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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 살 머슴애가 동네 아이들과 흙장난하다 집으로 들어온다. 흙먼지를 둘러쓴 몰골이 꾀죄죄하다. 엄마는 머슴애를 달랑 안고 욕실로 간다. 머리를 감기고 얼굴과 손발을 씻기고는 수건을 건네며 “물기 없이 잘 닦아라. 옷 갈아입고 저녁먹자”하곤 ‘저것이 내가 배 아파 낳은 것인가!’라며 흐뭇하게 바라본다.거실로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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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5.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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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은 중국에서 태어났다.태어난 지 이틀 만에 쓰레기 더미에 버려졌다. 철없는 풋내기 미혼모가 감당할 수 없어 핏덩이를 버렸을까? 극한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어 버린 엄마는 연민과 자책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고아원이 핏덩이를 거둬 기르다 두 살 때 미국으로 보냈다. 넉넉지 못한 평범한 가정에 입양됐다. 아빠는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으로 연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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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5.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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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은 유난히 빨리 왔다.목련이 피었다. 소복단장한 청상(靑孀)이 가신님을 그리는 듯 애처롭다.아득한 옛날, 하늘나라에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다. 공주는 북쪽의 바다신을 사모했다. 아버지 몰래 궁궐을 나와 바다신을 찾아 떠났다. 불행히도 바다신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공주는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졌다.바다신은 공주의 넋을 달래기 위해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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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4.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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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生命인데 耕海 김종길친구들이랑 식물원엘 갔다.오만가지 식물들이 ‘날 봐’란 듯 그 자태가 아름답고 신비롭다. 안개 낀 내 가슴이 훤하게 밝아온다.식물원을 나오는데 관람객들에게 애기 손가락만한 화초 한 포기가 심겨진 플라스틱 화분을 하나씩 나누어준다. 조잡해, 아예 받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받았다가도 쓰레기통에 버린다.나는 &l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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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4.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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耕 海 김 종 길신문에 ‘2代 청각장애 끊어준 인술(仁術)’이란 기사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감동적이었다. 다시 읽었다. 가슴이 뭉클했다.기사 내용은 청각장애자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 태어난 민성이는 날 때부터 귀가 멀었다. 청각장애가 유전됐다. 할머니는 민성이를 데리고 성모병원에 갔다.“아들이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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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3.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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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그믐이다.비둘기 한 쌍이 꽃 두 송이를 물고와 적막강산을 훤하게 밝힌다. 딸 식구들이다. 별일 없었나하고 사위와 딸, 두 외손녀가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핀다. 별안간 집안에 생기가 넘친다. 푸짐한 식탁에 대화도 푸짐하다.딸이 첫째 외손녀가 새해에 고3이 되어 자기 인생은 없다고 푸념을 한다.첫째 외손녀는 학교공부에다 첼로 레슨과 과외 수업까지 눈코 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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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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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여생이 보람될까 하고. 문둥이에게로 다가가 그들의 애환을 기록하기로 했다. 성라자로마을에서 나환우와 함께 밥을 먹고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눈물어린 서러움을 들었다. 배고파 ‘밥 한 술 주소’하면 재수 없다고 소금 뿌리고, 침 뱉고, 부지깽이로 쫓아냈다. 부모형제마저 나병이 집안의 수치라고 사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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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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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끝없는 해변에 피서객들이 들끓는다. 미국 동북부 휴양도시 애틀란틱 시티(Atlantic City)이다. 대서양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모래 위에 뒹굴며 태양에 살결을 내맡긴 미끈한 인어(人魚)들, 파도를 타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젊은이들, 들꽃들이 만개한 듯 형형색색의 비치파라솔 아래서 직사광선을 피하는 애기들과 노인들,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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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2.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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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 善, 美 중 하나를 택하라면 나는 美를 택한다. 美, 즉 아름다움을!자연과 인생, 예술에 담긴 아름다움의 본질과 구조를 연구는 학문을 美學(aesthetics)이라 한다. 미학을 플라톤은 초월적 가치로 보았고, 칸트는 경험에 의한 감성적 현상으로 탐구했단다.문외한인 나로선 대철학자의 미학이론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저 아름다움이 좋다. 음악, 미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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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4.01.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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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철학교수를 하는 아들이 영국에서 학위과정을 하던 1999년 3월 22일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아버지께아버지! 이제 공직생활을 마감하시게 되셨군요. 다시 한 번 ‘아버지~’하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제 고등학교 땐 없어졌지만, 옛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안톤 슈낙의 을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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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4.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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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아! 열다섯 번째 생일 축하한다. 1996년 11월 27일 네가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할아버지가 됐다. 