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협회단체부문/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이형철 한국선급 회장

해외지역본부 중심으로 기술영업 강화
국내 중소선사 맞춤형 기술지원 서비스
경영 발목잡는 공직유관단체 해제돼야

한국선급(KR) 이형철 회장은 지난해말 올해 목표로 등록톤수 8500만톤, 수입 1450억원이라는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2023년은 코로나 엔데믹으로 해운시황 침체가 시작되고 높은 신조선가로 신조 발주가 감소해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음에도 목표를 높여 잡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KR은 올해 등록톤수는 목표에 못 미치는 8181만톤에 그쳤지만 수입은 약 1800억원으로 KR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R에서 오랫동안 국내외 선사 영업을 해왔던 이형철 회장은 올해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해외마케팅으로 해외시장에서 KR의 신뢰도와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달성 가능한 목표로 봤고 결과적으로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9년말 제24대 KR 회장에 취임한 이형철 회장은 쉽지 않은 경영여건 속에서 매번 도전적인 경영 목표를 제시했고 임직원들을 다독여 가며 그 목표를 달성해 내고 있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말 KR 회장 선거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87%)로 제25대 회장 재선에 성공했다. 매년 도전적인 목표 달성해 내고 있는 KR 이형철 회장이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하는 ‘2023년 올해의 인물 협회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형철 회장은 “앞으로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겠지만 친환경·디지털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해 선급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 그동안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으로 KR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아졌는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현지 기술영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회장은 국제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면서 조선소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사들이 환경규제 대응전략을 수립하는데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국내 중소형 선사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선사별 맞춤 기술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본지와 KR 이형철 회장이 나눈 일문일답.


-올해의 인물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2023년도 올해의 인물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선정 위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상은 우리나라 해사업계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달라는 뜻으로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내년에도 열심히 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경영목표를 등록톤수 8500만톤, 수입 1450억원으로 잡으셨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KR 창립 이래 수입이 1,600억원을 넘은 적이 없었는데 올해 예상치로 1,8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기확보한 신조선 유치 기저효과로 기자재 수입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등록선대는 11월 말 기준 8,181만톤으로 목표에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 유치한 신조선과 현존선 중 해외 선주 유치 비율이 대폭 향상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해 말 수주잔량이 236만톤이어서 8,500만톤이라는 목표 자체가 국제정세와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매우 도전적인 수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높게 잡았던 것은 해외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최소한의 탈급을 유지함으로써 지속적인 선대 확장을 이루고자 하는 강력한 경영 의지와 동기부여를 임직원들에게 제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55% 수준이었던 해외 고객 비중이 올해 해외 선주·조선소 유치 비율이 톤수 기준으로 신조선은 63%, 현존선은 60%를 상회하며 대폭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KR의 신뢰도와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지고 인정받고 있다는 뜻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해외선박 등록이 얼마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올해말까지 신조선 입급은 총 118척, 515만톤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세계 시장점유율 6.5%에 해당합니다. 이중 선주 국적 기준으로 해외 선주 선박이 48척, 269만톤으로 전년대비 216% 증가했고 조선소 국적 기준으로 해외 조선소가 80척, 388만톤으로 전년대비 555% 증가했습니다.

올해 KR이 신조 입급 유치에 성공한 해외 선박들을 살펴보면 이스라엘 선사인 Ray Shipping의 PCTC 4척, 일본 선사인DOUN Kisen의 8만 2천dwt급 벌크선 2척·6만 3500dwt급 벌크선 6척·4만dwt급 벌크선 2척, 캐나다 선사인 Seaspan의 1만ceu급 LNG 추진 PCTC 8척, 노르웨이 선사인 Wallenius Wilhelmsen의 9350ceu급 메탄올 추진 PCTC 4척 등입니다. 또한 중국 조선시장에 진출해 GSI조선, SWS조선 등에서도 신규유치 실적을 올렸습니다. 올해 현존선 입급 실적도 해외 선주 비율이 60% 이상으로 55척, 183만톤을 연말까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 선박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위원회와 기술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베트남, 중국, 영국, 독일, 그리스 등의 해외 선주들과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경영목표는 어떻게 설정하셨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추진 전략이 무엇입니까?

=내년 경영목표는 등록톤수 8,800만톤과 수입 1,720억원로 설정했습니다. 이러한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먼저 친환경·디지털 기술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최고조에 달한 IACS 선급간 경쟁에서 KR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친환경·디지털 관련 기술을 개발해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년에도 두 가지 기술축을 중심으로 선급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다음은 선급 영업력 확대입니다. 올해 해외 선주·조선소 비중 확대 실적에서 볼 수 있듯 해외 고객들의 KR 신뢰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외지역본부 중심으로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맞춤형 기술영업 활동에도 공을 들일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LNG운반선 등 시장 상황에 맞는 주요 선종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고효율의 유연한 검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선박검사 품질을 최고로 유지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KR에 몸담으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보람된 일은 무엇입니까?

