는 바로 MOL이다. MOL은 국토교통성에 의해 DX에 성공한 사례 32개사 중 하나로 선정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MOL이 DX에 성공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MOL이 운항선박의 정보를 집적하여 구축한 클라우드 상에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FOCUS라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자체개발한 어플 ‘Fleet Viewer’를 통해 항해중인 선박으로부터 약 6000점의 항해, 기관 데이터를 1분 단위로 수집하여 선박의 상태나 위치 정보를 육상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100% 자회사인 ‘kiliMOL 주식회사’를 세워 아프리카에 농기계를 판매하는 신규사업을 개시한 것을 들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착수를 했다는 것이 선정의 이유이다.

그러나 이런 몇가지 사실만을 가지고 일본 외항선사들의 DX화가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상당한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일본 해운업계의 동정을 더 살펴봄으로써 그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추산해 볼 수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일본 외항해운업계의 해운DX화 열기를 느껴볼 수 있는 해운DX 관련 국제포럼이 일본 동경에서 열렸다. 지난 8월 30일 동경 히라가와조에 있는 해운빌딩에서 열린 ‘스마트 마리타임 네트워크(SMN) 동경국제회의에는 해운, 조선, IT, 컨설팅회사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해운산업의 DX화 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회의에서는 빅데이터 활용과 고도화된 기기의 제어를 위해 포맷을 표준화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날 패널 토의의 주제는 ‘DX의 물결에 올라탄 일본의 디지털전략과 지표’였으며 참가자들은 “오퍼레이션 최적화와 연료 소비 절감을 위해 리얼타임에 가까운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참가자들은 향후 과제로 “빅 데이터의 포맷 표준화와 데이터 위장 방지를 위한 플랫폼 구축과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등을 들었다.

이날 국제포럼에서는 항만과 관련하여 사이버 포트 구상, AI 터미널, i-Construction 등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고, 선박과 육상간의 통신접속성 향상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통신 접촉성 향상 문제도 다뤄졌다. 이런 움직임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기는 하지만, DX화에 대해 해운업계 단위의 본격적인 논의가 없는 우리로서는 약간 부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8월 30일 일본 동경 해운빌딩에서 개최된 스마트 마리타임 네트워크 국제포럼

한국 컨테이너선사 현재 웹부킹율 100%

일본 외항 컨테이너 선사들의 DX화 정도를 우리나라 외항 컨테이너 선사들과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기자는 이번 일본 방문 취재기간 내내 이런 의문을 가졌었다. 기자는 지난 9월 20일부터 4일 동안 일본 동경을 방문해 우리 한국선사의 동경법인들을 돌며 주재원들을 몇 명 인터뷰했다.

한국선사의 일본 동경 주재원들 대부분도 해운업계뿐 아니라 산업전반에 있어 DX화는 한국이 한발 앞서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러한 한국 컨테이너선 업계의 DX화에 있어서는 한진해운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도 중반에 걸처 수차례의 Process Innovation 컨설팅 및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IT시스템을 전략적으로 활용 하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했었던 해운항만물류 분야의 IT기업 싸이버로지텍의 역할이 있었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 외항 컨테이너 선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웹 부킹을 하는 등 디지털화에 의한 페이퍼리스를 실현했지만 일본의 주재원들은 이를 일본 고객회사들에게 까지 확산시키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했다.

