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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가요무대가 진주에서 방영됐다. 사회자가 고도(古都) 진주를 역사 문화 교육 도시라 했다. 덧붙여 예향(藝鄕)이라 했다. 예향이란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진주기생은 가무(歌舞) 서화(書畵) 시문(詩文)을 익힌 예기(藝妓)이었다. 진주기생은 순박하고 정절이 두터워 궁중연회에 초청됐다. 하여, 北은 평양, 南은 진주라 할 만큼 진주기생은 조선 8도에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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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5.04.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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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그때와는 세상이 많이도 바뀌었다.그때는 식구들이 모두 밥상머리에 둘러앉았다. 안방이나 대청마루에 밥상을 차렸다. 한여름에는 마당에 덕석을 펴고 저녁상을 차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다. 처마 끝에 전깃불이 매달렸다. 마당 귀퉁이에 모깃불을 피웠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매캐한 모깃불 냄새가 마당을 꽉 메웠다. 뒤뜰 대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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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5.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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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두렵다耕海 김 종 길수필공부를 한지 여섯 해다.처음엔 겁도 없이 마구 써댔다. 주제에서 벗어나고, 사물을 제대로 파악치 않고, 사리에 어긋나고, 간결해야 할 문장을 메어치고 둘러쳐 엿가래처럼 길게 늘어뜨렸다. 지도교수나 문우들이 얼마나 지루하고 역겨웠을까?그럼에도 지도교수가 가끔 용기를 북돋워 주려고 ‘잘 썼다’하면 덕담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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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5.03.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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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란 한 마디그가 나에게 말 했다.「그러니까, 50년쯤 됐다. 지방 소도시였다. 3․1절 행사를 기관단체와 학교가 공동으로 치렀다. 행사가 끝나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과 다방에 갔다. 여자가 뒤따라왔다. 자리에 앉지를 않고 엉거주춤 서 있는 그녀를 자기 직원이라 소개했다.단발머리에 흰 블라우스와 검정색 스커트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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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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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골래집안에 경조사(慶弔事)가 있으면 당골래가 오리걸음으로 아장거리며 집에 왔다. 당골래는 길흉화복을 점치고 제물을 차려놓고 가무와 의식으로 신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무당이다.70년쯤 전일까? 내 생일에 당골래가 왔다. 생일상을 차렸다. 팥찰밥, 미역국, 떡, 전, 나물, 과일로 빼곡했다. 퇴락된 집안이라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생일상에 넘쳐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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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5.02.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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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에 북한에서 고위층이 왔다고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이 떠들썩했다. 그들은 북한의 제2인자 3인방이라 했다. 수석대표는 시골 할아버지에게 군복정장을 입혀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가 군총정치국장 황병서라 했다. 그의 좌우에 낯익은 당비서 최용해와 대남비서 김양건이 있었다.그들은 북한 선수단을 격려할 목적으로 왔단다. 하면, 인천아시안게임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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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5.02.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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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크리스마스 카드Green Christmas Card를 받았다. White 크리스마스 카드가 아니고.적도(赤道) 너머 남반구(南半球) 파푸아 뉴기니에서 온 카드다. 지금 그곳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여름이다. 하여, 녹음 울창한 성탄절에 보내온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는 슬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선 기쁨과 희망의 소식이다. 『그리움이 설렘으로 바뀌는 성탄! 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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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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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우리 집에 한 주에 한 번 오는 도우미가 있다.나는 그를 ‘아줌마’라 하지 않고 ‘아주머니’라 부른다. 나이깨나 먹은 내가 아줌마라 부르면 내 스스로가 경박한 것 같아서, 또한 상대를 홀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간혹 불쑥 아줌마라 불렀다가도 고쳐 부른다. 물론 사람마다 어휘에 대한 감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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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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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한통이 한국해운신문을 통해 나에게 전달됐다.『안녕하십니까? 50년 넘게 소식을 모르던 동창 윤희대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2008년 3월 20일 김종길씨께서 한국해운신문에 기고한 “암울했던 海運界를 되돌아보는 윤희대”란 제목입니다. 윤희대를 꼭 찾고자 합니다. 그는 저와 초, 중, 고 동창이며 해군에서도 함께 복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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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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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耕海 김종길 이발사의 지혜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이발소에 갔다.경찰서가 가까워 위생 점검을 자주해서인지 청결했다. 이발사가 이발기를 들면 아버지가 “애 머리에 버짐 옮기지 않도록 소독 잘하시게”란 부탁에 “염려 마십시오”라 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 영양실조와 위생불결로 아이들 머리에 버짐이 번지던 일제강점기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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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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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園의 흙난생 처음 읽은 소설이 춘원(春園) 이광수의《흙》이다.