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해외취재-동서 기간항로의 최중심지를 가다

싱가포르항에 말레이시아항 도전 본격화
규제없는 싱가포르로 기업·사람이 몰린다

코로나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이제 막혔던 교역로도 뚫리고 인적 물적 교류가 다시 활발해 지고 있다. 아직도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홍해 사태, 파나마운하의 갈수로 인한 통항 제한 사태가 상존하지만 어쨌든 세계 정기선항로는 코로나 이전의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해운시장의 앞날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나 기후환경 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그에 따른 결말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해운산업 미래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동서기간 항로의 최중심지인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의 현재 물류 상황은 어떤지, 그리고 세계 교역로의 최중심지에 있는 지역에서는 혹시 지정학적 위험 요소는 없는 것인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기자가 한국해운신문 창간 34주년 기념특집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취재하기로 결심을 굳힌 이유이다.

기자는 1월 22일부터 약 1주일간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취재했다. 그 중간쯤에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물류기업 주재원들과 만나 ‘동남아지역의 물류 서비스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특집 좌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취재한 내용을 방문일정의 순서대로 차례로 정리해 본다. <전문>

기자가 취재를 하기로 한 말라카해협의 입구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로의 항만은 동서기간 항로의 최중심지에 위치한 세계적인 ‘물류 허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제성장세가 가장 빠른 동남아지역의 모든 물류의 흐름, 특히 컨테이너 물동량의 많은 부분이 이 지역 항만들을 거쳐서 전세계 각지로 퍼져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라카해협을 끼고 있는 이 지역은 동서교역로의 최중심이기 때문에 이 주변국가들의 많은 수출입 화물들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오가는 수많은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중간 기항지로 이용을 하고 있는, 그야말로 세계 물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1차 허브항 쟁탈전 싱가포르가 승리

이런 가운데 동남아 항만들 사이에서는 싱가포르를 뒤 이을 허브항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환적 항만 싱가포르가 컨테이너물동량 취급량에서 세계 2위를 아직도 고수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일부 물량을 뺏아간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스항을 비롯하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의 항만들이 싱가포르를 뒤 이을 차세대 동남아 허브항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컨테이너 취급물동량만 놓고 봤을 때는 항만간의 격차는 크기만 하다. 지난 2022년 세계 50대 컨테이너항만 컨테이너화물 취급실적(세계해운집회소-WSC 통계)을 보면 싱가포르항은 3728만 9000teu를 취급, 세계 랭킹 2위를 지켰다.

동남아지역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많은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항은 2022년 통계로 세계 랭킹 14위의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으로 1322만 3928teu를 취급했으며, 역시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은 1051만 2000teu를 취급, 세계 랭킹 16위를 마크했다. 이 통계에서 보면 포트클랑은 전년대비 3.6%가 감소한 반면 탄중 펠레파스항은 1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이런 추세가 최근까지 계속됐다고 하면 현재 두 항만간의 취급실적 차이는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들 말레이시아 항만의 취급실적을 싱가포르항과 비교하기에는 그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이들 말레이시아 항만을 빼면 나머지 동남아 국가 항만들의 컨테이너 취급실적은 더더구나 보잘 것이 없다. 19위의 태국 람차방항이 874만 1000teu, 24위의 인도네시아 탄중 프리오크항이 684만 9000teu, 30위의 베트남 하이퐁항이 562만 9000teu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실적에서 이들 항만은 아직은 컨테이너 취급량이 1000만teu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결과치를 놓고 볼 때,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이 대형선사 머스크의 적극적인 투자로 본격 가동을 시작함으로써 촉발된 2000년 이후의 1차 동남아 허브항 경쟁은 싱가포르의 굳건한 수성으로 싱가포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도 동남아 지역의 아세안 국가들은 각기 동남아의 허브항을 겨냥하여 엄청난 컨테이너항만 개발 계획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국제항인 포트클랑과 탄중펠레파스항의 원대한 장기 개발 계획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최근 3개로 굳어져 있던 원양 컨테이넌항로 얼라이언스체제가 분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선사들이 과연 향후 어느 항을 동남아의 허브항으로 선택할지 주목이 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남아지역 항만들간에 원양항로 대형선사 유치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 질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3대 얼라이언스 체제의 분화를 이끌어낸 것은 역시 2M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던 MSC와 머스크의 결별 선언이다. 독자노선을 취하기로 한 세계 최고의 대형선사 MSC와 결별하는 덴마크 머스크는 결국 독일의 하파그로이드와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오는 2025년 2월이면 탄중펠레파스항에 기항하는 머스크와 싱가포르항에 기항하는 하파그로이드가 연합하는 소위 ‘제미니 얼라이언스’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얼라이언스 체제의 분화는 새판을 짜는 대형선사들이 동남아지역의 어느 항구를 환적항으로 선택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필연코 동남아 허브항 경쟁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남아지역 최고의 허브항이 되기 위한 제2라운드 경쟁이 서서히 막이 오르고 있는 셈이다.

