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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감으면 떠오르는 진주들(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 기념 한영대역 대표작 선집)김종길jkihm@hanmail.net 지난여름. 끝없는 해변에 피서객들이 들끓는다. 미국 동북부 휴양도시 애틀랜틱시티Atlantic City에서. 대서양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도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보다.모래 위에 뒹굴며 태양에 살결을 내맡긴 미끈한 인어人魚들, 파도를 타며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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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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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5세대耕海 김종길 jkihm@hanmail.net염원했던 5세대 이메일이 날아왔다. 2017년 3월 12일이다. 영롱한 보석을 만지작거리듯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했다. 내 생전에 5세대 이메일을 받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 빠를 줄이야.Dear GrandpaI miss you very much. I wish that I could go to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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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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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悔恨耕海 김종길 jkihm@hanmail.net「회한悔恨」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뉘우치고 한탄함’이라 했다. 또 한탄恨歎을 찾아보았다. ‘원망을 하거나 뉘우침이 있을 때에 한숨을 쉬며 탄식함’이라 했다.하여, 회한은 인생의 장강長江을 건너와 되돌아갈 수 없는 황혼의 노령老齡에 잘못을 뉘우친들 소용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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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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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憧憬, 그리고 성취내가 중학생 때, 국어교과서에 모윤숙 시인의 란 시가 게재되었다. 읽고 또 읽었다. 구구절절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다. 내 가슴에 애국심이 꿈틀거리기도 했다.가슴에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나는 죽었노라,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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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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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야! 비행기야!너 어디로 가니미국 하늘에서 우리 다함이 보이거든이 할아버지가 널 많이많이 사랑한다고 전해다오비행기야! 비행기야!너 어디에서 오니미국 하늘에서 우리 다해 봤느냐많이많이 예뻐졌더냐.비행기야! 비행기야!필라델피아로 가는거냐우리 다슬이 만나면이 할아버지가 널 많이많이 보고 싶다고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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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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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80을 되돌아보며팔순이 되었습니다.예순까지만 살았으면 했습니다. 60대를 넘기곤 일흔부턴 언제 꺼질 줄 모르는 풍전등화(風前燈火)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고 사는 건 자의가 아니어서 팔순이 되었습니다. 참 오래 살았습니다.항간에 9988234란 숫자가 나돕니다. 무슨 숫자냐고 물었습니다.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 이삼일 앓다가 죽겠다는 숫자랍니다.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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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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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으로 첫 발령을 받은 코리아 퍼시픽 호의 포항/호주 간 항로가 평온했다. 남방 항해의 초입인 필리핀 동쪽의 서태평양 언저리가 태풍의 발생지여서 해면이 자못 소란스럽긴 하지만, 아직 유년기의 바람들이 6만여 톤 대형선의 항로를 간섭하지는 못 했다. 그나마 기껏 사흘을 항해하면 바로 적도무풍대(Doldrums)였다.북위 10도선과 남위 10도선 사이로 통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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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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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동무耕 海 김 종 길뒷산 관악산으로 올라간다.약수터 근처에 벤치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벤치가 산으로 올라오느라 숨이 가쁠 터이니 쉬어가란다. 한적한 벤치를 골라 앉는다. 푸르른 숲에 생명이 넘친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다. 하늘과 숲과, 바람과 내가 하나다.한 남자가 다가오며 “구 구 구”하고 소리를 지르니 비둘기들이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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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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布德行惠(포덕행혜)소슬바람이 불어서일까?오늘따라 거실 벽에 걸어둔 「布德行惠」 액자가 눈길을 잡는다. 동료가 품격있게 표구까지 해서 준 선물이다. 성의가 고마워 거실 넉넉한 벽에 걸어두고 감상해왔다. 그 동료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다. 때론 얼굴에 외로움이 서려있지만 헌칠했던 그 모습이 그립다.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 서예대가 原谷 金基昇 선생의 작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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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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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음력으로 팔월이 들면 고향동네로 내려간다. 부모 동기(同氣)가 있을 리 없는 산촌이건만 빠짐없이 찾아간다. 팔월의 첫째 일요일로 정해져 있는 문중벌초에 참석하는 일이다.금요일 오후 아니면 토요일 이른 새벽에 서울의 집을 나선다. 전 문중이 동원되는 윗대 산소의 벌초는 일요일도 느직한 아침에야 시작되지만, 아랫대의 산소들은 가까운 집안끼리 토요일에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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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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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옛집옛집으로 이사 왔다.