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외항선사부문/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

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
화이브오션 조병호 사장

연구하는 자세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진력
“해운협회 부회장 맡아 중소선사 입장 대변”

지난 11월 16일 열렸던 ‘올해의 인물’ 선정 심사위원회에서는 2023년 외항선사 부문 올해의 인물에 화이브오션의 조병호 사장이 만장일치로 선정이 됐다. 조 사장이 설립한 화이브오션이 2008년 9월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해운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오늘날 중소형선사를 대표할만한 선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선정 이유 중 하나였다. 조병호 사장이 2022년 1월에 중소형선사를 대표하여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에 선임이 된 것도 이번 선정작업에 참작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조병호 사장은 이론과 실무에 모두 뛰어난 해운 정통 CEO이다. 부정기선 해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용선과 오퍼레이팅에 오랜 경험을 쌓아왔으며 특히 유럽 화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물 영업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게다가 학구적인 면모까지 갖추고 있어 거시경제는 물론, IT분야 등 신기술산업 분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CEO로서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06년 2월에 화이브오션을 창업하여 해운호황의 정점에서 매우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고 그 이후 이어진 장기간의 해운불황기에는 반대로 좌절을 겪기도 했던 조병호 사장의 경영철학은 ‘牛步萬里’. 소처럼 우직하게 한발 한발 발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전문>

기자가 조병호 사장을 찾아간 것은 올해의 인물 선정 발표가 난 뒤인 11월 23일 오후였다. 조 사장은 서울시청 옆에 있는 금세기빌딩 화이브오션 회의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금세기빌딩은 과거 포스코가 사용했던 건물로 현재는 포스코 계열사의 관리하에 있다.

기자는 먼저 원양벌크선사인 화이브오션이 어떻게 장기간의 해운 불황 속에서도 파산하거나 문패를 갈아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부터 물어보았다. 사실 화이브오션은 2009년 이후 13년간 계속된 해운불황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며 제대로 살아남아 현재도 활발한 영업을 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원양벌크선사였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06년 초에 제가 회사를 설립하려고 할 때 과거에 인연을 맺었던 화주들과 브로커 등 파트너들이 모두 저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네가 하겠다면 내가 무조건 돕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용선계약에 직접을 보증을 서주거나 심지어 50만달러를 선뜻 빌려주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전 회사에 근무할 때 이들과의 거래관계에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신용도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모두들 밀어주는 바람에 사업초년도인 2006년도에 매출 530억원에 순이익 32억원이라는 나름 의미있는 성과를 얻게 됐습니다. 저는 회사 설립 이전인 대리점회사에 근무할 때부터 외국 화주, 특히 유럽의 화주들과 거래를 많이 했으며, 회사 설립 이후에는 한국전력 자회사들과 장기운송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는 등 주로 화물 영업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해운불황의 시기에도 버티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 사장은 화이브오션을 설립하기 전에 근무했던 아크상선에서 다년간 용선영업과 오퍼레이팅을 업무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던 화주들과 브로커들이 회사 설립 초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이들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온 것은 결국 과거의 거래관계에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지금도 ‘신뢰’ 또는 ‘신용’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라고 조 사장은 강조했다.

조사장은 화이브오션의 회사 창립 이후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기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화이브오션이 중견기업으로 도약을 하게 된 계기는 창립 1년후인 2007년 4월에 첫 자사선인 6만 7000톤급 소양호를 도입하면서부터이다. 이 선박은 얼마 지나지 않아 200억원이라는 큰 수익을 남기고 다른 선사에게 매각을 했지만, 이 선박의 존재가 2007년 연말에 한국남동발전(한국전력 자회사)과의 5년간 유연탄 장기운송계약을 낙찰 받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 계약 이후에 화이브 오션은 2010년 8월 한국중부발전과 계약(15년간 유연탄), 2013년 4월 한국남동발전과 계약(케이프선, 10년간 유연탄), 2013년 9월 한국서부발전과 계약(10년간 유연탄), 2017년 한국남동발전과 계약(10년간 유연탄)을 차례로 체결하는 등 모두 5건의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해운경영 기반을 마련했다.