눈 코 입이 또렷하고 인형처럼 귀여웠다."손가락 발가락이 다섯 개 씩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간호사가 웃으며 염려 말라고 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나와 네가 조손(祖孫)의 인연을 맺도록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그때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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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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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 보아도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다.질실한 믿음과 사랑이 있으면, 몸은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다.성경에서, 그리스도와 베드로는 한 마음이다. 깜깜한 새벽에 유령이 바다위로 걸어와 제자들이 공포에 떤다. “나다. 두려워마라”란 스승의 목소리를 듣고는 베드로가 잽싸게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하십시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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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3.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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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독설이 담을 넘어온다. 부부싸움하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으랴만 이웃집은 도를 넘는다. 해서, 동네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아슬아슬하다. 두 사람이 바동대는 외줄이 끊어지면 어쩌나하고 듣는 사람이 마음을 조인다.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 여자가 돌진 한다.아무리 여성시대라지만, 그래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 헌신하는 현모양처가 많건만! 체면 차리느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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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3.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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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값비싼 골동품이나 보석류, 또는 미술품을 애지중지한다. 허나, 나에겐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을 애장품 둘이 있었다.그중 하나는 타륜이다. 타륜은 선교(船橋)에서 선박의 항진방향을 조종하는 장치로 손잡이가 달린 바퀴모양이다. 일명 조타륜(操舵輪 steering wheel)이라 한다. 대한해운공사가 운항하다 민간인에게 매도된 여수호에 장착되었던 직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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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2.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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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高3시절이 있었다. 55년 전에. 학교와 집을 오고가며 한 눈 팔지 않고 대학입시에 열중했다. 그러다 일요일이면 책을 덮었다. 안식일이라서. 오전엔 주일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기고 학생신앙운동을 했다. 오후엔 교외로 나아가 산과 들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셨다. 어느 일요일, 사직공원 넘어 미션스쿨인 수피아여고 옆길을 걸었다. 학교 담장 너머에서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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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1.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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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주말이면 명동, 동숭동, 장충동을 돌아가며 연극을 즐겨봤다. 연극은 BC 5세기경부터 그리스 원형극장에서 상연되었다고 한다. 하여, 인생과 연극은 2,500년을 공존한 셈이다. 인생은 연극을 만들고, 연극은 인생의 진수(眞髓)를 보여준다.각본에 따라 분장된 배우가 무대에서 말과 몸짓으로 연기를 한다. 연극은 각본과 배우, 무대와 관객으로 이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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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3.01.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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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낮추면 소박한 행복이 찾아온다. 잔잔하게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진다. 말없이 또 찾아와 메마른 마음을 가랑비처럼 촉촉이 적셔준다. 나는 그것을 소박한 행복이라 한다.돈과 명예, 권력을 거머쥐는 거창한 행복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것들을 부러워한다. 정작 본인은 잠 못 이루고 근심걱정의 늪에 빠져든다. 어찌 그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공무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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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2.12.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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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을 2011년 10월 18일 오후 5시에 출항한 카페리가 밤을 새워 항해해 이튼 날 아침 8시에 대련항에 입항했다.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버스로 갈아타고 여순감옥으로 이동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형극의 삶을 살다 순국하신 안중근 의사의 영전에 머리를 숙였다. ‘너는 무얼 했느냐’란 질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버스는 방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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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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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8월 초. 오슬로대학 기숙사에 여장을 풀었다. 시차적응이 안 돼 잠이 오지 않았다. 밤12시인데도 하늘이 희부옇다. 이를 백야라 한다. 그러다 추분을 지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밤은 길어지고 낮은 짧아졌다. 동지쯤엔 노르웨이의 북극권은 밤이 계속된다. 최남단에 위치한 오슬로도 진눈깨비가 내리면 대낮인데도 가로등이 거리를 밝혀주었다. 그들의 조상은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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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2.11.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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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슬프다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 수가사라지는 그대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렸다그도 그럴 것이, 우리 둘이서 정을 나눈 지 10년이 넘었으니내 몸처럼 그대를 씻고 닦았다뙤약볕에 그을세라 눈비를 맞을세라 정성들여 돌봤다그대가 다칠까봐 조심조심하고어디 탈이 나지 않을까 자주자주 데려가 점검했다 그래선지 그대는 날 한 번도 애먹이지 않았다서울로 이사하고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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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신문
2012.11.16 09:58