환적화물 유치에 진심인 말레이시아

기자를 맞아 준 노스포트 관계자들
기자를 맞아 준 노스포트 관계자들

기자는 이러한 동남아 허브항 경쟁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포트클랑항을 먼저 취재하기로 했다. 기자는 지난 1월 22일 월요일 아침 일찍 숙소였던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나와 포트클랑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중의 하나인 ‘노스포트(North Port)’로 향했다. 다행히 이날 고려해운의 현지법인 장만갑 법인장이 동행을 해주었다. 고려해운은 국적선사 가운데는 거의 유일하게 ‘노스 포트’에 정기적으로 기항하고 있었다.

포트클랑항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말레이시아의 경제 사정과 물류의 현황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말레이시아는 타 동남아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제조업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자국의 수출입화물이 많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변국에 비해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인건비가 높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한편, 말레이시아에는 최근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상품들이 많이 수입이 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곳곳에 한류스타 이민호의 광고 선전물이 여기저기 걸려있고, 편의점에서는 한국산 라면, 과자 등이 인기제품으로 판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의 진출도 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적선사들에게는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자국의 수출입 화물이 많지 않은 말레이시아로서는 원양항로에 취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적화물 유치에 엄청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그 대표적인 항만이 바로 컨테이너항만인 포트클랑과 탄중펠레파스(PTP)항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항만 부지 부족과 고 물가, 고 비용 때문에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측은 저비용과 저렴한 가격의 장점을 내세워 대형선사와 환적화물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말레이시아 항만들은 적극적인 항만 확장 계획을 세우고 배후 부지를 적극 개발해 나가는 한편, 저렴한 항만이용료를 앞세워 환적화물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동남아 허브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노스포트, 자국 수출입 화물이 주축

기자가 1월 22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중심에서 출발하여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스포트’의 관리동 건물까지 가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월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중간 중간 차들이 막혀 도착시간은 예상보다 좀 지체됐다. 월요일 아침에 노스포트로 밀려드는 컨테이너 트레일러들이 한줄로 열지어 서 있는 모습은 여느 컨테이너 항만과 다름이 없는 장관이었다. 기자 일행은 마중나온 ‘노스포트’ 홍보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대형 회의실로 들어갔다. 여기서 노스포트 관계자들은 홍보 영상을 보여주고 포트클랑항과 노스포트에 대해 차례로 설명해 나갔다.

포트클랑항은 북쪽의 ‘노스포트’와 노스 포트 남쪽이면서 내륙지와 가까운 곳의 ‘사우스 포트’, 그리고 이들 항구 보다 더 밑으로 길게 뻗어있는 ‘웨스트포트’, 이렇게 3개의 항만구역으로 구성이 돼 있다. ‘노스포트’는 19개의 선석, 사우스포트는 8개의 선석, 웨스트포트는 32개의 선석을 가지고 있다. 이중에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항구는 ‘노스포트’와 ‘웨스트포트’ 2개 항만이다.

포트 클랑은 앞서 언급한 대로 컨테이너 취급 물동량만 놓고 봤을 때 그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원양항로 얼라이언스 중에 오션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은 ‘웨스트포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사들의 이용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 취급실적은 2023년 실적은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아 알 수가 없으나 2022년에는 모두 1322만 3928teu를 핸들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할 때 3.6%가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실적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의 1358만teu 보다도 적은 실적이어서 최근 수년동안 환적화물은 거의 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은 포트클랑이 환적항으로서의 기능도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수출입 물동량을 직접 취급하는 로컬 수출입항구라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2018년의 통계이지만 포트클랑은 말레이시아의 전체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의 55%(239만teu), 전체 수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53%(235만teu)를 각각 취급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말레이시아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이상이 포트클랑을 통해서 수출입 된다는 얘기다.

‘노스포트’ 관계자들은 노스포트에 대한 현황을 보고한 다음에 향후 항만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밝혔다.

노스포트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항만구역으로 이 지역에 컨테이너 터미널인 ‘Klang Container Terminal’이 1986년에 개장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의 거대 물류그룹인 MMC 그룹이 항만운영권을 얻어내 완전히 민간부두로 운영이 되고 있다. 이 노스포트를 운영하는 MMC그룹은 노스포트 뿐만 아니라 대형 컨테이너선사 머스크(Mearsk)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탄중펠레파스항 컨테이너 터미널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외에도 ‘조호르(Johor) 포트’와 ‘조호르 에어 포트’ 등도 독점 운영하고 있어서 MMC그룹은 말레이시아의 주요한 항만들의 대부분을 직접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항만물류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노스포트, 늪지대 있는 친환경 터미널

친환경을 내세우는 노스포트는 부두 중간에 나무 숲이 조성돼  있었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노스포트는 부두 중간에 나무 숲이 조성돼 있었다.

