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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것을 쓴 사람과 같다는 뜻이지요. 사람마다 외모며 성품이 다르듯 다른 사람의 글씨를 똑 같이 베껴 쓸 수는 없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그래서 필적감정이라는 수사기법도 있는 것인지요.옛 중국의 동진(東晋 317~420)이라는 나라에 왕희지(王羲之)라는 명필이 있었습니다. 서예를 숭상하는 한자문화권에서 서성(書聖)으로 추앙받는 대가였지요. 그에게 헌지(獻之)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또한 아버지에 버금갈 만한 필치였답니다.하루는 아들이 ‘大’자를 큼직하게 써서 서대 위에 펼쳐놓았고, 우연히 그것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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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4.03.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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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한일상선 前회장,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해양문학 연구위원장)김 :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 봄에도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오는 남풍 노투수가 감청 바다를 덜 익은 가시내의 가슴처럼 부풀리면서 올리브나무와 포도넝쿨의 새순을 틔우겠지요. 이내 5월로 들어서면 세루비어, 천리향 향기가 온 섬을 점령하면서 여인네의 보디스 앞섶을 더듬겠고요.카 : 그렇긴 하오만 어인 노릇이오? 허깨비처럼 날리는 영상에 사람의 음성 같지 않은 소리로 불러대니 말이오.김 : 소위 원격 비대면 만남이란 시대의 괴상(怪狀)입니다. 용서하십시오. 미증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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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3.09.2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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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시월상달입니다. 봄에 땅을 갈고 씨앗을 뿌렸다가 여름내 가꾸어 가을에 걷으면서 농가의 곳간이 그득해지는, 년 중 최고의 달입니다. 논밭을 물려주신 조상님과 비, 바람, 햇살로 결실을 주제하신 하늘에 고마움의 제례를 올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우리네 전통 백의민족의 추수감사절인 것이지요.시인묵객들은 시월을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답니다. 운치 있지 않습니까? 작은 가을(小秋)로 시작되고 중추를 지나 만추로 저무는 가을을 작은 봄이라 추겼으니 말입니다. 어느새 온기가 줄어든 햇살이며 소소한 바람결, 숲 가지마다의 성근 이파리들이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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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2.06.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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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유화내 집 식당 벽에 4호짜리 소품 유화가 걸려있다. 네모 식탁의 내 자리 맞은편에 있는 유화를 밥 먹을 때마다 바라보면 지난날들이 회상되어 참회한다.유화는 소박한 농촌 전원마을의 정경情景이다. 중앙에 농로가 있고 양쪽으로 말뚝들이 꽂혀있다. 농로 이쪽엔 키큰 고목이 우뚝 서 있다. 농로 저쪽엔 농가가 있고 그 옆에 농기구창고인 듯한 작은 건물이 한 채 있다. 건물 뒤로는 숲이 우거져있는 가을 풍경이다. 꾸밈없이 간결하다.이 유화는 소품이지만 유래가 깊다. 1990년 5월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항구 퍼스에서 개최된 국제항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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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1.08.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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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집 발간을 포기하다니! 참 아쉽구나2016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너희들이 보낸 이메일은 지우지 않고 컴퓨터에 담아두었다. 500편이 넘었다. 답장들을 합치면 무려 1,000편이 훨씬 넘었다. 그것들을 읽는데 꼬박 열흘이 더 걸렸다.2016년 전엔, 메일들을 프린트해서 파일로 보관했다. 표지에 이라 기재된 것이 5권, 뒤를 이어 이 3권이었다.내가 노르웨이에서 공부하다가 1975년 겨울방학 때 영국에 처음 갔다. 고생 창연한 대영제국박물관과 윈저궁, 옥스퍼드대학과 지하철 등을 둘러보고 유니언잭이 지구의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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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1.06.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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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버리고 갈 것을!장마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됐다.그간 태풍도 몇 차례 지나갔다. 태풍과 폭우가 남해안과 동해안을 강타했다. 피해가 막급 하다. 섬진강 둑이 터져 흙탕물이 내 고향 화개장터도 덮쳤다.온통 뻘 구덩이라 엉망진창이었다. 불볕더위까지 겹쳐 생지옥이었다. 코로나를 견뎌내느라 지칠 대로 지쳐있는데… 이를 두고 ‘엎친 데 덮친다’라는 건가? 절망한다. 한탄이 절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옷장 속 의복에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다. 며칠을 햇볕에 노 맡겨뒀다. 아파트 3층인데도 이럴진대, 바람과 햇볕이 통하지 않는 반지하 방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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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10.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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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임기택 IMO 사무총장님께안녕하세요? 부인께서도 안녕하시지요?지난번 이메일에 IMO가 셧다운 중이라 했는데 지금은 정상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극도로 혼란스러운데 영국인들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IMO의 막중한 역할과 직원들의 안녕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수장으로서 고민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쌓아온 경륜으로 난국을 원만하게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IMO 사무총장은 세계해양대통령입니다. 해양과 육지의 비율이 대략 70:30입니다. 해양생물도 육지생물보다 그 숫자가 훨씬 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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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8.1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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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라 그리워 그리워라!어찌 그립다 아니하리오내 강아지들을처맛기슭 제비집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고개를 휘둘러대던 제비 새끼들고개를 돌려 다시 보니어느새 제비 새끼들은 날갯짓하며 전깃줄로 날아가고내 강아지들은 내에게서 멀어져 갔다그리움!!!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사모의 정. 그리움이 사무친다. 그리움에 잠 못 이룬다. 그런 게 그리움이란 건가.내 어릴 적 엄마가 딸네 집으로 다니러 가셨다. 언제 돌아오시려나 하루하루 목메게 기다렸다. 식구들도 친구들도 없고 오직 나 홀로인 것만 같았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 논두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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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신
