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여객선부문/김정호 부관훼리 COO

김정호 부관훼리 COO
김정호 부관훼리 COO

고객 신뢰 최우선, 매일정시운항 약속 지켜
내년 정기선 위기, 틈새시장 전략으로 대처
환경규제·여행패턴 변화 대비 신조발주 추진

1970년 부산항과 일본 시노모세키를 연결하는 카페리항로를 한국 최초로 연 부관훼리는 ‘한국 최초’라는 단어가 늘 앞에 붙는다. ‘한국 최초’ 카페리선사, ‘한국 최초’ 카페리 신조 발주, ‘한국 최초’ 한중일 환적서비스, ‘한국 최초’ 더블 넘버 트레일러 운용, ‘한국 최초’ 활어차 선적 안전기준 마련, ‘한국 최초’ 캠핑차 선적 등, 부관훼리는 늘 한발 앞서는 선도적인 전략으로 한국 국제카페리업계 발전을 이끌어 왔다.

부관훼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한국 최초’ 타이틀들은 대부분 38년전 부관훼리 평사원으로 입사해 2021년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 COO)에 오른 김정호 전무의 아이디어와 손을 거쳐 만들어진 것들이다. 김정호 COO는 특히 코로나로 2년 넘게 여객운송이 완전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단 1명의 직원 해고 없이, 100% 한국인 선원으로, 휴항없이 매일 정시 운항이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내며 수출입 화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이러한 노력들을 묵묵히 해낸 부관훼리의 김정호 COO가 ‘2023 올해의 인물’ 여객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정호 COO는 올해 컨테이너 정기선 업계가 물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페리의 장점을 활용한 틈새시장 확대 전략으로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해 나가고 있다. 또한 점점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변화하고 있는 여객선 관광 패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향후 4년내 세미 크루즈급 카페리선을 신조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음은 부관훼리 김정호 COO와 나눈 일문일답.


-올해 영업실적은 어떻습니까?