노스포트는 컨테이너화물도 취급하지만, 다목적 부두를 운영하여 드라이 벌크화물과 석유 케미컬 등의 액체화물, 그리고 ro-ro선 터미널을 통한 자동차 수출입도 담당하고 있다. 이 항만은 말레이시아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을 취급할 뿐만 아니라 인트라아시아의 환적 허브항으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특히 주변국인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의 항만과 강한 결속력을 갖고 환적항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컨테이너 터미널은 4개가 있으며, 이들의 수심은 11.5m에서 17m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대형 컨테이너선도 입항할 수 있다. 또한 이들 4개 컨테이너 터미널의 총연장 길이는 3km로 들어오는 컨테이너선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2018년의 통계를 보면 노스포트에서는 연간 280만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는 노스포트가 어느 정도 확장성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컨테이너 터미널 확장 계획에 대해서 노스포트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노스포트 관계자들은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은 이미 끝난 상태이라 부두 길이 자체를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상황이고 따라서 이면의 배후 부지를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노스포트는 이미 2013년에 1차로 야드 증설에 나서 연간 53만teu를 수용할 수 있는 야드를 증설했으며, 추가로 57만 5000teu의 취급할 수 있는 야드 증설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24년말 이 야드 확장 계획이 모두 완료되면 노스포트의 연간 처리능력은 600만teu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노스포트 브리핑 룸에서 포트클랑항과 노스포트항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자는 밖으로 나와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컨테이너 터미널을 직접 순시하는 일정에 나섰다. 우리가 탄 차량의 앞에서는 경찰차가 선도하여 터미널 내부로 우리를 안내했다. 노스포트 정문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고려해운 현장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가 다시 차량을 이용하여 노스포트 내부로 깊숙이 들어갔다.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니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촬영을 하지는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는 할 수 없이 차를 중간 중간 세우고 창문을 내린 다음에 내부에서 밖을 향해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노스포트은 오래된 항만이라서 그런지 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들이 밀려드는데, 일행은 벌크화물 부두 쪽을 먼저 경유했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천을 개발하여 만든 부두라서 그런지 몰라도 터미널 중간 중간에 나무 숲이 있는 늪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 말에 의하면 친환경 터미널을 지향하기 때문에 과거의 늪지를 그대로 살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많은 늪지를 전부다 컨테이너 터미널로 개발을 한다면 터미널의 시설 능력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만큼 말레이시아 항만은 항만 부지 면적에 관한한 다른 국가들의 항만들을 압도하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노스포트의 겐트리크레인 하역작업.
노스포트의 겐트리크레인 하역작업.

웨스트포트, ‘오션 얼라이언스’ 환적항

기자는 노스포트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웨스트포트’로 향했다. 웨스트포트에서는 항만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에디 리(Eddie Lee) CEO가 직접 나와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웨스트포트에서도 우리는 브리핑 룸에 안내되어 에디 리의 인사말과 함께 그의 직접적인 브리핑을 들었다. 웨스트포트의 브리핑은 그 영상이나 파워포인트 설명이 너무나 획기적이고 현장감 있는 것들이어서 노스포트에서의 그것과는 대비가 됐다. 뭔가 전반적으로 선진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웨스트포트는 1994년에 개장한 포트클랑의 컨테이너 신항만이다. 이 항만을 운영하는 Wesports Malaysia Sdn Bhd는 주식회사로 오너일가가 45%, 홍콩의 허치슨 포츠가 25%의 주식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이다. 이 회사는 올해 2024년말에 30년 운영 계약이 끝나게 되므로 향후 30년 더 연장하는 계약을 올해 안으로 마쳐야 한다.

웨스트포트는 포트클랑의 다른 터미널에 비해 남서쪽에 위치하면서 길게 뻗어나간 가장 큰 항만이다. 이 항만도 역시 컨테이너화물은 물론이고 벌크 화물, 액체 화물선인 탱커선도 취급하고 있다. 포트클랑 전체 화물 가운데 웨스트포트가 취급하는 화물이 무려 77%에 달한다고 하니 이 항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웨스트포트 컨부두전경. 세계 최고 길이라고 한다.
끝없이 펼쳐진 웨스트포트 컨부두전경. 세계 최고 길이라고 한다.

이 항만에는 9개의 컨테이너 버어스가 있는데 그 안벽의 연장 길이만 해도 5800미터 (5.8km)에 달해 일직선으로 부두 연장길이가 세계에서 가장 긴 컨테이너 터미널로 기록되고 있다. 이 컨테이너 터미널의 수심은 평균 15m-17.5m로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이접안도 넉넉하게 처리해 낼 수가 있다. 웨스트포트의 실제 컨테이너화물 처리실적은 2018년에 950만teu정도였다.

현재 컨테이너 처리 시설 능력은 연간 1400만teu로 장기적으로는 이것을 2200만teu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웨스트포트에서 취급하는 컨테이너화물은 82%-90%정도가 다른 항만에서 오는 환적화물로, 말레이시아의 로컬 수출입화물 취급은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주요고객은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의 CMA-CGM, COSCO, OOCL, Evergreen 등이다 최근에는 MSC의 물량도 확대되고 있어서 싱가포르항과 경쟁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또 다른 항만으로서 점차 부각이 되고 있다.