2020.07.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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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든다 耕海 김종길‘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란 속담이 있다. ‘맞든다’란 물건을 마주 든다는 뜻이다. 하찮은 일이라도 서로 협력하라는 의미다. 협력하면 극한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외손뼉으론 아무리 용을 써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홀로 끙끙하지 말고 상대와 의논해서 맞들면 쉽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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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6.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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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들의 배낭여행耕海 김종길손녀 둘이서 배낭여행을 하겠다고 이메일이 왔다.기특하고 놀랍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나에게는 아직도 갓난아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 애들이 런던과 파리로 배낭여행을 간다니!그들은 내 집에서 태어났다. 앙증맞은 알몸을 따뜻한 물에 천천히 담갔다. 살이 겹쳐 바람이 통하지 않는 턱밑과 겨드랑이와 손발가락 사이사이, 그리고 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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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4.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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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체조꼭 45년 전이다.스키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일이다. 나는 「노르웨이 쉬핑 아카데미」에서 해운Shipping을 공부했다. 노르웨이에 도착했던 8월에 자정인데도 깜깜하지 않고 하늘에 햇빛의 희미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마치 새벽 여명黎明처럼. 하지에 도착하였더라면 백야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터인데.그러다가 추분을 지나자 하루가 다르게 해가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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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4.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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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는? 耕海 김종길세상 태어난 아이에게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민등록등본에 등재한다. 이를 본명이라 한다. 성인이 되어서 불러주는 이름은 자字. 그 외에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다. 이를 호號라 한다.호는 당나라부터 시작하여 송나라에서 보편화 되었다. 우리나라는 신라 원효대사의 호는 소성거사小性居士 였다. 고려말에는 목은牧隱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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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3.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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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준비耕海 김종길우리는 서산마루턱을 붉게 물들이고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옆자리 친구가 “나는 9988124할 거야”란다. “무슨 숫잔데”란 물음에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만 앓다가 죽을란다”라고 중얼거렸다.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오만하게도 보였다.생로병사生老病死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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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2.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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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하는 수녀님耕海 김종길뵈온 지가 참 오래되었습니다.요즘 평화방송 TV의 『해인글방』을 통해 자주 뵙고 있습니다. 걱정했었는데 건강을 회복한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수녀님께서 하셔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수도자로서 체험한 인생과 사랑을 노래한 수녀님의 시를 음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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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20.01.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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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한일상선 회장, 한국예총 전문위원, 한국문협 해양문학 연구위원장)金 : 선생님, 평강하신지요. 한양에 사는 서생 김가 인사 올립니다.笠 : 어인 일이시오?金 : 꼭 한 번 찾아뵈리라 해를 두고 벼르면서도 오늘에야 묵은 해태(懈怠)를 벗는 것 같습니다.笠 : 마침 만추의 산색에 전신이 들쑤시던 참이라 반갑긴 하오만 그래 이 첩첩 두메까지 도대체 무슨 소관이시오.金 : 그렇게 다그치시니 정작 드릴 말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만, 오면서 보니 이곳 영월(寧越)의 지명이 심상치 않습니다. 편하게 넘는 고을이라 했건만 영 그렇지 못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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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10.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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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비 耕海 김종길시인 친구의 시비 제막식이 있어 오래간만에 고향을 찾았다.학교 다니느라 일찍 고향을 떠났지만, 연전까지만 해도 매년 가을이면 고향을 찾았다. 집안이 몰락해 부모 형제가 다 떠나버린 고향 버스터미널을 밟는 순간 가슴에 찬바람이 스쳤다. 그래도 고향을 또 찾아갔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서.선산에 잠들어 계시는 증조부모님과 조부모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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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9.1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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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노래耕海 김종길여름방학을 맞아 손녀 둘이 온다.중간에 한 번 잠깐 다녀가기는 했지만, 그 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얼마나 성숙했을까? 그리고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까? 먹고 싶은 음식을, 갖고 싶은 물건을 무엇이든지 사주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을 읽고 싶다.그보다도 이 할비가 그들의 빈공간을 채워주어야겠다. 첫째 손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4개월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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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8.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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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차이나와 세계 일주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학생기숙사에서 생활했다.책걸상, 책장, 침대, 옷장이 있는 침실 4개가 있었다. 거기에 거실, 부엌, 화장실을 겸한 샤워실은 네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했다. 이를 셀이라 한다. 한 셀에 남자 세 명과 애틴 여자대학생 한 명이었다. 신성한 학생기숙사에 남녀가 합숙하다니! 남녀 7세 부동석이란 고정관념에 절어있는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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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7.3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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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제막耕海 김종길화사한 봄날, 친구 시비詩碑 제막식에 참가했다.시인은 나와 국민학교 동기동창이다. 우리는 해방 1년 전, 1944년 3월에 하동국민학교 38회로 입학했다. 선생님들은 모두 일본인이었고 식민지 교육을 받았다.2학년 때 광복을 맞아 멋모르고 기뻐 뛰어놀았다. 졸업하던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되었다. 나라는 초토화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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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6.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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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공사의 동남아영업부장 때였다. 선약이 없으면 점심을 같이 하자는 담당 전무의 전갈이었다.그때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당가의 불고기집으로 따라갔더니 모르는 한 남자가 일어서면서 나와 전무를 맞았다. 건장한 체격에 검은 안색의 건강미가 돋보이는 풍모에 농림부 양정과장 윤 종(尹 淙)이라는 명함이었다. 두 분의 대화로 봐서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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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9.06.03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