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내항선사 부문/씨월드고속훼리 이혁영 회장

씨월드고속훼리 이혁영 회장
씨월드고속훼리 이혁영 회장

선도적으로 여객선 현대화·대형화 추진
여객 서비스 고급화, 향후 크루즈 도전

제주뱃길은 과거부터 황금노선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어떤 연안여객항로 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트랜드도 빠르다. 황금노선이라는 유혹에 빠져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얼마 못가 문을 닫은 선사가 수두룩하다는 것은 제주뱃길이 얼마나 치열한 항로인지를 보여준다.

그 치열한 항로에서 25년을 운항 중단없이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며, 가장 최신의 선박을 도전적으로 투입해온 씨월드고속훼리가 ‘올해의 인물 내항선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씨월드고속훼리는 목포, 진도, 해남 우수영 등 3곳에 5척의 선박을 투입해 제주뱃길을 운항하는 자타공인 제주뱃길 최강자다.

25년전 씨월드고속훼리를 창업한 이혁영 회장은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혁영 회장이 ‘그저 운’이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지난 25년간 씨월드고속훼리가 걸어온 흔적을 보면 이 회장의 과감한 도전과 결단, 임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좋은 운을 만날 수 있었다.

내륙인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회장이 목포에서 연안여객선사업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바다에 대한 동경이 없지 않았지만 직접 여객선사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활용해 목포에서 여객선사업을 시작한 외삼촌의 부탁을 받고 잠깐 목포에 내려왔다가 여객선사업에 투신하게 됐다.

위기는 기회, IMF때 카페리 인수해 창업

이 회장에게 기회는 1998년 IMF때 찾아왔다. IMF 직전까지만 해도 여객선사업은 뒷배경이나 돈깨나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제주항로는 황금노선으로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배를 투입해 과당경쟁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IMF로 자금줄이 막히자 선사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위기가 곧 기회라고 판단했다. 뒷배경도, 돈도 없었지만 젊은 패기와 십수년간 쌓아온 여객선사업에 대한 경험으로 이 회장은 은행권을 설득해 경매로 넘어가는 선박을 인수, 씨월드고속훼리를 설립했다.

“회사를 설립하고 하루에 서울, 부산, 제주를 오갈 정도로 열심히 화주와 여행사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나의 열정에 많은 고객들이 도움을 주셨고 3년만에 빚을 갚고 회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재래선이 투입됐던 제주뱃길에 대형 카페리를 투입하는 현대화·대형화 전략을 추진하고 나섰다. 부산의 한 투자금융사를 설득해 대형 카페리 도입에 성공한 이 회장은 씨월드고속훼리를 설립했을 당시 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녔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사업이라는 게 도전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고 도전하자는 결단을 내린 것은 나지만 뒤에서 임직원들이 열심히 뛰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국내에서 신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다들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말렸지만 우리는 보란 듯이 성공시켰다.”

국내서 최대 2만 7천톤급 카페리 건조

씨월드고속훼리가 지난 2020년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한 2만 7천톤급 카페리선 퀸제누비아호는 이 회장의 도전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퀸제누비아호는 국내에 취항중인 카페리중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선박으로 제주뱃길의 서비스 품질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연히 승객들로부터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인천-제주항로에 투입됐던 2만 7천톤급 카페리선 비욘드트러스트호 매입을 결정한 것도 대단한 도전이자 씨월드고속훼리만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를 받는다. 현대미포조선에서 2021년 건조된 비욘드트러스터호는 퀸제누비아호와 똑같은 스펙을 가진 자매선이지만 인도 초기부터 수차례 엔진 고장을 일으켜 운항이 중단됐다. 고장이 잦은 골칫거리 배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비욘드트러스트호임에도 지난 10월 씨월드고속훼리가 매입을 전격 발표해 해운업계를 놀라게 했다.

“비욘드트러스트호 고장 사고는 초기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유능한 기관장, 공무감독 등 30여명의 선박 전문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수차례 검사를 통해 비욘드트러스트호를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씨월드고속훼리가 운항하면 다르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씨월드고속훼리는 선박 인수후 도크에 올려 추가 수리를 진행하고 빠르면 내년 3월초부터 선명을 퀸제누비아2호로 바꿔 목포-제주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목포-제주항로에 퀸제누비아호, 퀸제누비아2호 2척이 투입돼 고객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고급화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승객없다 탓하지 말고 좋은 서비스 제공해야

“제가 전국카페리·쾌속선 사업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회원들께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다. 사람들이 배를 타지 않는다고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좋은 배를 도입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배를 타기 시작한다.”

고객들에게 먼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씨월드고속훼리가 2021년 연안여객선사 최초로 도입한 것이 VIP 전용라운지다. 항공사가 VIP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승선전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전용 대기실과 전용 발권 창구, 전용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퀸제누비아호 라운지 무료 입장, 우선 승하선 서비스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안여객선사중 VIP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 VIP 서비스에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가고 주위에서 너무 무리한 전략 아니냐는 지적들도 있다. 그러나 저는 연안여객선에도 이러한 고급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전략들이 나와줘야 고객들이 연안여객선을 더욱 찾게 되고 향후 크루즈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내 동남아 크루즈 시장 진출

이 회장은 지금 당장 제도적으로 미비하고 인프라가 없어 불가능하지만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씨월드고속훼리처럼 믿을 만한 여객선 회사가 참여한다면 향후 10년내 제주-목포-동남아를 연결하는 크루즈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국민들이 크루즈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아직까지 크루즈를 타고 휴가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크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우리도 유럽처럼 배를 타고 여행을 즐기려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객선사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선사들이 고객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운항 중단이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선사들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곧바로 운항을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주뱃길에 운항 중단이 특히 많았던 게 사실이다.

“운항 중단 없이 배를 운항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월호, 코로나 때는 우리도 정말 힘들었다. 지난 2013년 쾌속선을 투입해 개설한 해남 우수영-제주항로는 여전히 어렵지만 언젠가는 정상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지속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처럼 운항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우리가 성공한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여객선사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요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여객선사들이 돈을 벌어서 좋은 선박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회장은 여객선 관련해 선령 25년 제한, 여객선 운임 신고제, 선박 출항 통제 기준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제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연안여객선 선령이 25년으로 제한돼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여객선 선령을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가 없고 선령 제한 조치로 중고선가 등에 악영향을 미쳐 여객선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또 여객선에 대해 너무 과도한 선박 검사가 진행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객선은 5년마다 정기검사를 받고 있지만 매년 선급에서 정기검사에 준하는 검사를 하고 있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객선은 저가항공가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데 운임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운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없어 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또 선박 크기에 상관없이 기상상태 등을 여러 요건을 일괄 적용해 출항을 통제하는 것도 시급히 개선돼야 하다. 정부가 세월호 이후 안전을 강조하면서 도입한 제도들이 필요는 하지만 과한 것들이 많다. 제도들이 과도하면 선사들이 수익성을 악화시켜 좋은 선박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가 없다. 과도한 제도들을 시급히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씨월드고속훼리의 2만 7천톤급 여객선 퀸제누비아호.
씨월드고속훼리의 2만 7천톤급 여객선 퀸제누비아호.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