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국제물류부문/서울항공화물 박무자 대표이사

42년 경력 국내 항공화물 포워더 산증인
상용화주터미널·IATA CIEV 인증 업계 선도
공항 내 차량 전기차 교체 등 ESG 경영도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하나의 일에만 매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2018년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업력이 50년이 넘은 ‘장수기업’은 전체 대비 0.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국내 국제물류주선업, 일명 포워딩 업계의 부침은 유독 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는 4천여 개가 넘는 포워더가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으며, 매년 수십 개의 업체가 없어졌다 생겼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한 가지 사업을, 그것도 포워더 업계에서 오랫동안 영위하기가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이를 해낸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해운신문 올해의 인물 국제물류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국내 1호 항공화물 포워더 서울항공화물 박무자 대표이사이다. 박무자 대표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이어 1982년 서울항공화물의 경영을 맡은 이후 수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 국내 제1의 항공화물 포워더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박무자 대표는 이처럼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오랜 기간동안 서울항공화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천에 대해 자식과 직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정도(正道) 경영’,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는 우직한 한 우물 정신’을 중요시하는 그녀만의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서울항공화물의 눈은 어느덧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국내 최초 상용화주터미널을 비롯해 IATA의 CEIV Fresh, CEIV Li-batt 인증에 이어 CEIV Pharma 인증까지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한층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서울항공화물 박무자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한국해운신문 올해의 인물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상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상은 비록 제가 받지만 저와 함께 일해온 모든 직원들과 회사를 대표하여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항공화물은 어떤 회사입니까?

=서울항공화물은 올해로 설립 59년이 되었습니다. 항공화물 전문 포워더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창립했지만 먼저 설립한 회사가 30년 전에 이미 파산하여 폐업한 관계로 현존하는 국내 항공화물 전문 포워더 가운데 서울항공화물이 가장 오래됐습니다. 저희 서울항공화물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중국 등 세계 곳곳에 항공화물 혼재업(consolidation)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 외에도 수출입 대행, 씨앤에어 서비스, 에어앤에어 서비스, 노미네이션, 3국간 무역, 3PL, 풀필먼스 서비스, 전세기, 해상 화물 등의 전문적인 수출입 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회사 직원 수와 규모가 더 컸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변화된 물류 환경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수출회사들의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운송 관련 제반 분야의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내 항공화물 포워더와는 달리 서울항공화물만이 가진 특장점이나 차별점,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산업의 발전에 따라 이전에는 노트북, 모니터 같은 제조 상품 중심 수송에서 현재는 의약품, 배터리, 냉장/냉동 등 콜드체인이 필요한 화물과 안전성 검증이 불확실한 중국발 이커머스 화물 등이 주요 화물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물을 규정에 맞게 취급하는 곳은 실상 매우 적습니다.

서울항공화물은 인천공항 포워더 중 가장 먼저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교육된 직원을 갖춰 국토부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으로부터 국제적인 인증을 받아 고객이 안심하고 화물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IATA CEIV Fresh(신선식품)와 CEIV Lithium batteries(리튬배터리)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콘솔사이며, 현재 CEIV Pharma(의약품) 인증을 진행 중에 있어 이것까지 인증을 받게 된다면 국내에서 IATA의 세 품목을 인증받은 포워더는 서울항공화물과 LX판토스 2개사 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을 위한 보안 검색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 대한민국 포워더 중 유일하게 최초로 상용화주 터미널을 운용하여 항공사와 고객이 안전한 운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용화주 터미널의 경우 자체 X-ray와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통하면 항공사의 보안 검색을 면제받을 수 있고 항공기 직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운송지연을 줄일 수 있고 화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올 한해 국제물류업 시황은 어떠했으며, 그 가운데 서울항공화물의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항공화물 수요의 감소라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우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예전에는 15~2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항공화물 품목이 다양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내 2차 산업 제조 품목들이 줄어든 영향 때문인지 배터리나 자동차 부품, 중국 전자상거래 관련 물품 정도 외에는 수요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지난 11월 예상치 못한 항공화물 수요 증가가 있긴 했으나 1월부터 10월까지 시장 자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작년 시장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항공화물 수요 감소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이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우선 근본적으로는 대외 의존도,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항공화물 포워더들이 취급하는 화물의 절반 이상이 중국 전자상거래 관련 물품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면 미중 무역갈등 이라던가 국제 정세의 변화에 쉽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점점 심화되고 있고 미국 역시 해외에 있는 공장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자 보호라는 명목 아래 채무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등 오히려 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