그때가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으로 기억된다. 소설을 좋아했던 누나가 읽으라 했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고 주인공 허숭에게 흠뻑 빠졌다. 야학(夜學)을 하며 문맹퇴치와 농촌계몽을 하는 변호사 허숭은 나의 우상이 됐다.시골 상놈 허숭이 서울 양반 무남독녀와 결혼했다. 사치와 허영, 부정(不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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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10.3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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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한다사위와 딸 앞으로 쓴 ‘부탁한다’란 글을 딸에게 맡겼다.生과 死가 연장선상에 있다하나 生을 마감하는 데는 문화적, 종교적, 법률적 절차가 복잡하고 다난하다. 헌데, 백년손님과 출가외인에게 부탁하는 게 도리가 아닌 듯 싶다. 허나, 아들이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심각하게 생각지 말아라. 여든이 가까워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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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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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위해 그 먼 뒤안길을…피아노 독주회에 초대받았다.가을비가 내리는 저녁에 예술의 전당에 갔다. 매표소 앞에서 가족들을 만나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객석이 텅 비었다. 주제넘게 걱정을 했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연주자 안희숙 선생이 지도해 중앙일간지 주최의 콩쿠르에 입상했기 때문이다.안 선생은 이화경향, KBS,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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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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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떨어지는 소리에 벗이 절절히 그립다.우리가 언제부터 벗이었던가? 대학에 갓 입학하고서 우리 둘이 찍은 사진 한 장 있었다. 고향도 다르고 고교동창도 아닌데 왜 둘이서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모두 유니폼을 입어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 분간이 안 될 때였다.3학년이 되어서야 사진 속의 인물이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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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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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이가 세 돌을 지나 한국에 처음 왔다. 공항에서 할머니를 처음 만난다. 낯가림하지 않고 할머니 품에 포근히 안긴다. 핏줄이 당겨서일까?엄마가 몸이 아파 돌봄을 받지 못한데다가 먼 비행기 길에 기가 빠져 파리하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고 다함이는 할머니께로 왔다. 할머니는 배 아파 낳은 자식들에게 주지 못한 정(情)을 다함이에게 듬뿍 쏟는다. 불면 꺼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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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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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1학년 때 Sea Power를 처음 들었다. 그때가 1957년이니 꼭 57년 전이다.영국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분이 우리 대학에서 특강을 했다. 학장의 안내를 받아 강단에 섰다. 멋졌다. 매료됐다. 훤칠한 체격에 단정한 매무새, 안경너머의 얼굴에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저런 스타일을 영국신사라 하는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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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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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인들 모임에 참석하기를 꺼린다.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동떨어져 낯설고 어색하다. 끌어다놓은 보리자루가 따로 없다.다른 이유도 있다. 문인들은 일반적으로 자기표현 개성이 강하다. 나 역시 두루뭉술하지 못한 성격이라 잘 어울리질 못한다. 해서 문인단체 가입도 주저된다. 또 다른 이유라면 오랜 세월 함께한 지인들이 내가 늘그막에 수필을 쓴다고 떠들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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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8.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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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다섯이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충남 예산군 신암면으로 갔다. 조선후기 대표적 실학자이며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를 뵙기 위해서다.추사의 생가다. 추사의 증조부 김한신이 건립한 53칸의 사대부 대갓집은 불탔고 그 일부가 지방문화재로 복원됐다. 솟을대문을 지나 ㄱ자 사랑채를 돌아가면 ㄷ자 본채가 있다. 아담하고 소박한 건물에 추사체의 현판들이 여기저기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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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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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란 격언이 고대 그리스의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 있단다. 누구인지 확실치 않으나 아마도 그리스 현자(賢者) 7인의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격언이 2500여 년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니 오묘한 진리가 거기에 있는가 보다.소크라테스는 신(神)의 전지전능에 비해 인간이 무지(無知)하다는 반성에서 이 격언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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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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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등을 기대고 섬진강을 가슴에 품고서 노량바다를 딛고 서있는 하동은 경치가 뛰어나게 아름답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깊은 골짜기에 산장이 있다. 그곳에, 올해도 70년 지기(知己)들이 하동과 진주, 부산과 서울에서 모였다. 교가(校歌)를 부르고 세상 떠난 친구들의 명복을 빌어 분위기가 사뭇 숙연했다.해방 1년 전, 코흘리개들이 하동국민학교에 입학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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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