웨스트포트 측은 브리핑 말미에 말레이시아 동부연안에서부터 서부의 포트클랑항까지 철도로 연결하는 ECRL(East Coast Rail Line)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말레시아의 동부연안 화물들이 철도를 통해 서부의 포트클랑항으로 몰려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홍보하는 것 같았다.

현재 말레이사의 동해안(특히 9개의 산업단지)에서 외국으로 수출되는 농수산물이나 목재 등은 피더선으로 싱가포르항으로 운송하여 환적하든가 아니면 높은 물류비를 부담하고 서부의 포트클랑항으로 운송하는데, 이것을 동부안에서 서부로 철도를 놓아 싼값으로 운송해 보자는 것이 ECRL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말로는 현재 53% 정도가 진척이 됐으며 2027년까지 완료하여 개통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말레이시아에서도 갑론을박이 많았으며, 그에 따라 루트도 자꾸 변경이 된 바 있어서 제대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웨스트포트 CEO와 기념 촬영을 했다.
기자는 웨스트포트 CEO와 기념 촬영을 했다.

고려해운 포트클랑-아프리카 서비스도

웨스트포트 브리핑 룸을 나온 기자 일행은 노스포트 때와 마찬가지로 실제 컨테이너 터미널 구경에 나섰다. 역시 항만 담당 경찰차가 앞장을 섰다. 한참을 돌아들어 가자 부두 안벽길이 5.8km인 예의 그 쭉 뻗어나간 컨테이너 버어스가 펼쳐졌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그 부두 프론트 연장선에는 군데 군데 빈 선석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선석들에는 컨테이너선들이 달라붙어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차로 중간쯤을 갔을 때,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HMM의 컨테이너선이 부두에 접안해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 하역을 대기하고 있는 중으로 보였는데, 기자는 반가운 마음에 여러 컷의 사진을 찍었다.

하역 중인 HMM  선박을 만나 반가웠다.
하역 중인 HMM 선박을 만나 반가웠다.

웨스트포트에서도 노스포트 부두 안벽 프론트 부문과 그 뒤의 야드부문 사이에 길고 좁더란 늪지대가 있었다. 그러나 노스포트 만큼 큰 나무가 자라고 있는 그런 넓은 늪지가 아니고 길고 좁은 수로 같은 이격이었다.

포트클랑의 노스포트와 웨스트 포트의 취재를 마친 기자는 시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포트클랑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위치한 고려해운 현지법인 사무실을 들렸다. 이 자리에서 포트클랑까지 직접 함께 갔던 장만갑 법인장은 고려해운의 말레이시아 지역 서비스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고려해운이 말레이시아 서비스를 한 것은 이미 20년 이상이 되었다. 고려해운은 우리나라 최고의 동남아지역 서비스 선사인 만큼 한국향발 말레이시아 컨테이너화물 수송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고려해운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은 물론이고 아세안의 각 항구, 그리고 인도나 중동, 아프리카지역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고려해운이 자랑하는 말레이시아 서비스는 단독으로 운항하는 한국-중국-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KMSK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 외에도 말레이시아와 연결된 서비스는 공동운항이나 선복교환에 의한 협력서비스 등을 포함 모두 17개 서비스 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해운의 말레이시아 지역 로컬 서비스를 보면 포트클랑의 노스포트와 웨스트포트에 직접 기항하고 있고, 북부의 페낭항, 남부의 조호르바루(파시르 구당) 포트 등 말라카 해협의 모든 주요 항만에 직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를 경유하여 인도, 중동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지역까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 고려해운은 원양 컨테이너선사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장만갑 말레시아 법인장이 포즈를취했다.
장만갑 말레시아 법인장이 포즈를취했다.
고려해운  말레이시아 사무실.
고려해운 말레이시아 사무실.

싱가포르 강력 라이벌 탄중펠라파스

기자의 말레이시아 물류 현황 취재는 포트클랑항 하나로 끝나서 못내 아쉬운 점이 있었다. 싱가포르와 경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을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싱가포르에서의 취재 일정 때문에 그러지를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다고 해도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운영시스템을 가졌다는 탄중펠레파스항을 건너 띌 수는 없는 문제라서 여기에 기자 나름대로 자료들을 모아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말레이사아 반도의 최남단 조호르(Johor)주에 위치한 탄중페레파스(Tanjung Pelepas)항은 컨테이너 전용항만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사 머스크와 말레이시아 대형 항만물류그룹 MMC그룹이 공동지분을 갖고 있는 Port of Tanjung Pelepas Bhd.에 의해 운영이 되고 있다. MMC그룹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말레이시아의 주요항구 대부분에서 항만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항만물류 그룹이다. 머스크는 2000년에 이 MMC그룹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에 30%를 출자하면서 동남아지역의 모선 기항 허브를 싱가포르항에서 탄중펠레파스로항으로 옮겼다.