내가 살았던 옛집이 많다. 고향집, 학교 다니느라 객지에서 기식하던 집들, 결혼하고선 공무원 신분이라 발령을 받은 즉시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서울이나 지방 임지로 떠나면 아내가 챙겨온 세간을 풀어놓고 살던 집들, 아이들이 취학하고선 나 홀로 이곳저곳 전전했다. 집시의 유랑처럼. 그 집집들마다에 얽힌 희로애락을 지금 돌이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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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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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耕 海 김 종 길 내 어머니께선 자기 생명보다 날 더 소중이 여기셨다.기우러진 집안에서 마흔둘 노산에 나를 낳으셨기 때문이었을까? “너를 두고 내가 어떻게 눈을 감을고! 네가 스무 살 될 때까지만 내가 살아야 할 터인데”라고 연민하셨다. 내가 신열이 나 앓으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 눈을 뜨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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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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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불쌍한 내 발아내와 점심을 먹고 일어서다 넘어졌다. 발등이 밥상에 부딪쳤다. 절룩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통증이 왔다. 진통제를 먹었다. 발등, 발가락, 발바닥이 부어올랐다. 잉크를 뿌려놓은 듯 파랗다.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나흘을 버텼다. 이렇게 두었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되지 않나하고 불안했다. 정형외과에 갔다. 발을 눕히고,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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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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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무언데!며느리가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고 공항출구에서 나왔다. 가족들을 보고서 슬픔이 복받쳐 흐느꼈다. 몸과 마음이 얼마나 아팠으면… 성한 사람도 힘겨운데 저런 몸으로 13시간이나 비행기에서 어찌 견뎠을까? 세 살 배기 꼬마까지 데리고서.며느리 어깨를 다독거려주고 손녀를 유모차에서 들어내 안았다. 아픈 어미를 따라오느라 불안해서인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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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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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팔순이 되다니!72년 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1944년 봄날. 엄마 품을 갓 떠난 병아리들이 모였다. 하동국민학교 제38회 입학식이었다. 학교건물이 어쩌면 그렇게도 컸던지! 운동장이 어쩌면 그렇게도 넓었던지! 작은 키에 작은 눈동자이어서 그랬을까. 아무튼 우리는 거기서 처음 만났다.그때, 우리는 나라도 빼앗기고, 이름도 빼앗겼다. 양식마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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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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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아들이 첫 강의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왔다.아버지께드디어 미국에서 첫 강의를 했습니다. 오늘 아침 11시 40분에 시작하여 1시간 20분간의 강의를 잘 치러냈습니다. 우선 40여명의 미국 학생들 앞에 서니 감개무량했습니다. 2년 만의 강단입니다. 서울대학 6동 강의실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2년 만에 컴백했습니다.11시 40분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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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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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봤어?콤파스클럽 조찬회에서 해양수산부 김남규 선원과장이 ‘2016년 선원정책의 방향’을 차분하게 강의했다. 통계를 적절이 활용하고 선원의 취업과 복지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담았다.‘선원은 우리 경제의 심장(心腸)’이란 장관의 슬로건이 머리글이었다.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는 해상운송이 국가경제의 생명선이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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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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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도 북극항해를 꿈꾼다耕海 김종길지난 2월 24일 老船長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가족, 친척, 친지, 해운계 인사 320명이 모였다. 대성황이었다. 연단에 『난 지금도 북극항해를 꿈꾼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책제목이다. 거기에, 바다에 대한 동경, 동해호에 대한 애착, 인생항해에 대한 회한들이 녹아있다. 노령의 애잔한 낭만일까?나는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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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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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유니언잭이세돌과 알파고가 마주 앉았다. 바로 그 옆에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대영제국의 유니언잭이 나란히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유니언잭과 알파고가 대한민국을 찾아왔다. 북은 핵무기로 불장난을 하고, 이에 맞서 남은 한미연합작전으로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음에도… 하기야, 올림픽과 월드컵 땐들 한반도가 평화로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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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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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바다로 갈래적막한 하늘 밑 인적 없는 그 바다로내 오직 바라는 건까마득한 돛대에 방향 잡을 별 하나물을 차는 타륜과 바람의 노래, 나부끼는 하얀 돛그리고는 잿빛 안개 자욱한 바다아스라이 동트는 새벽만 있으면 그만내 다시 바다로 가야지쏴~쏴~ 밀고 써는 조수의 부름을 따라그건 바로 내가 거역 못 할 절실한 부름내 진정 그리운 건바람세 좋은 한낮의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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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4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