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항만산업부문/고려항만 최현우 대표이사

고려항만 최현우 대표이사
고려항만 최현우 대표이사

운영사 통합 이후 사업 안정화 이끌어 내
발로 뛰는 영업으로 적극적 물량 유치 결실
“향후 사업 다각화로 매출 증대 노력할 것”

두 개의 기업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십중팔구 적지 않은 진통을 수반한다. 항만 터미널도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 통합이 왕왕 추진되긴 하지만 실제 통합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또 설령 통합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막상 기대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15년 두 개의 터미널 운영사를 통합한 고려항만의 최근 실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1963년 설립된 울산 본항 5부두 운영사 고려항만은 바로 옆 6부두 1·2선석을 운영하는 UCTC와 지난 2015년 자발적 통합에 성공했고, 몇 년간의 어려움 끝에 최근에는 어느덧 사업이 본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고려항만과 UCTC가 합병을 준비하던 2014년부터 UCTC를 거쳐 현재까지 고려항만을 이끌어오고 있는 최현우 대표이사는 통합과 화종 전환이라는 터미널 운영사로서는 험난하고 기나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그리고 최현우 대표이사는 이 같은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해운신문이 선정하는 ‘2023년 올해의 인물 항만산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현우 대표이사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이 정도까지 경영 성과를 낸 비결에 대해 “복이 있었다”라며 겸양의 자세를 견지했지만, 그 이면에 녹아있는 꾸준함, 도전정신,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25년간 고려해운에서 공무 업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체득하게 된 관리 능력이 뒷받침됐음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최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더욱 다양한 사업 다각화로 고려항만을 매출 300억이 넘는 터미널 운영사로 키워나가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이를 위해서는 최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의 발로 뛰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항만공사의 지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려항만 최현우 대표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한국해운신문 올해의 인물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의 인물상을 선정해 주신 한국해운신문, 한국해운협회, 해봉꿈이음장학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으실텐데도 이렇게 저에게 과분한 큰 상을 추천해주시고 선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받도록 해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더욱 더 매진하여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려항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항만은 현재 울산 본항에서 5부두 1선석과 6부두 2선석 등 3개 선석과 약 6만평 규모의 야적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취급 화물은 맞은편 현대자동차 부두에서 넘어오는 자동차를 비롯하여 굴착기 등 각종 수출 중장비 및 원당 등 일반 잡화입니다.

기존에 고려항만은 5부두 1선석만을 운영하는 회사였고, 6부두 2선석은 UCTC가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려항만의 모기업은 항만물류기업인 KCTC, UCTC의 모기업은 컨테이너 정기선사인 고려해운으로 주주가 서로 같습니다. 2015년 정부 정책에 따라 항만 시너지 효과를 위한 부두 운영사 간 통합이 추진됐고 또한 마침 그룹 차원에서도 어차피 주주가 같은 상황에서 따로 터미널을 운영할 필요 없이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보자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고려항만을 존속법인, UCTC를 해산법인으로 하는 울산 본항 5부두와 6부두 간 통합이 진행됐습니다.

이후 6만평의 부지 재정비, 각종 보안시설 및 감시시설, 야드 포장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현재는 자동차 전용부두로 특화되어 운영 중에 있습니다.

-고려항만이 다른 경쟁항만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주력 화물인 자동차의 경우 가장 큰 고객인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부두가 인근에 인접해 있다 보니 바로바로 저희 부두로 물량을 빼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선박 운항비나 기타 비용들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저희 부두의 경우 항만하역 부문 최초로 AEO 인증을 받았습니다. AEO 인증의 경우 법규 준수, 안전관리 등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 관세청에서 공인하고 신속 통관 등 각종 혜택을 주는 것으로, 보통 수출입업체나 물류창고에서 주로 인증을 받는데 저희는 항만하역 부문에서는 최초로 3년 전에 AEO 인증을 받고 올해까지 매년 갱신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중대재해특별법 및 항만안전특별볍 등 항만에서의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고려항만은 항만 안전 제고를 위해 자체 하역 안전 매뉴얼을 제작, 3년 전부터 항만 운영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항만 하역 부문에서 최초로 AEO 인증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즉, 저희 부두는 그 어느 부두보다 안전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올 한해 해운항만업 시황은 어떠했으며, 그 가운데 고려항만은 어떤 실적을 올리실 것으로 전망하고 계십니까?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운반선(PCTC)이 부족한 상황이라 저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선사들이 노후 PCTC를 대거 폐선했는데 이에 반해 전기차 등 수요는 오히려 폭증하면서 PCTC 운송 수요도 덩달아 폭증했습니다.