앞에서도 지적을 했지만 탄중펠레파스(PTP)항은 싱가포르와 아주 근접거리(싱가포르항에서 35km에 위치)에 있어서 향후 싱가포르를 대체할만한 첫번째 항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탄중펠레파스항의 2022년도 컨테이너화물 1051만 2000teu를 취급하여 세계 16위 항만에 올랐다. 코로나 전인 2018년 890만teu를 처리했던 것에 비하면 4년만에 18%정도가 성장한 것이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2022년 1051만teu를 취급한 것은 전년 대비 10% 이상이 늘어난 결과이기 때문에 3.6%가 줄어든 14위의 포트클랑항과의 격차는 최근에 많이 좁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가 탄중펠레파스항이 다른 원양선사까지도 유치하게 된다면 조만간 포트클랑의 실적을 앞서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할 수가 있다.

탄중펠레파스항은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말라카 해협 입구의 요충지에 위치한 천혜의 컨테이너항만이다. 현재 컨테이너 단일항만인 탄중펠레파스항의 안벽 길이는 5km에 달한다. 안벽의 평균 수심이 18미터이니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접안에도 문제가 없다.

2055년 5415만teu 처리, 원대한 계획

환적화물이 전체 취급화물의 95%에 달하는 탄중펠레파스항은 자유무역지대를 통과하는 배후단지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약 495에이커에 달하는 배후부지를 2025년까지 두배로 늘려서 컨테이너화물을 대폭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컨테이너 야드 확장 작업이 끝나면 컨테이너 연간 처리능력은 350만teu가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함께 컨테이너부두 길이를 연장하는 작업에도 착수하고 있다. PTP항이 Tanjung Bin지역 토지를 확보하여 1.4km의 안벽을 새로 건설하게 되면 연간 처리능력은 380만teu가 추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장기계획에 의해 탄중펠레파스항은 2036년까지 시설능력을 3770만teu까지 늘리고, 최종적으로 2055년까지 5415만teu까지 확장하겠다는 그야말로 원대한 장기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탄중펠레파스항의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은 아주 가까운 이웃인 싱가포르의 견제 때문에 그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가르는 조호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의 영토 분쟁이 지금도 수면하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가르는 것은 길이 50km의 조호르해협으로, 이 해협은 가장 좁은 폭은 1.2km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땅이 부족한 싱가포르는 계속 바다를 메꾸어 나가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항만건설을 위해 항계의 범위를 자꾸만 싱가포르쪽으로 넓혀가고 있어서 자주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싱가포르가 조호르해협을 통해 탄중펠레파스항 등 말레이시아 항만에 입항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조호르 해협쪽을 매립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항만간의 경쟁 뿐만 아니라 영토 분쟁까지도 심화될 개연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항의 대체항만으로 떠오른 탄중펠레파스항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용하는 선사가 대형선사인 머스크와 에버그린 2개사로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얼라이언스라고 할 수 있는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가 결합하는 소위 제미니 얼라이언스가 2025년 2월에 출범하게 되면 하파그로이드의 정식적인 기항으로 인해 탄중펠레파스의 물동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탄중 펠레파스의 위상이 높게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분석이다.

포트클랑도 마찬가지이지만, 탄중펠레파스항은 넓은 부두 면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항비를 무기로 원양항로의 대형선사는 물론이고 근해항로의 큰 규모 선사들까지도 불러들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국 여행객들이 몰리는 말레이시아

기자의 말레이시아항 취재는 포트클랑의 노스포트와 웨스트포트를 둘러보고 국적선사인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의 주재원을 만나보는 짧은 일정으로 것으로 끝났다. 너무 짧은 일정이라 말레이시아의 깊숙한 면을 살필 겨를은 없었지만, 몇가지 보고 느꼈던 점을 적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물가가 너무나 싸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자는 직접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호텔을 예약을 해서 투숙을 하게 됐는데, 1박에 100달러도 안하는 호텔 룸이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 우리나라 호텔 스위트룸 급의 호화찬란한 방이었다. 응접실 겸 거실이 딸린 넓더란 호텔 룸이라서 정말 호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도착 다음날 아침에 길거리에서 파는 닭고기 볶음밥을 사먹어 보았다. 가격은 겨우 5링깃, 우리 돈으로 약 1400원에 불과한 돈이었다.

말레이시아에 한국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한국에서 부킹을 할 때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는 대부분의 항공편이 매진이 되어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보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단둘이나, 혹은 그룹으로 몰려온 경우가 많았다.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아마도 물가가 저렴한데다가 비교적 안전하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순한데다가 영어까지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한국 여행객을 불러들이는 요인으로 보인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는 매주 일요일 마다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는 매주 일요일 마다 달리기 대회가 열린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요즈음 들어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 중심가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인 1월 21일 일요일 아침 산보라도 할 겸 호텔밖을 나왔다가 기자는 마라톤을 하는 행렬과 마주쳤다. 가슴에 배번호표를 부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정식 마라톤 대회는 아닌 것 같았는데, 시내 중심가의 차선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대회를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일요일 아침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씩 ‘Car Free Morning’이라는 공공기관 주체의 단체 달리기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 행사는 시내 중심가를 한바퀴 도는 달리기 대회로 엄청난 인원들이 이 경기에 참가하고 있었다.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은 이 사실을 말해주면서 코스는 5km와 7km 두가지 코스가 있다고 했다.