당시 근해항로 컨테이너선사들 가운데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이 이런 DX화에 앞서갔으며, 원양벌크선사 가운데 팬오션이 일찍부터 업무에서 전산화, 디지털화를 실현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들 회사 중 일부는 한진해운의 계열사로써 해운과 항만의 시스템을 개발했던 싸이버로지텍과 일정부분 연결의 고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해운의 동경 현지법인은 홈페이지 eKMTC를 통해 2006년부터 웹부킹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당시 일본 화주들의 호응도는 미약하여 처음에는 웹을 통한 부킹 성공률이 10~20%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컴퓨터를 가지고 직접 방문하여 설명하는 등 열성을 다한 결과 점차 웹 부킹율이 올라갔고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그리고 현재는 완전히 100% 웹을 통해 부킹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웹부킹이 아니고 전화 부킹 등을 할 경우는 100%의 서차지를 부친다는 방침이나 그런 경우는 없는 거의 없다고 한다. 고려해운의 경우 고위층에서 DX화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때마다 전선화, DX화를 통한 업무 효율성 향상을 항상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하나의 몸체가 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일본 현지법인도 현재 웹부킹은 100% 이루어지고 있다. 흥아해운은 초기에는 싸이버로지텍이 개발했던 시스템을 쓰고 있었으나 장금상선에 인수되면서 현재는 장금상선이 자체 개발한 포털(PORTAL)을 쓰고 있다. 동경 현지법인이 포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라고 한다.

장금상선도 DX화에 대한 고위층의 관심도가 지대하기는 고려해운 못지않다고 한다. 연말이 되면 해외 대리점과 본사 모든 부서가 함께 모여서 전산화 개선에 우수한 성과를 낸 지점이나 직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장금상선 현지법인 관계자들은 일본의 대리점이니 고객사들의 인프라가 잘 받혀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업에서 아직도 부분적으로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도 장금상선의 시스템인 ‘포털’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교육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는 종이를 완전히 없애는데 까지는 성공을 했다고 한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일본은 전자결제나 전자문서로 일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을 아직까지도 일일이 도장을 찍는 문화가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DX화는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러한 작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지진이 많은 일본으로서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장소도 마땅하지 않아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형선사들 DX화 속도 너무 느려

외항 컨테이너선사의 한일간 비교에서 확실히 한국 선사들이 앞서고 있지만, 외항 벌크선사의 경우라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고, 양국의 중소형 선사들은 대부분 DX화가 크게 진전이 없기 때문에 대동소이하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2000년도 초중반에 공격적인 경영으로 앞서가던 한국의 외항 벌크선사의 IT부분의 관심과 투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장기 지속된 경영상황 악화로 인해 정체되고 업그레이드가 안돼 낙후되고 있었던 반면에 보수적으로 오랜기간 안정적인 비지니스를 유지해온 일본의 외항 벌크선사들은 뒤늦게 DX화를 착수한 관계로 비교적 최신 비지니스 환경을 고려한 개선되고 자동화된 IT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참고로 일본은 100년 이상된 선사들이 많다.

팬오션과 포스SM의 선박운항 관제센터 e-Center.
팬오션과 포스SM의 선박운항 관제센터 e-Center.

한국선사들 가운데는 팬오션처럼 일찍부터 전산화에 착수하여 DX를 빨리 성취한 원양 벌크선사도 있다. 물론 팬오션은 세계적인 대형 벌크선사라는 점도 있지만, 일찍부터 전산 개발에 힘을 쏟아서 컨테이너선사들과 같은 수준의 DX화를 이룩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선박관리회사인 포스SM과 함께 선박운항 최적화 시스템 강화를 위해 자체 관제센터인 e-Center를 개관하여 주목을 받았다. 선박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육해상간의 신속한 정보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팬오션은 여기에다가 국책사업인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팬오션은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하고 실증하는데 필요한 선박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자율운항선박은 이미 1척이 시험운항중에 있으며 내년 2월에는 추가로 1척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중소형 원양 벌크선사는 DX화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DX화에 필요한 투자자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소형 벌크선사들은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해운업 특화된 AIS사 솔루션 日선주협회 30% 이용

일본의 해운업계 DX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해운전문 IT회사 ㈜AIS였다. 기자는 9월 20일 AIS사 동경 본사를 직접 방문하여 최고 경영진들을 만나고 스스키다 쿠니히코(薄田邦彦) 전무와 인터뷰를 가졌다.