PCTC 선복량이 충분한 상황이라면 저희 부두에도 기항했을 선박들이 PCTC가 부족으로 인해 저희 부두를 스킵하는 상황이 더러 발생하면서 저희 또한 올해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총 물동량은 약 400만 톤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액, 영업이익 등 실적은 전년 수준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저희 부두는 30만 대의 자동차 물량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캐퍼가 되고, 저희 역시 항상 목표 자동차 처리 물량을 연간 30만 대로 잡고 있지만 매년 쉽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인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는 24만 대를 조금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향후에도 목표치인 연간 30만 대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통합 이후 대표라는 중책을 맡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저는 한국해양대학교 기관과 37로, 졸업 이후 승선 생활을 거쳐 1990년 고려해운에 입사하여 해사업무 공무 부문에서 25년여를 근무했으며, 이후 2014년 UCTC를 거쳐 2015년부터 현재까지 고려항만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2015년 5부두와 6부두의 통합이 이뤄진 이후 제가 대표를 맡게 된 2017년에는 주요 화종이 자동차로 전환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였던 터라 그 이전부터 물량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습니다.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도 힘들었지만 물량이 없다보니 직원들 승진이나 임금도 적지 않은 기간 정체됐고, 복지도 줄이는 등 그간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습니다. 지금이야 상황이 좋아져서 그간 챙기지 못했던 임금 인상이나 승진, 복지는 대부분 다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졌습니다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복이 있었는지 대표를 맡고 난 해부터 조금씩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UCTC로 발령을 받았던 2014년부터 자동차로 화종 전환을 준비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수많은 자동차 선사들을 찾아다니며 화물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자동차 부두 전환 업무를 주도했던 제가 2017년 대표를 맡게 되면서 화주들이 자동차 전용 부두로의 전환과 관된 그룹의 의지를 파악하게 되고, 또 그간의 노력이 신뢰로 이어지면서 결국 2019년부터 지금까지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주위의 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주요 화종을 자동차로 전환하면서 과연 잘될 것인가를 놓고 봤을 때 안 될 것이다, 힘들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원래 기존 터미널에서 취급하던 화종이 아닌 새로운 화종으로 전환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역시 자동차 부두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뿐만 아니라 화물을 유치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어려웠던 것은 대표로서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량이 부족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들 간에 혼선이나 불신이 깊어지게 됐고, 대표로서 이것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5년간 공무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조직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공무라는 것은 선박을 관리하는 것인데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어찌 보면 전부 관리에 해당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리적인 측면에 더해 결정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결정하고, 도전해야 할 때는 도전적인 자세를 일관되게 견지해온 것 또한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가운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절한 보상 테이블을 만들어 과감히 결정하고 했던 부분들이 지금의 고려항만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려항만의 향후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사실 항만 하역 업무는 매출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역에 대한 작업 운임만으로 매출을 만들기 때문에 부두 크기나 규모에 비해 매출액이 얼마 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역 외에도 다른 쪽의 사업, 예컨대 창고나 육상 물류업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을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창고업의 경우 사업 자체로서도 매력이 있지만 창고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단순히 구상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이와 같은 사업 다변화를 통해 향후 매출 300억 원, 순익 20억 원 이상 달성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울산항만물류협회장직도 맡고 계십니다. 최근 울산항 현안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울산항은 자동차, 선박, 원유, 케미컬 등 우리나라 중추 산업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건조에 소요되는 불록, 기자재 등 철재화물, 그리고 S-OIL, SK 등 대기업의 액체 화물과 배후권역 수요 양곡, 광석류, 비료 등 일반화물 연간 총 1억 8천만 톤이 항만을 통해 수출입 되고 있습니다.

또한 울산항은 국내 최대의 액체화물 취급 항만으로서 국내외 환경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과 연계하여 LNG 클러스터 여건 조성과 수소 기반의 항만으로서의 진화 등에 선도적인 에너지 물류사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항만 물동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대중국 화물 축소 등으로 화물량이 수년간 성장세가 둔화되어 있으며, 항만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체 화물 역시 석유제품의 수요 감소 등으로 정체되어 있습니다.

울산항의 경우 국내 최대 액체 화물 취급항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액체 화물뿐만 아니라 일반 화물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액체 화물의 경우 물량이 다소 고정적이고 또 화물의 특성상 항만 내에서는 파이프로 운송이 되다보니 항운노조원 등 항만 연관 종사자들의 수요가 덜합니다. 따라서 항만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액체 화물뿐만 아니라 일반 화물 물동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물론 일반 화물이 줄어드는 이유에는 점차 산업이 고도화되고 이에 따라 화물의 수요가 줄어드는 시대적인 배경도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자동차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내연기관 관련 산업들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울산항도 현재는 사료, 원당, 석탄과도 같은 기초적인 1차 산업 관련 화물들만 주로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울산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으며, 협회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항만 물동량 증대를 위해서는 적절한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형선박의 접안수심 확보, 항만 세일즈 활동, 항만물류비용 절감, 물동량 유치 인센티브 유지 및 확대 등으로 울산항이 활성화가 되도록 관련 기관과 업단체에서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예컨대 울산항만공사는 울산항 세일즈 활동을 강화하여 신규 물량을 창출하고, 울산항을 이탈한 화물의 재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항만물류협회와 울산항운노동조합에서도 물류비용 절감 등 울산항을 이용하면 도움이 되는 혜택을 화주에게 제시하여 화물유치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한 화물의 양적하에 필요한 적기 노동력 투입, 항만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하역장비 현대화, 항만근로자 복지향상 등 노사 협력으로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목표, 그리고 고려항만 대표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에서 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저는 허황되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가지지 않습니다. 단지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의 마지막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나름대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삶을 살아가는 게 저의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그리고 고려항만 대표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동종업계에서는 고려항만을 최고라고 인정해주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고려항만에 근무한다는 것 자체를 자랑스랍게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 흑자 유지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복지, 그리고 요즘 대두되는 중대사고 예방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 합심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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