PSA 고객 전망대 룸, 쇼 룸까지 운영

전망대룸에서 바라본 싱가포르항  부두에는 컨테이너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전망대룸에서 바라본 싱가포르항 부두에는 컨테이너가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기자는 말레이시아 취재를 마치고 1월 23일 말레이시아항공편으로 싱가포르로 넘어왔다. 오래 전에 두 번이나 와 봤던 세계 최고의 환적항, 최고의 물류기능 항만 싱가포르항을 방문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1월 24일 수요일 아침 싱가포르항의 헤드인 PSA를 찾아갔다. 이번 방문에는 HMM 동남아본부의 김명준 차장이 동행했으며 HMM과 합작한 회사의 직원인 동시에 PSA 영업부 직원이기도 한 사람의 안내를 받았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PSA 건물 꼭대기에 마련돼 있는 전망대 룸이었다. 가장 잘 보이는 장소에 룸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PSA를 찾는 손님이 너무 많다 보니까 아예 고층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사방에 통유리를 깔아놓은 전망대 룸을 만든 모양이었다. 여기서 싱가포르 항만에 대한 설명을 듣는 사이에도 기자는 전망이 좋은 곳을 사진 찍으려고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눌러댔다.

전망대 룸의 통유리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발 밑 저편에 사방을 둘러가며 6단까지 쌓여있는 컨테이너 화물들이 넓은 컨테이너 부두 안에 빼곡하게 쌓여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쪽 끝단으로는 새로 개발 중인 자동화 터미널 투아스(Tuas) 터미널의 끝단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기자는 새로 개발 중인 투아스 터미널 쪽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투아스 터미널에 대한 자세한 개발 내용이 입간판으로 세워져 있기도 해서 그 안내판도 사진에 담았다.

PSA 쇼룸에서 사방에 펼쳐져 있는 전광판을 구경했다.
PSA 쇼룸에서 사방에 펼쳐져 있는 전광판을 구경했다.

PSA의 정식 홍보요원이 나타나서 우리들을 다시 중간층 쯤에 있는 홍보 쇼룸으로 안내했다. 벽면 전체를 홍보 화면으로 채운 이 쇼룸은 현란하기가 그지 없었다. 항만시설을 소개하는 동영상이나 자세한 개발 계획 그림 같은 것이 계속하여 큰 화면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기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엄청난 홍보 영상들이었지만 기자는 왠지 일방적 메시지 전달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날 PSA 방문은 홍보요원들의 안내로 전망대 룸에서 싱가포르항의 주심 터미널인 파시르판장 터미널의 전체적인 모습을 감상하고 홍보 쇼룸에서 홍보 영상들과 각종 홍보 판넬들을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기자 일행은 마지막에는 싱가포르항을 상징하는 돌고래 인형을 하나 선물을 받고 PSA 건물을 나오고 말았다. 손님 대접이 좀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안내를 맡았던 PSA 직원은 요트장에 붙어있는 식당에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가서 점심을 대접하는 등 끝까지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짧은 PSA 취재에서 PSA가 자신들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를 잘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0수년 전에 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너무도 많이 찾아오는 외부인사들 때문에 PSA가 대응에 곤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하긴 항만 물류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으로서 자신들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외부에 공개하여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PSA측의 불만섞인 하소연이었다.

‘투아스’ 터미널 2040년까지 6500만teu

그러나 여하튼 싱가포르항의 관리자 PSA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노하우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연간 약 4000만teu에 가까운 컨테이너 화물을 비좁은 터미널에서 처리하는데도 (2023년 처리실적은 3880만teu) 아무런 문제가 없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경이로운 것이다.

이런 싱가포르항과 PSA의 현재 상황을 보다 면밀히 살피기 위해 이들이 언론에 제공한 보도 자료등을 참고로 현재의 싱가포르항만의 현황을 우선 살펴보기로 한다.

PSA측은 최근 2023년 한해동안에 세계 각지의 PSA가 관리하는 세계 각지의 항만에서 모두 9480만teu의 화물을 취급하여 기록적인 한해를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보면 2023년 한해 동안 싱가포르항 현지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전년대비 4.8%가 증가한 3880만teu를 취급했으며, 싱가포르 이외의 외국 PSA 관리항만에서 5600만teu(3.9%증가)를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성공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싱가포르항이지만 향후 장래는 어떻게 전개가 될지 자못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말레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과 포트클랑항이 경쟁 항만으로서 부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싱가포르 항믄오서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항만들은 넓은 부지를 갖고 있고 인거비 자체가 비교적 낮은 상황이라서 하역료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장기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투아스(Tuas) 친환경, 자동화 터미널 개발 계획이다.