=먼저 화물 부분은 3분기까지 전년대비 약 8% 정도 감소했습니다. 한일 컨테이너선사들의 경우 3분기까지 평균 15% 정도 감소했으니 비교적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중 물량 기복이 크지 않은 우리의 입장에서 약간 저조한 실적이기는 합니다. 올해 물량이 줄어든 것은 전쟁과 같은 국제 문제로 교역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특히 중일간 정치적 갈등으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중국 환적화물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화물이 감소했지만 운임 하락 폭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부관훼리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매일 운항하고 빠른 운송·통관으로 컨테이너선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선이 운송하지 못하는 활어차나 농수산물과 같은 신선화물, 긴급화물, 특수화물 등을 운송할 수 있어 운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틈새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컨테이너선은 내년에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부관훼리는 내년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내년은 엔화 약세와 국내 설비투자 감소로 상반기까지는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대형 컨테이너선사들과 경쟁하면서 화물을 유치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카페리만의 특화된 화물, 즉 긴급을 요하는 특대화물, 특수차량, 농수산물 등 틈새시장 화물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화물 감소 폭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향후 대기업의 설비투자에 따른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코로나 초기 영업의 한 축인 여객운송이 중단되면서 매출 감소에 따른 충격과 여객담당 직원들의 고용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솔선수범하고 전임직원이 합심해 비용 절감과 적극적인 화물유치 활동을 벌인 결과, 단 1명의 해고도 없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관계당국의 각종 지원과 항비, 시설사용료 감면 등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여객 회복세가 더딘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항공에 비해 회복세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엔저 현상에 따른 특수를 누려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먼저 패키지여행 시장에 중소여행사들의 시장 참여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소여행사들의 시장 참여를 통해 패키지 상품뿐만 아니라 인센티브 상품, 기획상품, 이벤트 여행상품 등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자유여행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시모노세키, 기타큐슈(고쿠라, 모지) 등 현지 콘텐츠 개발과 SNS를 통해 이를 알리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마케팅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셋째 항공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카페리만의 장점을 살린 특화된 여행상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카페리는 항공기로는 불가능한 자전거, 오토바이, 승용차, 캠핑카 등을 적재할 수 있는데 다양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고객이 승선하는 순간 바로 여행이 시작’되는 카페리의 장점을 살려 선내의 대형 멀티홀을 이용한 각종 테마 이벤트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카페리는 비행기보다 느리지만 비행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부산의 야경과 밤 바다로 별이 쏟아지는 풍광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카페리 여행의 이런 매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좀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올해부터 시행된 현존선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EEXI와 CII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EEXI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전문컨설팅 업체와 협업해 왔고 올해 3월 성희호 정기검사 때 한국선급으로부터 EEXI 증서를 발급 받았습니다. CII는 지난해 12월 SEEMP PARTⅢ 승인을 받았고 최근 실시한 성희호 사전 시뮬레이션 결과, A등급을 받았습니다. CII 등급을 맞추려면 결국 선속을 줄여야 하는데 부산-시모노세키는 항로거리가 122마일로 짧아서 선속을 높이지 않아도 돼 앞으로 상당기간 CII 등급을 충족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는 CII 등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을 지난 9월에 도입해 매항차 CII 등급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결국은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가 필요해 보입니다. 신조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최근 여행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어 새로운 선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 선박은 대규모 단체 여행객들을 위한 20~30인용 다인실이 있는데 최근 단체 여행객이 줄어들고 있고 단체 여행객 조차 독립된 공간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다인실을 2~4인용으로 개조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개조비용이 너무 비싸 차라리 신조가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선내 시설을 세미 크루즈급으로 고급화시켜 고객들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도 있어 향후 3~4년내 선조 발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조 계획에 있어서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 연료입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어떤 대체연료가 대세인지 아직 정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선박은 신조하면 20년 이상 써야 되기 때문에 연료 선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도 이 부분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우선은 기존 연료와 전기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신조선가가 너무 오른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가 21년전 현대미포조선에 성희호을 발주할 때 선가가 약 430억원이었는데 지금은 두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선박보다 조금 크고 시설을 고급화하는 등 여러 가지 개선시킨 부분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선가가 너무 높아 과연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난관들이 버티고 있음에도 4년내 새로운 선박을 신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향후 새롭게 펼쳐질 한일항로에 최적화된 세미 크루즈급 선박 신조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이후 안전기준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안전을 위해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박 안전은 워낙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아서 지난해부터 선박 안전관리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전문업체가 세부적인 부분을 관리하고 우리가 안전관리 전문업체를 지휘 감독하는 한편 감독기관과 합동으로 점검하는 등 이중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선주도 책임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사내에 별도로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COO인 제가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위원회는 한달에 한번씩 선기관장, 사무장까지 참여해 안전과 관련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것을 요구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희호에는 선기장부터 부원까지 100% 한국 선원들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취항하는 국제 여객선중 100% 한국 선원이 승선하는 경우는 성희호가 유일합니다. 한국인 선원을 100% 승선시키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기는 하지만 선박 안전과 운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부터 한국인 선원 100% 승선 원칙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COO께서 평소 갖고 계신 경영철학, 좌우명 등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부관훼리에서 38년째 근무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정직입니다. 우리 고객들은 대부분 몇십년째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위 단골들이고 협력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오랜 기간 고객들, 협력사들과 신뢰와 존중으로 바탕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정직과 정도경영(正道經營)이었습니다. 좌우명은 사필귀정(事必歸正)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일지라도 묵묵히 걸어가며 올바른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해내면 반드시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필귀정을 항상 마음속 깊이 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선원 수급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성희호는 100% 한국 선원만 승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70세가 넘어 퇴직한 선원들에게까지 대체 인원을 구할 때가지 승선해 달라고 부탁하는 처지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중소 국적선사들이 선원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둘째, 선박 운항사업 면허제도의 개선 또는 보완이 필요합니다. 국제항로를 항행하는 카페리는 매년 15일 정도 소요되는 선박안전검사를 받기 위해 휴항해야 합니다. 문제는 카페리는 대체선을 구할 수 없어 컨테이너선을 대체선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여객운송사업자의 컨테이너선 용선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선박을 이용해왔던 농수산물, 활어 등의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중카페리는 양국 정부간 합의로 선박검사기간에 한정해 화물선을 대체선으로 투입할 수 있고 일본도 카페리 면허로 화물선을 대체선으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적 한일 카페리선사만 화물선 대체 투입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긴급한 농수산물, 활어 등의 수출을 위해 국적 한일카페리선사들도 선박 검사기간중 화물선을 대체선을 투입할 수 있도록 양국간 합의를 진행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셋째, 국내외 카페리에 선적되는 활어차와 같은 특장차 대한 안전기준과 검사기관 지정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과거 내항 RO-RO 화물선에 선적된 특장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선박의 자주안전검사’라는 제도를 도입해 매년 안전검사 필증을 받은 특장차만 선적할 수 있도록 제도화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제도가 없어서 안전검사를 받지 못한 한국 활어차의 일본 선박 선적이 금지돼 왔습니다. 저희가 수차례 정부 측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도 여객과 선박의 안전을 고려해 특장차에 대한 안전검사 의무화를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가칭 ‘부산항국제여객선사협회’를 조속히 발족시켰으면 합니다. 한중항로는 한중카페리협회가 설립돼 여객선사들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 선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일항로도 이제 협회를 만들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시모노세키 노선을 운항하는 부관훼리의 성희호 모습.
부산-시모노세키 노선을 운항하는 부관훼리의 성희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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