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해양연구본부 김경신 전문연구원

▲ 김경신 KMI 전문연구원
지난 5월 우리나라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 위성이 일본의 H-ⅡA 로켓에 실려 성공리에 발사됐다. 이 로켓에는 아리랑 3호 위성을 포함하여 일본의 위성 3기도 함께 탑재돼 쏘아 올려졌다. 이들 위성은 ‘시즈쿠’로 불리고 있는 물 순환 변동 관측위성(GCOM-W1)과 과학 실험 목적의 소형 위성 2기이다. 특히 GCOM-W1 위성은 자체에 탑재된 고성능 마이크로파 방사계(AMSR2)를 이용하여 강수량, 수증기량, 해양의 풍속과 수온, 적설 등 물 순환 전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지구의 환경 변동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번 발사의 성공은 일본에게는 여러 가지로 큰 의미가 있다. 수차례 언론에서 회자된 바와 같이 외국으로부터 수주한 첫 위성인 아리랑 3호를 자국의 발사체에 탑재하여 성공리에 발사함으로써 향후 일본 우주 산업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하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주기본계획을 통해 오랫동안 공들여 온 GCOM-W1 위성의 성공적인 발사로 비 북극권 국가인 일본이 북극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 위성이 일본의 북극 전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지난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체결한 양해각서에 나타나 있다. JAXA와 NOAA는 GCOM-W1이 제공하는 북극 빙하 등에 대한 영상 정보를 상호 공동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NOAA도 2010년부터 구축 중인 공동 극궤도위성시스템(JPSS) 위성들의 영상 정보를 JAXA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두 나라는 대기→육지→지하→바다→대기로 이어지는 물 순환과정 과정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상호 공유하게 되었다. 아울러 비북극권 국가인 일본은 이 위성을 통해 향후 5년간 북극해의 해빙에 관한 과학 자료를 독자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국제 사회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북극 패권 경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일본은 최근 GCOM-W1 위성이 촬영한 북극 해빙에 관한 영상 정보를 공개했다. JAXA는 올 7월 이 위성이 촬영한 그린란드 빙상의 표면 상태 변화에 대한 영상 정보를 통해 그린란드 내륙까지 빙상의 융해가 빠른 속도로 광활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8월에 촬영한 북극해 영상 정보를 통해 북극해 얼음의 녹는 면적이 관측 사상 3번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8월 24일의 빙하 면적은 421만㎢로 관측 사상 최소 면적(종전 2007년 9월 24일, 425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진행 속도는 과거 빙하의 융해가 가장 높았던 2007년과 유사한 진행 패턴으로 북극의 여름이 종료되는 올 9월 중순경에는 북극해빙의 면적이 관측 사상 최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 놓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이 북극 문제에 자국의 인공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은 비북극권 국가로서 북극권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자국의 강점인 위성을 활용하여 우리나라와 중국에 비해 뒤쳐진 북극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올 5월 일본의 해양 정책 싱크탱크인 해양정책연구재단(OPRF)은 ‘북극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추진 시책’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해야 할 9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OPRF는 북극해 문제를 전담할 정책 사령탑을 종합해양정책본부 내 설치할 것을 요구한 것과 함께 비 북극권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북극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제안했다.

북극해 문제에 대한 국제 질서 형성에 일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북극해 과학 조사 활성화, 러시아와 과학기술협정 체결, 북극해 환경보호조약의 추진 등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안들이다. 또한 이 보고서의 제안대로 일본 정부가 남극 관측선인 ‘시라세’를 북극 국제 협력 연구에 활용하게 되는 경우, 일본은 북극해에 관한 해상 정보와 GCOM-W1의 위성 정보 모두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북극 문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북극 진출을 항로의 상업적 이용이나 자원 이용·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과학과 환경, 해상 안보 문제를 포함한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만큼 자국이 보유한 인공위성의 북극 활용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의 북극 정책에서 위성이 어떻게 활용되는 지에 대한 검토와 위성을 활용한 국제 협력 등에 대한 동향 파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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