AIS사는 이미 국내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대로 국내 중견 벌크선사인 대한상선의 최신 영업운항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이다. 일본의 해운전문 소프트웨어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해운업계의 최고의 점유율에 이어 한국, 싱가포르 등 해외로까지 영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1983년 9월 설립되어 올해로 만 40년째를 맞이한 AIS사는 회계 정보 시스템으로부터 시작한 관계로 회계업무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정보시스템을 강점으로 해운업에 특화된 ERP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의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AIS사는 여러해 동안 해운업계의 기간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 오며 경영과제나 업무개선을 해결해 온 경험으로 ‘TRANS-Series’라고 하는 토탈 패키지 사업에 주력하여 최근 일본 해운 IT업계에서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본지 이철원 국장, AIS 타키자와 임원, AIS Maritime 박성필 지사장
왼쪽부터 본지 이철원 국장, AIS 타키자와 임원, AIS Maritime 박성필 지사장

AIS사는 1995년 회계 패키지를 개발하여 사업을 진행하다가 2003년부터 해운업에 특화된 회계시스템인 TRANS-Account를 개발하여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선주용 통합시스템 TRANS-Owner, 영업운항 시스템 TRANS-Operator, 정기선사용 B/L운임 관리 시스템 TRANS-Liner 등 해운에 특화된 통합솔루션을 차례로 개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선원 노무관리 시스템인 TRANS-Crew까지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해운업계를 위한 통합 솔루션 ‘TRANS 시리즈’를 완성했다.

TRANS 시리즈 중에도 AIS사가 요즈음 가장 세일즈에 열성을 보이고 있는 시스템이 지난 2016년에 개발돼 최근 대한상선에도 성공적으로 도입이 완료된 된 영업운항 시스템인 TRANS-Operator다. 물론 TRANS-Operator는 완성된 기본 패키지를 베이스로 도입이 결정되면, 요건분석을 통해 고객사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여 그 회사에 맞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즈되어 시스템이 적용되게 된다. 이때 요건분석 과정에서 파악된 고객의 요건을 토대로하여, 가장 비지니스가 적합한 버전을 적용하게 되며, 또한 여러 선사들의 구축경험을 통해 축적된 일부 비지니스 패턴들은 커스터마이즈 없이 간단한 설정작업을 통해 구축기간과 비용을 줄일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TRANS-Operator는 선박의 계약에서부터 채산, 운항, 정산, 실적, 결산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최적화하여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신뢰받을 수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또한 최근 환경문제로 다양한 벙커 종류를 사용하는 선박이 늘고 있는데, 유종이 추가되더라도 프로그램 변경없이 대응이 가능하고, 특히 NetPas, DA-Desk, Weathernews, Shipfinder 등과 같은 다른 IT회사들의 특화된 서비스들과 인터페이스가 가능하다. 또한 연료비를 포함한 모든 전표가 자동 생성되어 휴먼 에러를 줄이고 동시에 회계시스템으로 연결되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재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외항 벌크선사들을 타켓으로 한 이 시스템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IS사의 TRANS 시리즈 전체의 강점은 해운업계에 특화된 통합업무 시스템이며, 한국 국내에서는 지원이 안되고 있는 내외항 비즈니스를 동시에 영위하는 선사나 전용선, 자동차운반선, 재래정기선 비즈니스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외항해운업계를 대상으로 회계와 업무의 통합시스템을 28년 동안이나 개발하고 노하우를 쌓아옴으로써 일본 국내에서는 가장 강력한 해운업종의 통합솔루션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AIS사의 TRANS 시리즈는 이미 일본의 외항해운업체들이 모인 단체인 일본선주협회 회원사 가운데 약 30% 정도가 이용을 하고 있고 50여개사의 고객사를 레퍼런스로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5대 상사 가운데 4대 상사가 모두 이 AIS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AIS사 시스템은 일본 해운업계 내에서는 신뢰를 받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일본선주협회 회원사 가운데 AIS사 시스템 이용자가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AIS사의 시스템이 독보적이라고 볼 때 일본의 외항선사들 중에 DX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는 업체는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몇몇 선사를 제외하면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유추하여 해석해 볼 수도 있는 문제다. AIS사측은 “아직도 일본선주협회의 나머지 70%에 우리의 판매 영역이 남아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일본 외항해운업계의 DX화는 아직 많은 발전단계를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성 내항해운 DX 추진에 총력

