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KMI 해양연구본부 전문연구원

▲ 김경신 KMI 전문연구원
앞서 필자는 ‘일본의 북극 주도권 전략, 위성 활용으로 강화’(2012. 8. 30)자 기고를 통해 비 북극권 국가인 일본이 항로의 상업적 이용이나 자원 이용·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과학과 환경, 해상 안보 문제를 포함한 국익 차원에서 북극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올 5월 발사한 물 순환 변동 관측위성(GCOM-W1) ‘시즈쿠’를 활용, 북극권에 관한 해상 정보와 시즈쿠의 위성 영상을 통합 관리·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북극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필자의 이 같은 전망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시즈쿠 위성은 올 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북극해의 해빙 분포를 발표한 바 있다. 8월에 촬영한 북극해 영상 정보를 통해 북극해 얼음의 녹는 면적이 관측 사상 3번째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8월 24일의 해빙 면적은 421만㎢로 관측 사상 최소 면적(종전 2007년 9월 24일, 425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북극의 여름이 끝나는 올 9월 16일에는 그 면적이 349만㎢을 기록하여 최소기록을 다시 갱신했다고 밝혔다. 시즈쿠가 촬영하고 분석한 북극해 해빙 정보는 NOAA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제공되어 북극 과학조사 분야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올 9월에는 일본의 해양지구관측선인 ‘미라이’가 9. 3일 부터 10. 17일까지 45일 동안 태평양의 츄크치 해와 캐나다 보퍼트 해 해분 지역을 관측한 바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일본은 해양물리 환경(수온·염분·해류)과 화학 환경(영양염·탄소 및 질소순환)의 변화가 북극해의 저서생물과 어류, 포유류 등의 분포와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또한 북극해의 온실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였고, 대기 중의 에어로졸을 관측함으로써 북극권 대기 순환의 프로세스를 규명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미라이는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가 보유한 해양지구관측선으로 1998년과 2000에 이어, 2008년에도 북극해를 탐사한 바 있다. 특히 2000년 탐사에서는 북극점에 해양관측용 소형 부이를 이용하여 빙해 관측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북극권의 탐사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이번 조사가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추진하고 있는 ‘GRENE(Green Network of Excellence)' 프로젝트 중 북극기후변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북극권의 환경 변화가 일본과 주변 지역의 기상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평가 등 4대 전략을 목표로 ’북극해 항로의 이용 가능성 평가를 위한 해빙분포의 예측‘ 등 7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립극지연구소·국립환경연구소·해양연구개발기구·동경해양대학 등 대학과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북극권 탐사에 일본이 보유한 위성을 활용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해양관측선인 미라이의 항행 기간 중 시즈쿠 위성은 관측 지역의 해빙에 관한 위성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고, 미라이는 획득한 위성 정보에 상세한 해상 관측 정보를 결합함으로써 고품질의 해빙 정보를 구축했다. 이에 더하여 위성 정보를 활용한 효율적인 항행 계획 수립과 항행기간의 단축, 항행 중 유빙 등 위험 요소로부터 안전 확보 등 향후 북극권의 운항에 필요한 기술과 항행 시스템을 구현한 것도 소기의 성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비 북극권 국가로서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과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지위와 영향력 행사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이번 탐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북극권의 상업적 이용에 대비한 실증 자료의 축척을 위해 전략 기획(국립 극지연구소)·해양 조사(해양연구개발기구)·위성 관측(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융·복합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북극분야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해양과 위성의 융·복합 정책과 이를 통한 성과의 확산 전략은 우리나라의 북극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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