저 역시도 여태껏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받지 못한 미수금이 매우 많습니다. 1~2건만 발생해도 1년 수익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긴 세월 동안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건만 잔뜩 실어놓고 재산은 다른 이름으로 다 빼돌린 뒤 운임 지급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돌연 파산 신청해버리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 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다시 개업을 하는데 제재하거나 개인 재산을 추적해서 받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업하는 사람, 특히 대주주는 경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기존에는 가능했던 경영자에 대한 연좌제가 어려워짐으로써 정부에서 이러한 행태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부추기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또 한 가지는 사업 다변화입니다. 세상이 디지털화, IT화 되어 가면서 많은 직업과 업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IT화가 될수록 물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세분화되고 더 밀착화되어 더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콜드체인, 의약품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필요한 물류를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러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서 현재의 수출 업무 이외의 다양한 업무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서울항공화물은 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항공화물이 ESG 경영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서울항공화물은 인천공항 물류업체 최초로 ESG 경영의 일환으로 공항에서 사용하는 지게차, 업무용 승용차, 업무용 소형화물차를 모두 전기자동차로 교체하여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6톤 이상 절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서울항공화물은 이외에도 ESG 경영의 일환인 RE100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RE100 달성은 나중에 모아서 한 번에 해 나갈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기 가장 어렵고 나중에 항상 큰 문제가 되는 과제는 ‘중요한데 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RE100이 바로 ‘중요한데 당장 급하지 않는 과제’입니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미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제입니다. 서울항공화물이 항상 새로운 길을 선두로 최초로 해왔듯 RE100에서도 항공화물 포워더 중에서 최초로 RE100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도록 한걸음 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4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울항공화물을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힘드셨거나 보람된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회사를 이끌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이었습니다. 서울항공화물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으신 분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그간 쌓아온 네트워크와 인맥들이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고, 그럴때 마다 그걸 다시 채워 넣는 과정들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지만 저희는 회사의 업력이 오래되다 보니 더 많을 겁니다. 그래도 저와 같이 일했던 분들이 본인의 사업을 잘 꾸려 가거나, 타사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서울항공화물이 이 업계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싶어 뿌듯할 때도 있습니다. 그분들 중 아직까지도 저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반대로 보람된 일이라고 한다면 여러 국제 인증과 더불어 상용화주 터미널 등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몇 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상용화주터미널의 경우 아직까지 업계의 인식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용만 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안전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결국에는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서울항공화물이 선제적으로 상용화주터미널을 도입하게 된 것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긴 업력 만큼 위기도 많이 있으셨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항공화물을 이렇게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이끌어오신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올해로 42년이 됩니다. 처음에는 부지불식간에 경험 없이 회사를 맡아 솔직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4명의 어린 자녀들과 수십 명의 직원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절박했습니다. 그 절박함이 한 눈을 팔지 않게 만들었고, 그 점이 저와 회사를 성장시킨 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다 보니 그저 원칙과 정직하게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원칙과 정직 때문의 현실에서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타 업체들과 화물 유치 경쟁을 할 때 업무 이외의 다른 편법적인 행위들은 하지 못하게 했는데,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철저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도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며 항상 초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평소 갖고 계신 경영철학이나 좌우명, 혹은 인생철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경영철학이라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고객과 상생하자’입니다. 고객을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를 이용해줘서 고맙고, 또 그들은 우리 물건을 실어내 줘서 고맙다는, 즉, 함께 윈윈 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왔고 그 마음은 아직도 한결 같습니다.

또한 인생철학을 굳이 이야기 하지만 ‘욕심 부리지 말자’,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입니다. 다른 것에 욕심부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하나만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 결과 소위 망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크지도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마저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혹은 업계에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본 업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합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인들의 채무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이를 부추기지 않도록 노력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물류업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법률상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농축산업, 어업 등과는 달리 국제물류업종의 경우 외국인근로자 고용의 제한이 있어 인력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물류주선업이 서비스업인만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끔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러한 상을 주신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서울항공화물은 국내 제1호 항공화물 포워더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롤모델로서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대한민국 국제물류 부문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해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