회사의 매출액을 보면 2006년 사업 초년도에 530억원을 기록했고, 다음해인 2007년에는 무려 1150억원을 기록, 두배 넘게 매출이 뛰었다. 물론 이 때는 해운시황이 거의 정점을 찍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후의 매출액은 크게 성장을 하지 못했고 2016년에는 창사 이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출액이 200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9년도로 2152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연 매출 2941억원으로 거의 3000억원에 접근한 실적을 보였다. 2022년에는 연매출 3514억을 달성했으며 순이익도 280억원을 올려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조 사장은 이같은 부침을 겪으면서 사업초기에 세웠던 고속성장 의지를 바꾸어 “牛步萬里(우보만리) 심정으로 연간 10-20% 성장을 목표로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화이브오션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영업이 잘 됐고 또한 해운 대호황의 분위기도 작용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욕심을 내봤을 만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조병호 사장은 "새로운 사업 같은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선사 경영철학을 얘기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만 합니다. 전공한 분야가 아닌 것을 할 때, 그것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해운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좋아서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좋아서 해운비지니스를 즐기면서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해운업은 어차피 서비스업입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으면 회사는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야만 합니다. 당장에 도전하는 것이 힘에 부치면 좀 쉬었다가 충전한 다음에 다시 목표를 향해 도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병호 사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해운대리점 근무 시절부터 오로지 원양 벌크선 영업의 한길에만 매진해 온 것을 알 수가 있다. 철강제품을 위주로 핸디사이즈, 핸디맥스에서 시작된 그의 영업은 회사를 설립한 2006년부터는 파나막스선 중심 영업으로 바뀌었으며, 2013년 이후에는 철광석을 수송할 수 있는 케이프 사이즈 대형선 영업에까지 확대가 됐다. 이같은 사실은 조 사장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영업 스타일은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이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초기부터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을 위한 수송에 뛰어들었으며, 당시에 철강제품 수출에 핸디맥스나 기어가 달린 수프라막스를 이용하지 않고 파나막스 벌크선을 이용함으로써 운송비를 크게 낮추는 등 혁신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마찬가지로 유연탄 수송을 파나막스를 이용하지 않고 대형선형인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으로 운송하기도 했다. 운송기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역시 운송비를 절감시킬 수가 있었다. 또한 새로운 항로도 다수 개발했다. 중국의 철강제품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하는 항로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캐나다 동안에서 극동으로 철광석을 수송하는 케이프선 항로에 뛰어들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렇게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 많은 독서를 하고 연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현재는 거시경제와 IT산업 부문에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고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 열리는 해운관련 포럼이나 좌담회 등에 조병호 사장이 연사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기자와의 인터뷰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후에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23년 한해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지난 2월 24일 우리 해운업계가 660억원을 출연하여 탄생시킨 공익재단 ‘바다의 품’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올해의 인물상이라는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만,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 우리 해운산업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열심히 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정부의 해운 지원 정책이 컨테이너선 부문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향후 도래할 해운불황에 대비하여 정부당국이 어떠한 해운산업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해운업은 거대자본이 필수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산업입니다. 해양진흥공사가 출범하고 예전보다는 선박금융의 접근성이 확실히 좋아졌지만 아직도 중소선사들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화주를 상대하는 컨테이너선과는 달리 벌크선은 한 화주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계약을 근거로 선박을 도입하려고 할 때 부채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망설이게 됩니다. 확실한 대형 화주와의 장기계약의 경우 계약으로 인해 생기는 채무는 부채비율에서 제외시키는 융통성을 발휘해 줬으면 합니다. 또하나 톤세제도의 유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톤세제도가 사라진다면 외국선사와의 경쟁은 지극히 아려워집니다. 유지가 될 수 있도록 당국에서도 힘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 자율운행 자동차가 상용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고 해운을 포함한 전 산업분야에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화이브오션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우리 해운산업은 전 산업분야 중에서도 특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자율운항 선박등 신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 디지털전환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당장에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디지털전환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 2024년 해운경기를 어떻게 전망하시며 우리나라 부정기선사들이 어떠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도 마무리 되었으나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침체가 예상되지만 그 기간은 짧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중국은 이 와중에도 소폭이나마 금리를 인하하면서 수시로 부양책을 펼쳐왔지만 워낙 부동산 침체가 깊어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미국이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중국도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부터는 대형선부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 중소선사들을 대표하여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직도 맡으신 것으로 보여지는데, 중소선사들에게 특별히 요청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중소선사 대표님들께서 가끔 저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최대한 설명을 드리고 하지만 때때로 아쉬운 점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중소선사들의 창구 역할을 할 테니까 협회의 운영이나 제도 개선 문제 등에 있어서 의견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개선할 점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회장단 회의 등을 통해 충분히 어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적선사들은 해외 화주 개발과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힘써 나갔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할 때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해양강국이 빨리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조병호 화이브오션 사장 약력>

△1966년 11월 24일 강원도 춘천 출생 △1988년 9월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졸업 △ 1989~1992년 동국상선 통신장 △1993~2006년 아크상선 이사 △2006년 2월~현재 화이브오션 대표이사 △ 2016년 1월 한국선주협회 이사 △2019년 5월 한국선주상호보험 감사 △2022년 1월 한국해운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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