일본의 해운업계에서는 외항해운 쪽보다 내항해운업계 쪽의 DX화 추진 문제가 가장 시급한 현안 상황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의 내항해운업계가 외항해운업계와 비교했을 때 DX 추진이 더욱 낙후되었기 때문에 국토교통성 해사국을 중심으로 내항해운의 DX화 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

디지털기술로 비즈니스 모델과 업무형태 등을 변혁해 나가는 DX화는 앞서 얘기한대로 2018년 경제산업성이 ‘DX추진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일본 내에서는 각 산업분야별로 DX도입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이러한 모범 사례들을 매번 발표하여 기업들의 DX화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해운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성은 최근 ‘물류업계의 과제로부터 보는 DX추진 사례’라는 보고서를 통해 DX화에 성공한 MOL(商船三井)를 비롯한 32개 물류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운기업들도 DX화에 적극 노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국토교통성은 DX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에는 인재확보가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적은 노동력을 투입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자본투자가 필수적이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장소에 구애되지 않는 다양한 취업 가능성을 높인다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동참가를 촉진시킴으로써 인력부족을 해소할 수가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DX화로 인한 메리트로 생산성 향상, 레가시 시스템(구형 컴퓨터 시스템)에서의 탈피, 신규사업의 창출 등을 들었다. 반면에 DX를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전사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데 큰 비용이 필요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운업계에 대한 DX화 추진은 같은 국토교통성이지만 해사국이 주도를 하고 있다. 해사국은 자동운항선의 기술개발 지원과 실증시험을 수행함과 동시에 설계, 탑재, 운항 단계의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DX환경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내항해운업계에 대한 DX화는 최근 국토교통성 해사국이 가장 중점을 두고 밀어붙이는 정책 중의 하나다. 해사국은 2022년 4월에 ‘선원의 근무형태 개혁’이라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침에 따라 해사국은 ‘내항해운의 운항계획 작성, 운용 가이드라인’이라는 방안을 제시하여 내항해운업체들이 DX화를 빨리 앞당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내항해운 가운데서도 부정기화물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주요 적용대상은 내항 부정기화물선을 직접 운항하는 오퍼레이터들이 대상이라고 해사국은 밝히고 있다. 그 주요한 내용은 선원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선원 노무관리 강화로 DX화 유도

일본은 지난 2021년에 국회에서 선원법이 개정되었다. 그 개정 선원법의 주요 내용은 선원의 노무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선원의 사용자인 선박 오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2022년 4월 1일부로 시행에 들어간 개정 선원법에 따라 선박 소유자의 의무가 크게 강화된 것이다.

선박 소유자 즉 오너는 우선 선원 노무관리를 하는 사무소에서 노동시간 등 노무관리를 하기 위한 기록 장부를 비치할 의무가 있다. 또한 노무관리 기록 장부 등을 관리하는 노무관리 책임자를 별도로 선임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노무관리 책임자의 의견을 들어서 선원에 대한 노무관리상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이밖에도 필요한 경우 내항해운업자(오퍼레이터)에 대해 운항계획 등의 변경 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선원의 노동시간을 둘러싼 법률 규정이 여러 측면에서 강화된 만큼 선박 소유자들은 노무관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해운업계의 DX 추진 운동과 맞물려 선박 소유자가 외부의 IT 컨설팅업체들을 불러들여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토교통성도 내항해운업체들이 자체적인 해결을 하지 못할 경우 IT컨설팅업체의 조력을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너의 노무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선원법 개정됨에 따라 내항해운업법도 동시에 개정되어 2022년 4월 1일부터 시행이 들어가게 됐고, 그에 따라 내항해운의 선원 관리는 한층 더 강화됐다.