원래 싱가포르항에는 탄종파가르(Tanjong Pacar), 케펠(Keppel), 브라니(Brani), 파시르판장(Pasir Panjang)이라는 4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었다, 탄종파가르, 케펠, 브라니 터미널 등 3개의 터미널은 시내 중심가와 붙어 있어서 보통 ‘시티 터미널’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머지 파시르판장은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신항과 같은 컨테이너 터미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소형 컨테이너선은 시티 터미널에서 하역작업을 해왔고 대형 컨테이너선은 새로 건설된 파시르판장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파시르판장 터미널은 2000년에 첫 번째 버어스가 완공되어 가동이 되기 시작하여 현재로서는 싱가포르항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터미널이다.

이들 4개의 컨테이너 터미널 중에 가장 오래된 탄종파가르는 이미 가동이 중지됐다. PSA는 나머지 시티 터미널들도 2027년까지 완전히 폐장을 하여 그 기능을 신항인 투아스 터미널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파시르판장 터미널도 2040년에 완공되는 소위 ‘투아스(Tuas) 메가 포트’로 그 기능을 모두 이전하겠다는 것이 PSA의 계획이다.

향후 허브항 경쟁 고품질·저비용이 쟁점

주롱섬에서 바라본 싱가포르항 모습.
주롱섬에서 바라본 싱가포르항 모습.

싱가포르 시내에서 바라볼 때 주롱섬을 넘어 서쪽 매립지에 새로 건설되는 투아스 터미널은 이미 지난 2015년부터 공사를 하여 1개 버어스가 완성되어 2021년 9월부터 운영에 들어갔으며, 2022년 9월에는 2개 버어스가 추가로 개장하여 현재 3개 버어스가 가동 중에 있다.

새로 건설되는 ‘투아스 메가 포트’는 친환경 완전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이다. 사람들이 없이 기계와 로봇, 드론 등으로만 일을 하는 완전 자동화 터미널로 계획이 되고 있다. 수심은 23미터로 아주 깊고 안벽의 연장 길이는 23km나 된다. 이 터미널이 2040년에 완공이 되게 되면 최종적으로 연간처리능력은 6500만teu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대한 항만 개발 계획은 싱가포르항의 주인 PSA가 얼마만큼 대형 원양선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느냐로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항은 과거에 하역료 등에서 고자세를 보이다가 머스크가 말레이시아의 탄중펠레파스항으로 이전하는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대만의 에버그린을 역시 탄중펠레파스항에 빼앗긴 것도 마찬가지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PSA는 각각의 원양선사들과 일일이 합작회사를 터미널을 공동운영하는 방식으로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을 싱가포르항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대형선사 껴안기 작전’을 펼쳤고 그런 조치는 현재까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싱가포르의 물가가 너무 비싸고 인거비도 너무 높은 등 가격 면에서의 디메리트가 크다는 점은 싱가포르항이 가지고 있는, 해결 불가능한 숙제라는 점에서 PSA 계획의 무난한 성공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남아시아의 제2라운드 허브항의 경쟁은 고객사인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누가 더 질 좋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말레이시아의 컨테이너항만들이 싱가포르항을 넘어 차기의 동남아 허브항으로 등극하려고 한다면 가격 경쟁력면에서 우위 말고도 항만의 서비스 품질을 싱가포르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HMM 김기태 법인장이 사무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HMM 김기태 법인장이 사무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HMM  싱가포르 동남이지역 본부 사무실 전경
HMM 싱가포르 동남이지역 본부 사무실 전경
 흥아라인 싱가포르 법인 사무실 전경.
 흥아라인 싱가포르 법인 사무실 전경.

무역관장 “경쟁력 갖춘 기업 진출 환영”

팬오션 싱가포르 법인   회의실에서 주재원 죄담회가 열렸다.
팬오션 싱가포르 법인   회의실에서 주재원 죄담회가 열렸다.

싱가포르항만을 취재한 1월 24일 기자는 저녁 시간에는 팬오션의 싱가포르 현지법인에서 한국물류회사 주재원들 6인이 참석한 한국해운신문 창간 34주년 기념 특집 좌담회를 개최했다. 동남아지역의 물류 현황과 한국물류기업들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을 해본 이 좌담회에서 주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싱가포르를 보고 배워야 한다.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월 26일 금요일에는 아침 일찍 코트라(KPTRA) 싱가포르 무역관을 찾아가 장상해 관장을 인터뷰했다.

