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 수 179개사 보유선대 줄지 않아
은행권 요구로 신규선사 등록한 경우 많아
대책 못세운 당국과 은행권 또하나의 빙벽

겉으로 볼 때는 외항해운업계의 內傷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잘 알 수가 없다. 회사 간판을 내린 선사가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신규로 등록한 선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적외항선사 수를 따져볼 때는 전혀 ‘해운빙하시대’라는 말이 실감 나지 않는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이 빙하기에도 179개사가 국토해양부에 외항화물운송사업체로 명단을 올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과의 자료에 따르면 지독한 해운불황을 겪은 2012년 한해 동안 폐업을 했거나 외항운송사업의 등록이 취소된 국적선사는 모두 14개사에 불과하다. 동건해운, 두양상선, 디케이에스앤드. 씨와이즈라인, 에스티엑스마린서비스, 우민해운, 인트란스, 제이엔제이트러스트, 제이에이치쉬핑, 진로해운 등 10개사가 자진 폐업했고 세광쉽핑, 세진마리타임, 씨웨이코리아, 조성해운 등 4개사가 등록을 취소당했다.

반면에 신규로 외항운송사업을 등록한 선사는 9개사나 된다. 1월에 등록한 아시타상선을 시발로 선라이즈쉬핑, 시노코탱커, 에스지해운, 부국해운, 두원상선, 인터지스, 제우마린 등이 차례로 등록을 했으며 11월에는 마지막으로 (주)팬스타가 특이하게도 외항 정기선사업을 등록했다. 이결과 2011년말 184개사였던 (외항)국적선사 수는 2012년말 현재 179개사로 겨우 5개사가 줄어드는데 그쳤다.

더구나 선사수는 약간 줄었지만 선박척수는 감소한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진 폐업을 했다는 10개사의 경우도 상당수가 계열선사가 국적선사로 등록돼 있거나, 폐업한 회사의 선박을 다른 회사가 인수하여 새로운 이름으로 등록한 경우가 있어서 선사수의 감소가 곧바로 보유선박 척수의 감소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빙하기, 해운불황기임에도 신규선사들이 속속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사가 망해도 그 선사가 가지고 있던 ‘부실선박’은 처분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운항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9월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부정기선 해운업계에는 화물 확보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실제 선박가격이 장부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거나 운임수입으로는 용선료의 절반도 채울 수 없는 소위 “깡통선박”이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깡통선박을 많이 보유한 선사들은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됐고 이런 선박을 담보로 잡고 있던 은행권은 이 깡통선박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파크로드 등의 정리로부터 시작된 국적선사들의 도산 릴레이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때마다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깡통선박”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잘 알려진 신한캐피탈의 경우처럼 운영선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해 보기도 하고, 운영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선사에게 이 선박들을 위탁운항을 시켜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은행권의 시도가 성공했다는 전문은 없다.

사실 은행권이 담보로 잡고 있는 선박들을 잘 운영할 자신이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국적선사들에게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고 선박을 회수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부실화 된 선사에게도 대출금 연장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오히려 부채규모가 큰 선사일수록 은행권은 담보로 잡은 선박을 회수하기가 더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2012년에 신규로 외항운송사업을 등록한 면면들을 살펴보면 선사 수의 증가가 새로운 선박이 증가한 때문이 아니라, 기존선사가 분화하거나 패망한 선사의 선박이 회사 간판만 바꾸어달고 나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2012년들어 1월 9일에 가장 먼저 등록한 아시타상선(대표이사 김동락)은 지난 2008년 9월에 등록한 로터스마린에서 떨어져 나온 계열회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선사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신조한 8만 2000dwt급의 캄사라막스 벌크선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캄사라막스 1척만을 위한 운영선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형태의 운영선사를 만든 것은 융자 은행에서 로터스마린과 회계를 달리하여 운영해 줄 것을 주문한 때문이라고 한다. 은행에서는 모처럼 신조한 선박이 다른 부실 선박들과 엮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는 6월에 등록한 부국해운(대표 최재원)의 경우다. 부국해운의 최재원 사장은 삼목해운(대표 최운선)의 영업이사 출신이며 중국조선소에서 건조한 8만 2000dwt급 벌크선  1척을 인수받아 부국해운을 설립, 운영에 들어갔다. 이 8만 2000dwt급 캄사라막스 벌크선은 삼목해운이 발주했던 선박으로 삼목해운도 동형선을 1척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역시 1척만을 위한 독립 선사를 설립한 이유는 금융권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7월에 신규 등록한 인터지스(대표 정표화)는 잘 알려진대로 동국제강의 물류자회사이다. 이 회사는 폐업을 신고한 같은 동국제강 계열사 디케이에스앤드가 운항하던 선박을 흡수하여 국적선사로 등록했다. 현재 운항선대는 5만 9000dwt급 원양벌크선 2척과 1만dwt급의 소형 벌크선 3척(한중일 근거리운항) 등 모두 5척을 운항하고 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9월에 등록한 제우마린(대표 김성근)의 경우도 김성근사장이 근무했던 폐업한 선사 제이에이치쉬핑과 연관성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이 회사가 보유한 선박 7000dwt급 4척 가운데 2척은 신한리스에서 제이에이치쉬핑으로부터 회수한 선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해운빙하기에도 간판을 내린 선사들이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신규등록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역시 부실선박의 처리가 은행권이나 해운업계에서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멀쩡해 보이는 국적선사들이지만 사실상 꽁꽁 얼어붙은 해운시황하에서 冬眠상태에 빠진 선사가 대부분이라고 증언한다. 이미 많은 선사가 한파로 인한 內傷으로 움직이기 어렵게 됐으며, 특히 부정기선사의 경우는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등 몇 개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개점 휴업 상태에 빠져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정기선사들의 경우 3분의 2 이상이 이미 파산상태에 있다고 극언을 하기도 한다. 부정기선사들이 내상이 심각하여 앞으로 빙하기에서 벗어나 따뜻한 봄이 온다고 해도 살아날 선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도 심각한 부실상황을 은행권이 알까봐 괜찮은 척 하는 선사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해결 의지도 미약하기만 한 정부당국. 이러한 양상들이 점점 더 해운업계의 빙벽의 높이를 키우면서 한국해운은 깊은 빙하기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외항화물운송 등록업체 현황>

등록일자 선사명 대표이사 주소 연락처 
1. 9 아시타상선(주) 김동락 서울 종로구 내수동 167 대우빌딩 802호 02-775-6660
2. 24 선라이즈쉬핑(주) 김지훈, 김창윤 부산시 동구 초량동 대한통운빌딩 051-462-5515
5. 18 시노코탱커 김남덕 서울시 중구 북창동 21 해남빌딩 10층 02-779-7723
5. 24 에스지해운(주) 공외식 부산시 동구 초량동 혁정빌딩 502호 051-441-0226
6. 19 부국해운(주) 최재원 서울중구 장교동1 장교빌딩 15층 7-1,7-2호 02-750-7470
6. 20 두원상선 이석기 서울시 중구 북창동 21 해남빌딩 1025호 02-734-9105
7. 4 인터지스 정표화 부산 중구 중앙동4가 79-1 051-604-3333
9. 21 제우마린 김성근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두산위브파빌리온 335호 02-6273-4807
11. 9 (주)팬스타 김현겸 서울시 중구 무교동 95 02-756-4500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