=2005년경 KR이 Shell을 비롯한 세계 오일메이저로부터 인정받은 일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990년대 유조선 Erika호 해양오염사고를 기점으로 오일메이저들은 선급 검사 품질에 대한 불신을 품고 급기야 당시 오일메이저 대표주자였던 Shell이 6개 선급(ABS, DNV 등)의 증서만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로인해 국내 유조선사는 해외선급과 이중선급으로 선박을 등록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제가 당시 런던지부장으로 활동했는데 약 3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Shell을 시작으로 BP, Exxon Mobil, Chevron, TOTAL 등 전세계 오일메이저들로부터 다시 KR이 인정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KR 고객선사들이 보유한 선박들이 이중선급으로 등록해야하는 불편이 해소돼 단일입급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그 효과가 LNG선까지 확대돼 KR 고객선사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지난해 선급검사업무 수입에 대해 법인세 면제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이는 KR의 62년간 숙원사업으로 제가 회장에 취임한 후 기획재정부, 국회, 해양수산부 등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면서 설득한 끝에 이루어진 성과였습니다. 법인세 면제로 KR의 장기적 발전 관점에서 큰 걸림돌이었던 역차별 환경을 해소했다는 점과 재무적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면세로 절약되는 일부 금액을 우리 해사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으로 다시 환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IMO 2050 넷제로 선언 이후 대체연료, 에너지 절감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R은 탈탄소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제가 취임후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대체연료기술 개발입니다. 대체연료 분야를 개척하지 못하면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체연료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한편 국내 선사, 조선소 등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기술 지원과 관련 서비스 제공에 총력을 다해왔습니다. 2050 넷제로가 선언된 현재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많은 친환경 연료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세연료 즉, dominant fuel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력 대체연료로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이 거론 중이지만 이들 연료들이 가지는 safety issue, 연료 공급망, 경제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KR은 시장 상황, 국제규제 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공유해 선사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HMM 선대에 대해 KR 온실가스 포털인 KR GEARs를 통한 CII 검증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재 보유한 선박의 CII 등급을 예측해줌으로써 선사의 환경 규제 대응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선사들에게 각 연료의 장단점 비교, 공급망 구축 현황 등을 분석해 제공하고 경제성평가, 선사 탈탄소화 전략 수립 지원과 같은 기술서비스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영세한 중소형 선사들에게도 소외되지 않도록 선사별로 맞춤 기술 지원 활동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넷제로 달성의 핵심은 선사, 조선소 등 해사업계 기관들과의 협업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두드러진 성과가 AIP(Approval In Principle, 개념승인)와 올해 처음 도입한 NTQ(New Technical Qualification, 신기술 적격성 평가) 서비스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대체연료 추진선이나 디지털 선박 등은 전례없던 신개념 선박들입니다. KR은 이러한 선박들이 시장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운, 조선소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AIP와 NTQ 수여를 통해 신기술이 효과적으로 구현되고 해사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맥넷 전략세미나, KR 기술세미나, 친환경 컨퍼런스 등을 통해 기술개발 성과들을 국내 해사업계에 꾸준히 공유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조선국으로 올라섰습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현재 고부가가치 선박을 제외하고 벌크선, PCTC 등 주요 선종은 중국 조선소가 대부분 건조하고 있습니다. KR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 따라 2020년에 중국 도면승인센터를 설치했고 올해는 광저우 지부 사무실을 확장하는 등 중국 현지에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내년에는 이 거점을 바탕으로 SeaTrust-HullScan 등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중국 조선소를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도면승인 인력 5명을 포함해 총 30명의 현지 기술인력을 추가 채용하려고 합니다. 내년에 인력이 보강되면 중국지역본부 인원은 총 130명으로 KR 지역본부 중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며 도면승인 인력은 지속적으로 보강해 현재 15명에서 2030년 30명까지 2배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지역본부내 영업TFT로 운영되고 있는 팀을 상설팀으로 승격시켜 보다 적극적인 현지 영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비선급 분야 확대, 신산업 진출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셨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오래전부터 비선급 분야 업무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 많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우리 선급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업무 수입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최근 탄소 중립 기조에 따라 국내에서도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들이 실행 중인데 KR도 참여해 조금씩 결실이 보이고 있습니다. 해상풍력사업 전체 프로세스에서 선급의 역할은 발전단지 건설시 설계 검토부터 입회 검사, 터빈 및 발전단지 인증, 기술적 조언 등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은 발전사업 허가 기준으로 21GW를 초과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KR은 타선급 대비 KS 규정 제정에 참여해 국내법과 기술기준에 익숙하고 부유식 해상풍력 플랫폼 구조해석 프로그램 ‘SeaTrust-FOWT’을 직접 개발해 제공하는 등의 노력으로 국내 풍력발전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가 해오던 함정 사업 분야도 신조·수출함정에서 신조 계약을 6건, 기술용역 7건 등을 수주하며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함정 신조검사와 관련해 법적인 근거 마련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평소 가지고 계신 경영철학, 좌우명 등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급 시장은 무한 국제경쟁에 접어든 지 오래되었습니다. 국내외 어디를 둘러봐도 블루오션은 이제 없습니다.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은 선급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신념으로 취임 이후 줄곧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KR을 만들자’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서비스, 신뢰가 축적되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선급 본연의 업무를 믿음직스럽게 수행한다면 KR을 믿고 고객이 찾아주는 선급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저의 좌우명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특히 15년간 KR 영업맨으로 활동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밤마다 전전긍긍했을 만큼 제게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KR에는 늘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원들이 많은데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직원을 보면 후배지만 그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평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면 순위에 상관없이 일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격려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KR은 현재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어 인력채용 등 12개 법률로 인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국정감사 대비에도 많은 인력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력채용의 경우 직원 몇 명을 채용하는데 모든 채용과정을 외부기관에 의뢰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약 4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채용인원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1억 넘는 금액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KR의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경영 제약사항을 해결하고, 자율경영 기반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KR이 공정한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의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KR은 우리나라 해사업계 발전에 선급이 꼭 필요하다는 선각자의 소신으로 설립된 이후 지금껏 해운, 조선, 기자재, 보험산업 등과 함께 동반성장해 왔습니다. 비록 KR이 선진선급들에 비해 200여년 뒤늦게 출발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운산업이 우리나라에 있어 늘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KR 혼자서는 결코 세계적인 선급으로 도약할 수 없기에 해사업계의 보다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KR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우리나라 해사업계가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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