개정된 내항해운업법의 주요 내용은 오퍼레이터에 대해서 선원들의 과로를 방지하는 조치를 의무화하고 화주들에 대해서도 오퍼레이터의 법령준수에 대한 배려 의무를 지우는 한편, 국토교통부 대신이 화주에게 권고나 공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선원의 노동관계법령 준수문제는 선주뿐만 아니라 오퍼레이터, 화주들까지도 확대 적용되게 된 것이다.

선원법 개정에 따라 2023년 4월 1일부터는 선원에 대한 노동시간 규제가 변경되어 내항해운업체들은 새로운 노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이러는 가운데 내항해운업체들은 개정법에 명시하고 있는 노동시간 상한 규제를 위반할 가능성이 크고, 시간외 노동의 할증수당이 증가하는데 따라 적절한 대응 하지 못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해사국은 오퍼레이터에 대해서는 법령을 준수하기 위해 기존의 운항계획의 작성이나 운영방침을 수정하여 하역효율을 향상시키고, 선원의 작업을 육상의 작업요원의 작업으로 변경시키는 한편, 예비선원을 추가하고, 운항선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시간외 근무수당 증가와 관련해서는 정기용선 계약 시에 아예 비용부담을 명기하고 증가비용을 오너가 부담하는 문제를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원의 총노무시간 상한선은 1일 14시간, 1주간 72시간이기에 이를 지켜야 하며, 하역시간이 길어지거나 입출항이 많아질 경우 시간외 근무시간도 늘어나는 것이므로 주의를 기울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영세 내항업체 DX 추진 어려워

이러한 국토교통성의 정책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일본 내항해운업계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내항해운업체들은 외항해운에 비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작은 기업들인데가 더구나 배를 운항해야 할 선원은 구하기 어렵고, 선원들의 노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DX화 추진으로 타산업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 분명한데 내항해운으로 젊은 인재들을 불러들일 방법이 없으므로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내항업체 가운데는 DX를 강화하기 위한 국토교통성의 '수송의 안정성 확보 방침'을 어기고 운항계획 작성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제재를 받은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일본 내항해운업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추루미산마린(鶴見, Tsurumi Sanmarine)은 지난 1월 25일 운항계획 작성시 선원 노무관리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았다는 이유로 국토교통성 소속의 지방운수국장에게 ‘수송의 안정성을 확보하라’는 지시 명령을 받았다. 이 회사의 주요 위반 사항은 내항해운법에서 선원의 과로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어겼다는 것으로, 결국 강화된 선원 노무관리 규정에 발맞추지 못해 시범케이스로 단속이 된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일본의 내항해운의 DX화가 지난한 과제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부 우량한 선사들을 중심으로 차츰 도입의 문호가 열려가고 있다. 운항데이터를 리얼타임으로 분석하여 연비를 개선하거나 운항계획을 최적화 시키려는 움직임도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고, 선원에 대한 노무관리나 건강관리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DX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내항선 신조 분야에서도 DX화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성 해사국은 신조선 건조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DX화를 추진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이용하여 신조프로세스를 효율화 하고자 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 내항업체가 DX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을 위한 시스템 기기의 개발에 발 벗고 나서는 사례도 있다. 또한 전기선(EV선)을 공동으로 개발하여 이미 내항선으로 운항하는 선사도 있다.

최근 일본 현지의 해운관련 신문들은 내항해운업체의 DX 사례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마루산해운(丸三海運)이라는 회사는 고속 컨테이너선의 DX화를 실증 실험한 것으로 보도가 되어 있고, 메이와해운(明和海運)이라는 회사는 해운IT기업 AIS사가 만든 ‘TRANs-Crew’ 선원노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역시 보도가 됐다. AIS사의 선원노무관리 시스템 Trans-Crew를 선택한 선사들은 이미 수십개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V선 운항하는 아사히탱커 DX 선두주자

왼쪽부터 본지 이철원 국장, 아사히 탱커 이노우에 신이치로 실장, AIS Maritime 박성필 지사장.
왼쪽부터 본지 이철원 국장, 아사히 탱커 이노우에 신이치로 실장, AIS Maritime 박성필 지사장.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항해운의 DX화에 가장 앞서 있는 회사는 일본의 대형 내항해운업체 아사히탱커이다. 기자는 지난 9월 20일 이 회사를 직접 방문하여 일본 해운업계 DX화 추진 현황 취재를 이어갔다.