싱가포르는 한국의 7위 수출 대상국가이며 연간 약 9000개의 한국기업이 싱가포르로 수출하는 중요한 수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또한 한국의 4위 투자유치국로서 싱가포르 자본과 기업이 한국에 최근 많이 진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주요한 교역 파트너인 싱가포르에 한국의 무역관이 생긴 것은 1964년으로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싱가포르 무역관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 6명과 현지 채용 직원를 포함하여 모두 20명의 직원들이 한국과 싱가포르의 교역 활성화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장상해 관장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기업 신규법인 수가 무려 1782개사나 된다고 말하고 “우리 기업이 싱가포르에 진출할 때 17% 정도의 낮은 법인세와 간편한 회사 설립 절차 등 유리한 점도 많지만 경영비용이 많이 들고 물가가 높아서 큰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싱가포르에 회사를 설립할 때는 먼저 비용 관계를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기업이나 현지의 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관장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해상운송 관련기업은 모두 HMM, 팬오션, 장금상선, 고래해운 등의 해운회사와 CJ대한통운, LX판토스 등의 물류회사를 다 합쳐 모두 37개사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이들 물류회사들이 동남아지역 거점으로서 기능하며 다른 한국기업들의 동남아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큰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 장관은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는 작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동남아에 진출하려고 하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국가라고 말하고 “싱가포르 정부나 기업은 새로운 기술, 제품, 브랜드를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므로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기업이면 싱가포르에 진출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경우에는 코트라가 직접 나서서 파트너를 연결하거나 지사화 사업을 돕는 등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우리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잘 활용하여 동남아 시장에 연착륙하고 큰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한 장상해 싱가포르 무역관장
인터뷰를 한 장상해 싱가포르 무역관장

외항에 100여척 배가 일렬로 늘어섰다

기자의 말라카해협지 취재는 장상해 싱가포르 무역관 관장의 인터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 중간에 국적선사들이나 한국 물류기업을 방문한 것도 있으나 지면 관계상 모든 내용을 다 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아 그 부분은 생략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 가서 짧은 기간동안 기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정말 싱가포르 사람들 돈벌이에는 귀신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방 천지가 우리가 보기에는 별것도 아닌 아이디어로 돈벌이는 하는 ‘리얼 자본주의’의 전시장 같았다.

어느 날 저녁 지인의 초대로 1박 숙박료만 해도 100만원쯤 된다는 값비싼 호텔인 ‘마리나 베이 샌즈’ 옥상 레스토랑에 올라가 야경을 구경하게 됐다. 옥상 풀에는 호텔 객실 손님들이 야간 수영을 하고 있었으며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에는 불을 훤히 밝힌 유람선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호수 같은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에서는 형형 색색의 야광을 쏟아내고 있으니 그야말로 별천지에 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런 모든 것이 다 돈벌이 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식물원에서 포즈를 취한 기자(이철원 국장)
식물원에서 포즈를 취한 기자(이철원 국장)

오후에 시간이 남기에 들렸던 싱가포르의 식물원 ‘보타닉 가든’에서도 그런 것을 느꼈다. 주로 꽃이 핀 식물들을 여기저기 잘 배치해 놓고 구경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식물원이었다. 물론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너무나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여기저기 각종 식물나무들을 정성들여 가꾸어 놓은 모습이었다.

이 식물원의 센터에는 7-8층 높이의 유리 온실 식물관이 있었는데 안쪽의 식물들의 배치는 일반인의 안목으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법한 배치였다. 뻔한 것 같은데도 관광객까지 불러들여 많은 인파가 북적북적 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거듭하여 들었다.

1인당 GDP가 8만달러가 넘는 선진국 싱가포르. 우리도 이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외향적인 면에만 치우치다 보면 내부적으로는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물가가 높고 고비용인 싱가포르에 사람과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장상해 코트라 무역관장의 말처럼 이곳 싱가포르가 동남아의 중심이자 세계 교역로의 최중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것의 센터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중국 경제가 지지부진상을 보이면서 중국에 있던 기업과 돈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싱가포르 정부의 대외국인 세금 우대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대부분의 세금이 없거나 아주 낮게 형성이 되어 있다. 상속세나 증여세 등은 아예 없기 때문에 대부호들은 최근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가혹한 상속세를 피해서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돈 많은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는 이런 문제를 자문하는 컨설팅회사도 많은데 모두 성업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싱가포르 시내 중심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옥상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던 지인은 우리나라도 “외국인과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영어를 공용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따라 배우자”는 키워드는 이번 취재기간 동안 내내 기자의 뇌리에 각인이 된 화두가 아니었나 생각이 된다.

이번 싱가포르 취재 중에 경험한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1월 26일 점심에 싱가포르 공항 근처에서 식사를 하면서 싱가포르항 외항에 100여척의 선박들이 한 줄로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모습을 바라봤던 때였다. 어떻게 100여척의 선박이 일렬로 질서 정연하게 대기를 할 수가 있는 것이며, 어떻게 그 많은 선박들이 제시간에 하역을 마치고 좁은 싱가포르항을 빠져 나올 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사진에 담느라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 다니던 그 장면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외항 입항 대기하는 선박들이 100척 이상 일렬로 줄을 선모습은 장관이었다
외항 입항 대기하는 선박들이 100척 이상 일렬로 줄을 선모습은 장관이었다
새벽녁인데도 싱가포르항에 입항할 선박들이 밀려들고 있다.
새벽녁인데도 싱가포르항에 입항할 선박들이 밀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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