아사히탱커는 1951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창립 72년을 맞은 선사이다. 보유한 선박은 주로 탱커로 내항선이 약 120척, 근해항로를 뛰는 외항선은 20척으로, 내항해운 부문이 매우 큰 선사이다. 내항선의 주요고객은 석유판매회사, 전력회사, 종합상사이고, 외항선은 대형선사인 MOL과 풀협정을 맺어 주로 극동 에어리어에서의 영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 회사의 자랑거리는 지난 2022년 4월에 세계 최초의 전기추진(EV) 탱커선인 ‘아사히’호를 운항 개시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또한 두 번째 EV 탱커선과 EV 및 디젤발전기의 하이브리드선을 내년에 취항시켜 새로운 에너지를 이용한 신규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일본의 내항해운업체들의 DX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 전반의 DX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아사히탱커는 규모가 외항해운업체에 비해서 작기 때문에 IT부분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DX화의 초점을 ‘업무의 효율화’에 맞추었다.

단순입력 작업이나 2중입력 작업을 극소화하고 자료작성을 위한 집계등을 자동화함으로써 사원들의 업무시간 여력을 확보하고 그것을 기존업무의 고도화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작업은 회사 전체적으로 DX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순조롭게 이행됐다.

아사히탱커의 세계 최초 전기추진 탱커 아사히호
아사히탱커의 세계 최초 전기추진 탱커 아사히호

아사히 탱커의 근간을 이루는 내항선 정보화 시스템은 2019년에 전면적인 개편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때 채택이 된 시스템이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AIS사의 시스템이었다. 회계기반에 해운업을 특화시킨 AIS사로부터는 오래전부터 ‘TRANS-Acount’라는 회계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AIS사측에 내항선 맞는 운항관리 시스템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다. AIS사는 이미 외항선 운항관리 시스템인 ‘TRANS-Operator’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었지만 내항선은 상관습은 외항선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내항 탱커선에 맞는 운항관리시스템을 아예 새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아사히 탱커는 내항선 120척으로 2022년 한해 동안에 1만 5000항차를 뛴 것으로 기록됐다. 그런 만큼 많은 항차에서 발생한 운임, 항비정산, 연료 관계 등의 데이터는 엄청났지만 해운업에 특화되어 있고 해운업계 사정에 정통한 AIS사는 아사히 탱커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렴하여 2021년 10월에 내항운항 시스템 ‘TRANS-Naikou’를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AIS사는 이 시스템과 기존의 회계시스템인 TRANS-Account를 합쳐서 ERP패키지로서 현재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아사히 탱커는 이처럼 회계시스템과 업무시스템을 한회사의 소프트웨어로 가동함으로써 양 시스템이 부조화를 보일 경우 빠른 시간에 이를 수정 보완할 수 있는 메리트를 갖게 됐다.

아사히 탱커는 AIS사의 시스템 외에도 새로운 도전의 하나로 선박과 육상간의 정보공유플랫폼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선박과 운항담당자간의 주고받는 정보를 선주도 볼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사히 탱커는 이로 인해 강력한 업무 효율화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향후도 업무 개선을 위한 기능을 더욱 추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DX 진전에 해운특화 IT회사 성장 기대

이노우에 신이치로 실장
이노우에 신이치로 실장

아사히 탱커의 이노우에 신이치로(井上愼一朗) IT전략실장은 “일본의 내항해운은 선원부족, 선원고령화, 선박의 노후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데다가 온실가스의 감축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일본 내항해운의 현안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사원들의 마인드가 변화하여 정보의 시스템화나 클라우드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고, "앞으로 저궤도 위성의 보급이 확대되게 되면 선박의 DX화는 급속한 진전을 이를 것이기 때문에 AIS사를 비롯한 해운관계 소프트웨어 회사의 성장이 기대가 된다”는 향후 전망까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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